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유불급. 공자가 《논어》에서 언급한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過猶不及)’는 의미의 이 사자성어는 굳이 그 출처와 뜻을 설명하지 않더라도 우리들 실생활에 자주 적용되는 요긴한 교훈이다.

최근 불교계에 이 ‘과유불급’의 가르침을 떠올리게 하는 일이 있었다. 경허와 만공 대선사를 재조명하는 세미나였는데, 두 선지식의 공적을 높이려는 후학들의 노력이 그만 정도를 넘어선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경허를 근대 한국불교의 중흥조로 볼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지금까지의 평가대로 한국 간화선의 재흥자(再興者) 혹은 한국 근대선의 중흥조로 보는 것이 적절한 것인가?의 문제였다.

지난 4월 25일 덕숭총림과 조계종 교육원 불학연구소 공동 주관으로 열린 ‘근대 한국불교의 중흥조 경허·만공의 선풍과 법맥’ 주제의 학술세미나에서 약간의 논란이 오갔던 것이다. 경허-만공의 선맥을 잇는 거대한 덕숭문중의 위세도 위세려니와 이번의 세미나가 조계종 교육원 불학연구소가 공동 주관한다는 점에서 ‘간화선의 중창조’ 경허가 ‘근대 한국불교의 중흥조’로 표기된 데 대해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평가가, 그것도 세미나라는 학술회의의 형식으로 진행되는 행사의 제목에서 ‘선의 중흥조’가 선과 교는 물론 기타 불교의 여러 분야를 포괄한 개념의 ‘불교 중흥조’로 그 격을 달리 표기했다는 것에는 좀 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근대 한국불교사에서 경허와 만공 두 선지식이 끼친 지대한 영향력을 높이 평가하는 것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그러나 높은 평가를 위해 예컨대, ‘1911년 사찰령 반포 이후 한국불교의 명맥이 단절됐다’는 것과 같은 서술을 하는 것은 지나친 면이 없지 않다. 이는 동시대를 살았던 다른 선지식들의 비중을 약화시키는 우려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오갔지만, 이번 세미나에서 단연 눈길을 끈 것은 한 장의 짧은 논평문이었다. 동국대 김상현 교수의 서울대 최병헌 교수의 ‘근대 한국불교의 선풍진작과 덕숭총림’이라는 논제에 대한 비평문이었는데, A4용지 한 장 분량의 이 논평문은 경허와 만공 선사에 대한 연구와 조명이 지나치게 미화나 찬사로 흐르는 것에 대한 우려로 채워져 있었다.

김상현 교수가 “이 글은 여러 사정으로 인하여 이번 학술회의의 주제에 대해 본인의 포괄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것일 뿐이고, 몇 가지 질문도 이 학술회의를 통해 부질없는 것이 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라는 전제를 달고 논평문을 읽어나가긴 했지만 예상대로 청중의 분위기는 술렁임을 감추지 못했다.

“이 학술회의 주제 부분에서 경허·만공의 선풍과 법맥’ 앞에 ‘근대 한국불교의 중흥조’라고 한 점이 주목된다. 경허가 한국 간화선의 재흥자, 혹은 한국 근대선의 중흥조라는 평가에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울지 몰라도 그를 한국 근대불교의 중흥조로까지 평가하기에는 보다 많은 토론이 필요하지 않겠는가?”란 논평이 시작되자 좌중은 짐짓 긴장의 빛이 역력했다.

“근대 한국불교의 4대 사상가를 중심으로 현대성에 대한 그들의 응답을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경허 불교의 본모습을 수행중심의 전통적 선불교였다고 하면서, 그러나 이런 반응만이 당시 불교를 대변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동시에 백용성을 전통적인 불교에서 근대불교로 나아가기 위한 가교의 역할을 한 인물로, 그리고 한용운의 불교를 사회 참여적 민중불교로 평가하는 경우도 있다”는 김 교수의 지적은 에둘러진 표현이기는 했지만 학술회의 제목에 좀 더 신중을 기하라는 역사학자의 준엄한 질타에 다름 아니었다.

“경허에 대한 평가에는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음주를 비롯한 경허의 여러 파격적인 기행에 대한 논란도 연구자들 사이에 적지 않게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이능화의 경허비판을 단지 이능화나 당시 불교계의 한계만으로 해석해도 좋은지는 의문이다”라는 논평 역시 최병헌 교수의 발제에 대한 이의를 표현한 것이지만, 그것이 주는 충격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은 것이었다.

“문제의 핵심은 오늘, 그리고 내일의 한국불교에서도 (한국불교가) 선불교 중심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라는 김 교수의 마지막 일성은 오직 선(禪)으로만 한국불교를 평가하려는, 나아가 불교의 역사까지도 선 중심, 또는 선 일변도의 역사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반박이자 비판이 아닐 수 없었다.

자랑스러운 선각자를 높이 기리는 것이야 누군들 탓할 것이 없겠으나, 그것이 일반의 상식, 아니 학문적 객관성을 과하게 넘어설 땐 도리어 시도를 하지 아니함만 못한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근대불교사에서 경허와 만공이 남긴 족적과 그늘이 얼마나 큰 것인지, 남겨준 영향력이 얼마나 지대한 것인지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선불교에 관한 한, 그리고 일제에 맞서 펼쳤던 그 웅혼한 기상과 당당함에 탄복과 존숭의 입장을 표하지 않을 이 또한 거의 없다.

선맥과 법맥을 이은 후학들이 문중의 큰 어른을 ‘근대 한국선불교의 중흥조’에서 ‘근대 한국불교의 중흥조’로 높이고 존경하는 것에는 무슨 문제가 있겠냐마는, 그것을 문중 바깥으로까지, 그것도 학술세미나라는 형식을 통해 규정지으려 했다는 것에는 무리가 없지 않았다.

이번 세미나에서 있었던 한 역사학자의 지적이 학자적 소신의 표출이었다는 평가에 앞서 ‘용기’로 느껴지는 것은 우리 불교계가 그만큼 경직되었다는 반증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어쩌면 지금 이 시기야 말로 경허와 만공 두 선지식이 보여준 호호탕탕하고 활발발하며 자유자재한 선풍이 요구되는 시점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