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미니(예비 여스님)의 감소가 우려할 수준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한국불교의 마지막 버팀목으로 평가받아온 비구니계의 심각한 위축이 불가피하다. 조계종이 4월 15일 발표한 불기2551(’07)년 통계자료집에 따르면 사미니의 숫자는 전년(2006년) 대비 77명이 줄어든 1,212명에 머물렀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최근 5년째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에 따르면 여행자의 경우, 지난 2003년에 185명이 지원했고, 2004년 165명, 2005년 164명, 2006년 152명, 2007년 128명으로 줄어들었다. 이들 중 승려기초교육을 마치고 사미니계를 수지한 수료자는 2003년 157명에서 2007년 109명까지 해마다 크게 줄었다. 2006년과 2007년 두 해만 비교할 경우 지원자는 15.79% 수료자는 18.66%씩 각각 감소했다. 이 같은 감소세는 지난 5년 간 지속 된 현상으로 향후 비구니 강원 및 선원은 물론 비구니 사찰의 운영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 확실하다.

조계종 총무원도 사미니의 급격한 감소현상에 대해 고민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어 난감해 하는 분위기다. 총무원의 한 간부는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활발함에 따라 결혼을 하지 않고 살아가는 독신여성이 급격히 늘어나는 사회적 흐름(트렌드)이 출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고 추정했다. 20대부터 30, 40대 여성들이 결혼을 하지 않고도 살아가는데 불편이 없는, 따라서 출가에 대한 고민이나 기회가 이전에 비해 줄어들 수밖에 없는 현 우리사회의 새로운 트렌드가 출가에 대한 관심을 줄어들게 한 것 같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 트렌드만으로 여성출가의 급감 추세를 설명하기에 무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천주교 여성수도자인 수녀(여성수행자)의 경우 입회자 증감률이 지난 2000년대 들어 정체 또는 평균 5% 안팎의 감소세로 나타나고 있지만, 조계종의 경우처럼 20%에 가까운 급속한 감소를 기록하고 있지는 않다.

원광대와 영산대 관련학과 출신을 대상으로 출가 서원식을 받는 원불교 역시 여성출가자의 수가 정체 또는 약간의 감소세이긴 하지만 눈에 띠는 감소라고 볼 수는 없는 실정이다. 조계종의 여성 출가자 감소 이유를 단순히 사회적 트렌드로만 한정지을 수 없는 이유다.

일선 포교현장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한 중진 비구니 스님은 이에 대해 “궁극적인 문제는 포교의 부재, 즉 사람에 투자하지 않는 한국불교의 안일함”을 그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았다. 이 스님은 또 “천주교나 타 종교와 비교해서 불교계의 여성 출가자 수 감소가 두드러지는 이유를, 단순히 사회적 현상으로 돌리는 것은 문제”라며 “어린이와 청소년 등 젊은 층에 대한 포교를 외면해온 예고된 결과”라고 꼬집었다.

비구니계의 중진으로 있는 또 다른 스님은 “출가를 결심하고 절에 들어와서 행자생활을 하다가 절집의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중에 나가는 경우도 많다”며 “두 자녀 이하의 가정에서 자라난 자유분방하고 개성을 존중받으며 자라난 세대에게 과거 절집의 엄격한 질서를 요구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인가 이제는 고민해보아야 할 시점”이라고 분석했다.이 스님은 또 “심심하면 터져 나오는 몇몇 스님들의 비승가적 행태와 분규사태 등으로 승가의 사회적 위상이 총체적으로 추락한 것에도 한 원인이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상에 대한 정확한 분석 없이 적절한 대안을 찾을 수는 없다. 비구니 스님들은 바람잘 날 없는 불교계를 지탱하는 큰 버팀목으로 평가받아왔다. 비구니 스님들에게 불교의 미래가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은 것이 불교계의 현실이다. 조계종총무원이 여성출가자의 감소를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될 당위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