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위빠사나’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접한 것은 대학 시절 김열권 법사가 펴낸 『위빠사나』1∙2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오온이나 육바라밀의 개념도 제대로 서있지 않은 스무살 짜리 역사학도에게 그 책은 너무도 어려웠다.

이후 대학원에 진학해 불교 초학도들과 스터디를 할 당시 필자는 불교학 전공자들에게 “위빠사나가 무엇이냐”고 진지하게 물어본 적이 있다.

당시 스터디의 좌장을 맡았던 가장 ‘똑똑한’ 대학원생은 하얀 칠판에 수십칸의 계단을 그려놓고선 계단 하단부를 가리키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위빠사나는 부처님이 행하신 수행법으로, 가장 기본적인, 혹은 가장 낮은 단계의 수행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체계를 이해해야 간화선 같은 높은 단계의 수행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수행만으로는 아라한과를 얻을 수는 있지만 성불의 단계까지는 이를 수 없다.”

이후 불교계 기자생활을 하면서 만난 수십여명의 간화선 선사들들 또한 이구동성으로 “위빠사나는 낮은 단계의(혹은 하근기들을 위한) 수행법일 뿐, 가장 수승한 수행법은 오로지 간화선”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경험들은 조계종 신도이거나 동국대 불교대학 주변에서 얼쩡거려본 이라면 누구나 한번씩 겪어봤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이같은 주장을 완전히 뒤없는 주장이 바로 문제의 『위빠사나』의 편자 김열권 법사에 의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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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7일 월요포럼의 발표자로 나온 김열권 법사는 “위빠사나로도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법사의 설명에 따르면 “부처님이 보리수 아래에서 12연기를 꿰뚫어 보시고 생사(生死) 없는 무상정등정각(無上正等正覺)을 구현하신 수행법은 위빠사나”이다.

김열권 법사는 “물론 다른 종교, 즉 힌두교나 요가에서도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고 설명했다. 김 법사가 소개한 고대인도의 철학들은 놀리우리만큼 불교와 유사했다.

“브라흐만은 공(空)이다.”(찬도갸 우파니샤드)

“지혜가 브라만이다.”(아이타레야 우파니샤드)

“아트만으로부터 모든 세계∙호흡∙신(神)들∙존재들이 나온다.” “모든 것에 존재하는 당신의 아트만이다.”(아란야카 우파니샤드)

하지만 김 법사는 이러한 것들이 유사불교일 뿐 결코 불교는 아니라고 단정했다.

김 법사는 “이러한 것들이 얼핏 보기에는 화엄경의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일즉다 다즉일(一卽多多卽一)의 법계연기와 유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단계는 오온의 깊은 무의식 단계로, 제8식 아뢰야식의 영역 중 우주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단계들은 부처님이 출가한 후에 찾아간 알라라 칼라마와 웃타카 라마풋타의 경지에서도 가능한 것들이라는 것이다.

김 법사는 “부처님 또한 출가 후 당대의 힌두교 요가 수행법의 최고 경지인 사마타 8선정인 비상비비상처정(非想非非想處定)을 얻고도 깨달음을 실현하지 못하자 보리수 아래에서 위빠사나로 수행을 하셨고 이후 깨달음을 얻으셨다”고 설명했다.

결국 부처님이 얻은 깨달음은 부처님의 수행법, 즉 위빠사나로 가능하다는 주장인데, 그 요체는 위빠사나를 통해 12연기를 꿰뚫어보고 생사를 벗어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부처님이 얻으신 위없는 깨달음은 오로지 위빠사나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가. 간화선으로는 불가능한 것일까.

김 법사는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간화선만을 강조하는 한국 수행 풍토내지 수행법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문제는 “화두선에 대한 점검이 오로지 조사어록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김 법사는 불교의 모든 수행법은 부처님의 말씀 속에서 점검이 가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빠사나에서는 4과를 중심으로 열가지 결박의 번뇌를 제거하는 과정이 아함경에 의해 체계화되어 있다. 반면 화두선은 조사어록에만 의존하고 있다. 구체적인 보림법과 단계적인 수행 점검법을 아함경의 4과, 능엄경의 50마 등에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화두선의 난제를 풀어갈 것인가.

김 법사는 “이를 위해서는 위빠사나와 간화선을 대립된 개념으로 볼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점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법사는 위빠사나냐, 간화선이냐가 핵심이 아니라 정견이 확고히 서있는 것이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정견이 확고히 서있으면 수행법은 많을수록 좋다. 정견이 없는 수행은 내 수행법이 최고라는 테크닉 논쟁에 휘말릴 수 있다. 중도연기에 대한 정견 특히 불법의 핵심인 오온 12연기에 바탕한 유식과 중관에 투철한 이해가 없으면 수행의 깊은 단계에서 힌두교와 구별할 수 없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즉 8선정을 능엄경과 오온 12연기에서 체험적으로 구분하지 못하면 화두와 우빠니샤드, 위빠사나와의 구분이 되지않아 결국 자신을 미혹을 빠뜨리게 된다는 것이다.

김 법사는 이밖에도 위빠사나에 대한 몇가지 오해와 대안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우선, 우리나라에 소개된 위빠사나는 미얀마의 마하시 선사가 체계화한 수행법이 주를 이루는데, 남방에는 이외에도 많은 수행법들이 있다. 특히 태국에는 아짠문이 체계화한 염불 위빠사나가 널리 퍼져있는데, 이처럼 다양한 위빠사나를 수행해서 우리에게 맞는 수행법을 계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대승불교에서도 위빠사나의 전통이 있었다. 용수 이후의 대승 경전에 입각한 위빠사나와 원효의 『금강삼매경론』과 『기신론』에 입각한 대승 위빠사나를 복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의 수행법을 대승 위빠사나로 보는 관점 또한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김 법사는 “현재 남방불교는 아비담마, 중국은 아미타불 혹은 선종, 일본은 종파불교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통불교가 바탕에 있기 때문에 근본불교가 복구될 수 있는 가장 유리한 전통과 풍토를 갖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 부처님 당시로 되돌아가 아함경부터 다시 연구하여 수행의 체계를 복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수행법 계발을 위해 남방∙티베트∙중국∙일본 등에 많은 유학생을 보내야 하며, ‘내 것이 최고’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우리의 전통선을 살피면서 부처님의 경전 안에서 다른 수행법을 과감히 받아들여 새로운 1000년을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김 법사의 주장이다.

한국이 21세기 불교의 종주국으로 우뚝 솟아오르기 위한 해법은 결국 ‘위빠사나’의 대승적 수용에 있다는 것이 이날 김 법사의 논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