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불교재가연대 김동건 대표가 티베트에서 벌어지고 있는 티베트인에 대한 중국정부의 유혈진압에 대해 유엔의 결단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최근 발표했다.

김동건 대표는 이 서한에서 “누구의 편을 들어달라는 것이 아니라 반 총장의 소신대로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하여 좀더 책임있게 행동해달라”고 촉구했다.

<다음은 공개서한 전문>

평화를 위한 당신의 용기를 기대합니다!- 반기문 UN사무총장에 보내는 공개서한 -반기문 UN사무총장님,같은 한국인으로서 당신이 UN사무총장으로 선출되던 날 매우 기뻐하였던 기억이 납니다.

UN은 세계 평화와 인류 공존을 위해 존재하는 글로벌 기구입니다. 그러므로 당신은 이 아름다운 지구별 전체를, 지금 대표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신은 티벳 사태가 발발한 직후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였습니다. 중립적이면서 매우 신속하게 당신의 입장을 표명한 것에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당신의 주문과 다르게 상황은 매우 악화되고 있습니다.

중국정부는 군과 경찰을 투입하여 티벳 곳곳에서 검거선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일부 언론의 보도에 의하면 6백명의 승려들이 잡혀 어딘가로 끌려갔다고 합니다. 티벳인들 역시 저항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눈 앞에서 형제자매들이 죽고 끌려가는데, 어떤 이들이 가만히 있을 수만 있겠습니까?저는 지금 당신이 중국이나 티벳 어느 한쪽 편을 들어달라고 이 편지를 드린 것이 아닙니다. 당신의 주장대로 사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기 위해서 당신이 좀 더 책임있게 나서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하고자 할 뿐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신은 먼저 인권이라는 보편적인 상식에서 티벳의 상황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정부는 자신들이 법에 의거해서 민주적인 방법으로 시위를 진압하겠노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군대도 총도 사용한 바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중국정부는 이미 시위 초기에 군대를 투입하고 총을 쏘았습니다. 하나둘 현지에서 찍은 여러 사진이 공개되면서 거짓말이 드러났습니다. 게다가 중국은 기자들을 티벳 밖으로 추방하고, 티벳으로 향하는 교통과 통신 모두를 봉쇄하였습니다.

지금 티벳은 완전히 세계와 차단된 고립된 섬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우려를 금할 수 없습니다. 법에 의거해 평화적으로 처리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바깥으로 향하는 문을 완전히 걸어 잠그고, 모든 것을 완벽히 통제합니다. 더구나 ‘전쟁’이라는 표현을 쓰면서요.

이런 상황을 대체 어떻게 봐야 하겠습니까?최소한 중국은 언론에게 취재의 자유를 허용하고, 총과 탱크를 앞세운 군대를 철수시켜야 합니다. 합법적인 집회와 시위를 보장해야 합니다. 민주주의의 이러한 초보적 원리가 지켜지지 않는 작금의 상황에서는 어떠한 중국의 주장도 설득력이 없습니다. 바로 이 점에 대해서, UN은 중국정부에 상식적인 주문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취재를 허용하고, 최소한의 인권보호를 위한 장치가 티벳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의 관심과 참여를 촉구해야 합니다.존경하는 반기문 총장님,중국은 이번 티벳의 시위가 ‘달라이 라마 집단이 사주한 것’이라고 극력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해 달라이 라마는 ‘내가 사주한 것 까지도 다 포함해서 조사할 수 있으니 UN이 나서달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달라이 라마의 주장이 매우 상식적이며 적절한 요구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형태로든 하루빨리 UN조사단을 파견해야 합니다. 얼마전 버마에 파견한 당신의 특사가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적절한 파견 시기를 놓쳤기 때문입니다. 이 점을 잘 아는 당신이 또 한 번 착오를 겪지 않기를 바랍니다.

뻔히 알면서도 조사단 파견을 늦춘다면, 그래서 또 뒷북을 친다면 세계인들은 당신의 진의를 의심할 수 밖에 없습니다.티벳에서 1959년과 같은 대규모 학살이 재현되어서는 안됩니다. 그것은 인류모두의 아픔이자 역사의 퇴보가 될 것입니다. 이를 막기 위해 저는 당신께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습니다.

최소한 지금 시위대가 피신하여 있는, 승려들의 거주처인 사찰에 대해서만은 중국정부가 어떤 이유로든 군경을 투입하지 않게 하여야 합니다. 만약 총칼을 앞세운 군대가 사찰에 난입한다면, 수천 수만명의 희생자가 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입니다.남북이 대결하는 한반도에서 비무장지대, 즉 DMZ가 완충역할을 하였듯이 최소한 티벳 내의 사찰만이라도 중국군이 진입하지 못하도록 당신이 나서주십시오.

그렇지 않고 1959년처럼 중국군이 사원에 난입하여 승려들을 체포하고 학살한다면 사태는 정말 걷잡을 수 없어질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전 세계의 불교도들과 종교인들, 양식있는 세계인들은 야만의 되풀이에 크게 분노하고 저항할 것입니다.

최소한 티벳의 사찰만이라도 DMZ로 남겨놓을 것을 중국정부에 적극 제안하여 주십시오. 그래서 인류역사가 크게 뒷걸음질 치지 않도록 UN이 최대한의 역할을 하여야합니다.반기문 총장님,중국과 같은 강대국에게 이런 제안을 하시는 것이 쉽지 않으리라는 것을 잘 압니다. 그러나 그렇기에 당신의 용기와 실천이 더욱 필요합니다.

인류보편의 가치인 인권과 평화를 위해 나서는 당신을 보고 싶습니다. 그 때 우리 한국인들은 당신을 가장 자랑스런 한국인으로 기억할 것입니다. 평화를 위한 당신의 용기를 보고 싶습니다.청안청락하시길... 2008년 3월 20일정웅기 드림 (참여불교재가연대 협동사무처장 / 前달라이라마방한준비위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