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티베트의 분리 독립을 요구하는 시위대에 발포해 최소한 2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올림픽이 채 다섯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벌어진 이번의 유혈사태로 중국 정부는 주최국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유혈 사태가 벌어진 곳은 티베트인이 거주하는 시짱자치구의 수도 라싸. 이번 시위는 티베트의 독립 봉기 49주년 기념일인 지난 10일, 라마승 100여 명의 시위로 시작돼 14일 중국경찰의 발포로 인한 유혈사태까지 거세게 이어졌다.

시위가 격화된 것은 어제(14일) 오후부터. 외신에 따르면 중국정부의 교묘하고 악랄한 티베트 말살 정책에 항거하는 승려와 시민 1,000여 명이 라싸 중심가에서 한족 소유의 상점과 자동차 등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곧바로 무장 경찰이 동원됐고 시위대를 향해 실탄과 최루탄이 발사됐다. AFP통신은 이 과정에서 여러 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자유 아시아 방송은 최소한 2명이 숨졌다고 목격자들을 인용해 전했다. 부상자도 다수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4일 최악의 유혈사태가 발생하자 인도에 망명중인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는 중국 정부를 비난하며 무력진압 중단을 촉구했다. 미국과 EU 등 서방도 중국에 자제를 요청했다.

특히 숀 매코맥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긴급 논평을 통해 부시 대통령은 중국이 달라이 라마와 대화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티베트의 독립시위가 유혈사태로 비화되면서 올림픽을 통해 국가 위상을 높이겠다는 중국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외신종합>

<해설>

피로 얼룩진 티베트의 57년 독립운동사

中, 1950년 침공… 65년 자치구 인정 후 압제

중국은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10월 티베트를 침공했다. 달라이 라마는 유엔과 영국 등 국제사회에 지원을 호소했으나 실패로 돌아갔다.

이듬해 5월 중국과 티베트는 중국의 지배권과 티베트의 자치권을 인정하는 17개항의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또한 중국은 티베트 수도 라싸에 민간 주재기관과 군사사령부를 설치하고 시캉성 창두 지구를 편입 받았다. 이때부터 티베트 분리 독립 운동의 불씨가 점화되기 시작했다. 1951년 9월 9일 중국이 인민해방군 부대를 라싸에 진주시키면서 17세기경부터 현지 불교 최고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가 정치적 지도자를 겸해온 티베트가 사상 처음 중국에 강제 합병됐기 때문이다.

중국은 티베트의 봉건 잔재 일소와 학교·병원·철도·산업 등의 현대화를 약속했으나 내부적으로는 달라이 라마에 대한 공격과 티베트 불교 격하에 주력했다.

또한 중국인들이 대거 티베트로 몰려들어옴에 따른 자원 부담과 양쯔강 상류의 동부지역에 살고 있는 티베트인에 대한 중국인들의 박해 때문에 1959년 3월10일 라싸에서 대규모 독립시위가 발생했다. 달라이 라마를 지도자로 내세운 이 시위는 1만 5000여명의 희생자만 남긴 채 실패로 끝났다. 시위를 주도한 달라이 라마와 그의 추종자들은 히말라야를 넘어 인도로 망명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문화혁명 시기(1966~1976년) 수많은 티베트 불교 사원이 약탈되거나 파괴됐고 공산주의를 거부하는 티베트 승려 수천 명이 고문을 당하거나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때부터 인도 다람살라에는 티베트 망명정부가 존재하고 있다. 이 시위 이후 중국은 티베트에서 독재를 실시했다. 사유재산을 빼앗고 사회구조도 농민조합을 중심으로 한 집단체제로 바뀌었다. 또한 중국의 꼭두각시를 임시 행정부의 의장으로 앉히고 수많은 불교 사찰을 폐쇄했다.

그 뒤부터 중국은 티베트인의 여행자유 제한, 농업생산의 독려, 강제 노동 등 탄압정책을 지속적으로 펴왔다. 하지만 중국의 탄압정책이 강화되면 될수록 티베트인의 자유와 독립에 대한 열망도 이에 비례해 커졌다.1961년과 1962년의 가뭄을 계기로 게릴라전이 계속됨에 따라 중국은 유화정책을 일부 도입했다.1965년 중국 정부는 티베트를 자치구로 만들어 민족자치를 인정했다.

그러나 중국의 정치적인 탄압은 계속됐다. 군과 경찰을 동원해 무력으로 독립 요구 시위를 무자비하게 진압했다. 하지만 티베트인들은 이에 굴하지 않았다. 1984년과 1987년 독립시위에 이어 1989년 3월5일에도 라싸에서 대규모 독립시위를 벌였다. 비록 중국군의 계엄령 선포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지만 그것이 그들의 독립에 대한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20년이 흐른 지난 10일부터 티베트에서 승려가 주도된 독립시위가 들불처럼 거세게 일어나면서 14일 발포에 따른 유혈사태까지 발생했다.

중국정부가 공들여 추진 중인 베이징 올림픽을 코앞에 둔 시기에 벌어진 티베트인들의 독립시위가 중국에 의한 고난과 핍박의 57년 역사에 과연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 세계인의 이목이 라싸로 쏠리고 있다.

<티베트 독립운동 약사>

▲1951년 중국, 티베트 강제 합병

▲1959년 티베트인 항쟁, 수천 명 사망

달라이 라마, 인도에 망명정부 수립

▲1965년 중국, 티베트를 자치구로 지정

▲1989년 후진타오 당시 티베트 서기, 독립 시위 유혈진압

달라이 라마 노벨평화상 수상

▲1993년 망명정부와 중국 공식교류 중단

▲2003년 망명정부 대표단, 베이징 방문해 중국과 협상

▲2005년 달라이 라마 문화와 정신을 보존한다면 중국 통치 수용

▲2008년 3월 망명 티베트인들 베이징 올림픽 개최 항의 행진, 티베트 자치구 내 승려 주 도로 소요 사태 발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