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를 공부한 분들에게 ‘한국불교의 특징은 무엇인가’를 물으면 회통불교라고 대답한다. 회통불교란 부처님의 다양한 말씀이 골고루 전파되어 신행되는 불교를 말한다.

한국불교 속에는 한 두 개의 종파만이 있어 왔던 것이 아니다. 교리를 중시하는 교종, 선을 중시하는 선종, 계율을 중시하는 율종, 론을 중시하는 논종, 등이 존재하였고 교종 속에도 법화 사상, 화엄사상, 정토사상 등 여러 가지 사상이 폭넓게 전개되어 왔다.
그런데 이와 같은 한국불교의 회통된 모습에 과연 그림자는 없는 것일까. 부처님의 방대한 설법이 오랜 세월 동안 한국 역사에서 폭넓게 연구되고 실천되었다는 사실은 가히 자부심을 가질만하다. 하지만 이와 같이 회통된 불교가 어느 곳을 향해 얼마만큼 중생들에게 바르게 전해지고 회향되었는가를 살펴본다면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불교의 회통은 왕족귀족에 국한

엄밀히 말해 한국불교의 모든 사상과 실천은 그 사상이 아무리 심오하고 그 실천이 아무리 위대했어도 부처님의 정법을 사회 저변에 심어주는 데는 그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한국불교에 회통이 있었다면 그것은 출가한 왕족귀족을 중심으로 한 특정계층에 국한 된 회통이었지 중층과 하층에 속한 사람들과는 동떨어진 회통이었다.

그저 일반계층의 사람들에게 불교에 대한 신심과 이해가 있었다면 기복에 입각한 미신적 신심과 권선징악과 인과응보에 대한 이해가 있었을 뿐이다. 상층의 몇몇에서는 화엄을 논하고 돈오를 논하였지만 하층의 대다수에서는 불교와 무속이 뒤섞인 잡탕신앙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이렇게 볼 때, 지나치게 표현한다면 한국 불교의 특징은 상층에 근거를 둔 학문적 근거에 있어서는 회통불교인지 몰라도 하층의 일반적 신앙형태에 있어서는 회통이 아닌 잡탕이었다고 할 수 있다.

정법 간데 없고 잡탕식 불교만 판쳐

이는 현재의 한국 불교 상황만 보아도 수긍을 할 수 밖에 없다. 한국 불교 저변에 과연 부처님의 법이 살아 있는가? 천만 이천만의 수효를 앞세우는 불자들 대부분의 신심에 화엄과 법화와 선의 가르침이 들어 있는가? 극히 몇몇을 제외 하고는 없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현재의 불자들에게 있어서도 부처님이 설하신 법에 입각한 믿음은 거의 없고 막연한 신앙 행위만이 더욱 성행할 뿐이다.
종교는 인간에게 새로운 세계관, 인생관, 생사관을 심어주고 참되고 영원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어야 한다. 종교의 힘은 가르침에 대한 이해와 확신에 의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불교는 막연하게 흘러가고 있다. 종지도 없고 정통성도 없고 정체성도 없는 수많은 종파가 난립 하는가하면 무당이 절을 짓고 아무나 승복을 걸친다. 아무리 말법시대라 해도 오늘날의 한국불교와 같이 혼란한 불교는 없다 그 결과 이제 한국 불교는 역사의 중심축으로부터 밀려나기 시작하여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타종교에 그 자리를 내어주고 말았다.

정법 바로서지 않으면 한국불교 소멸할 것

모든 사회적 이목과 세력이 어디를 향해 있는지, 그 흐름의 주체가 누구인지를 구태여 말을 하지 않아도 짐작하리라 본다. 이제 한국불교는 기로에 서 있다. 이대로 밀리느냐? 다시 한 번 도약하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가르침인 부처님의 법이 불자들에게 제대로 심어지지 않는다면 한국불교의 희망은 없다. 미신 불교, 잡탕불교를 없애지 않고 불자들의 믿음에 법이 심어지지 않으면 한국불교는 소멸하고 만다. 진정한 회통은 중생을 향해 움직여야만 한다. 그 움직임만이 한국불교에 희망을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