크게보기하루의 노역을 마치고/ 평화롭게/ 짚 바닥에 쓰러져 홀로 되새김질하는/ 소잔등의/ 처연하게 부드러운 능선이여 ‘오세영의 일몰 중에서’

고은, 신경림, 황동규, 정완영, 신달자 그리고 오세영 등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들, 그리고 처음으로 세상에 이름을 내놓은 수많은 시인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문예계간지 「유심」이 그 서른세번째 책을 내놓았다.

(재)만해사상실천선양회에서 발간하는 문예계간지 「유심」 33집이 발간됐다. 유심을 받아놓고 보니 올해가 한국현대시가 쓰여진 지 100년째란다. 그리고 만해축전이 시작된 지도 어느덧 10년이다.

‘한국현대시 100년 만해축전 10년’ 특집으로 기획된 초대시단에는 신경림 시인의 ‘인생은 나환자와 같은 것이니’, 고은 시인의 ‘아뢰옵기’, 황동규 시인의 ‘헛헛한 웃음-혼자 중얼거리다’, 정완영 시인의 ‘고향 시초’, 이근배 시인의 ‘시의 하늘이 열리고 노래의 산하가 푸릅니다’ 등 130여 편의 주옥같은 시들이 수록됐다.

또 유심시조 백일장의 수상시인 김인후 시인의 ‘용미리’, 박영학 시인의 ‘어떤 다비식’, 지현묵 시인의 ‘도시를 끌고 간 낙타’ 등도 게재됐다.

제12회 만해대상 특집으로 발행된 이번 호에는 인도 잠부드비파회장 로카미트라 법사와 문학평론가 이어령 교수, 학술원 김태길 원장, 도선사 주지 선묵 스님, UCLA 로버트 버스웰 교수의 수상소감과 함께 이들 수상자들에 대한 수상자론이 수록됐다.

세계불교연구원 이치란 원장의 로카미트라론 ‘불교사상 실천하는 인권운동가’, 서울대 권영민 교수의 이어령론 ‘문화적 시학(詩學)으로서의 비평-이어령의 비평적 글쓰기’, 서울대 황경식 교수의 김태길론 ‘김태길 선생님의 생애와 사상’, 불교신문 임병화 편집국장의 선묵 스님론 ‘수행과 포교에 앞장서온 대승보살’, 김종명 교수의 로버트 버스웰론 ‘미주 한국불교학의 정립자’ 등이 게재됐다.

기획특집 ‘종교적 상상력과 문학’ 편에는 홍익대 문덕수 명예교수의 ‘경전읽기의 상상적 재미’, 서울대 김옥성 교수의 ‘한국 현대시의 불교적 상상력-중아불전 계열의 시인을 중심으로’, 김미정 시인의 ‘시로 읽는 종교적 상상력의 세계’ 등이 실렸다.

특히 표지에는 신흥사 조실 무산오현 스님의 선화가 수록돼 눈길을 끌고 있다. 현대시 1백년, 만해축전 10년이 무척 뿌듯하셨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