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보기지눌 스님의 정혜결사, 요세의 백련결사, 근현대의 봉암사 결사. 한국불교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결사운동들이다.

'이념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수행을 하면서 불교교단을 새롭게 개혁하고자 실천한 공동체 운동'으로 풀이되는 결사는 항상 사람‘들’, 그리고 공동체라는 수식어가 함께 한다. 여럿이 뜻을 모은다는데 결사의 근본적인 의미가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럿이가 아니라 스스로 수행하는데 결사의 정신이 있다며 반드시 2인 이상이 아닌 홀로 결사를 전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화제가 되고 있다.

4월 19일 동국대 다향관에서 열린 보조사상연구원 월례발표회에서 결사 개념의 재검토와 탄허의 결사운동을 발표한 김호성 동국대 인도철학과 교수는 ‘홀로결사’라는 파격적인 주장을 제기했다.

김호성 교수가 새롭게 정의한 결사는 다음과 같다.

“불교교단의 문제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서 직접 그 상황 속에 참여하여 개혁하고자 하는 대신, 그 상황으로부터 피은(避隱)하여 먼저 스스로 수행함으로써 장차 그러한 상황을 극복하고자 하는 일을 말한다. 그것은 권력이나 정치를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므로, 종단의 제도나 조직을 활용하지 않는 순수 민간, 재야 차원이어야 한다. 탈권력 내지 탈정치를 지향하므로 반드시 2인 이상의 모임이 아니어도 무방하다.”

김 교수는 홀로라는 말과 결사라는 말이 갖는 모순적인 구조를 스스로 시인했다.

“홀로와 결사는 호응되기 어려운 모순개념이다. 홀로결사는 결사가 아니다. 사전적 의미에서 결사는 둘 이상의 모임이거나 조직이기 때문이다. 결사개념의 재정의는 곧 결사의 해체를 의미한다. 바꾸어 말하면 앞으로 굳이 모임이나 조직으로서의 결사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모순된 의미임을 스스로 시인하면서도 왜 김호성 교수는 굳이 결사라는 말을 써 홀로결사를 주장하는 것일까.

이제 우리가 해야할 결사의 방향으로서 참여는 권력이 있는 곳을 향해서가 아니라, 권력이 없는 곳을 향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종단이나 제도, 조직을 향해서가 아니라 대중을 향해서이다. 이제 결사 개념은 잃어버렸다. 대신 결사 아닌 결사로서의 홀로결사만이 살아남아있다. 살아남아있는 홀로는 무엇일까. 바로 결사의 정신이다.

김 교수의 홀로결사는 이날 토론으로 참가한 김광식 부천대 교수와 홍사성 불교평론 주간의 비판은 물론, 청중으로 참가한 불교학 연구자들로부터도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김광식 교수는 “결사가 반드시 공동체 운동이 아닐 수도 있다는 김호성 교수의 주장은 그렇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역사적 사실로 보건대 결사는 다수의, 공동체적인 성격과 활동을 갖고 있었다. 아닐 수도 있다면, 그런 경우는 희소하고, 만약 그런 경우가 있다면 별개의 이름을 붙여주는 것이 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크게보기홍사성 주간은 “올바른 수행을 위해 공동체에서 같이 생활할 것이냐 홀로 살 것이냐. 홀로결사냐 공동체운동이냐 하는 것도 선택의 문제는 아니다. 홀로결사는 자칫하면 개인을 나태하게 할 수도 있는데 반해 공동체 생활은 대중의 힘에 의해 자기를 규제하는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결사의 내용과 건강성에 대한 비판은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공동체에 같이 사느냐 홀로 사느냐 하는 형식 자체에 대한 부정은 조금 극단적인 데가 있다”고 지적했다.

홀로와 결사가 양립할 수 있는 개념이냐, 결사라는 역사학적 근거가 분명한 용어 대신 다른 용어를 사용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론이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홀로결사를 주장하는 김호성 교수의 논지는 사실상 현재 불교계에 대한 강한 비판의식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이날 참가자들의 공통된 견해였다.

그 어느 때보다 △△승가회, ○○문도회가 난무하고, 이들의 상당수는 불교개혁을 부르짖으며 결사의 성격을 띄고 있음을 스스로 역설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불교가 타락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는 오늘날.

결사라는 머리띠만 있고, 머리는 없는 현실에 대한 극단적인 비판이 바로 홀로결사, 즉 승가공동체의 이익이나 정치권력에 대한 갈망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성찰과 치열한 수행정신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김호성 교수의 홀로결사 주장은 불교학자, 종립대 교수로서 종단, 교단에 대해 품고있는 비판의식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이를 김호성 교수는 홀로결사라는 단어를 통해 강하게 표출했다.

현재 조계종단의 모태로 일컬어지는 봉암사 결사가 올해로 60주년을 맞았다. 앞으로 60년이 흐른 뒤 우리 다음세대들은 김호성 교수의 홀로결사를 무엇이라고 정의내릴 것인가.

그의 주장이 현재 불교계의 현실을 직시하는 아주 날카로운 메스라는 측면에서 그의 주장 또한 현실에 대한 도피, 내지는 거대종단에 대한 용기있는 외면이라는 평가가 나오지 않을까 추측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