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원장 자승 스님)이 입법발의한 ‘준직선제’ 총무원장 선거제도 개선안이 제198회 임시회에서 논쟁 끝에 이월됐다.

총무원장 선거제도 개선안은 총무원장 선거권자의 범위를 승납 20년 이상, 법계 대덕(혜덕) 이상의 승려로 해 6천여 명의 종도가 선거에 참여하도록 하는 준직선제로, 입법발의 후 논란과 주목의 대상이 돼왔다.

논의 과정에서는 특히 종회의원 자격(승납 15년)과 선거권자 자격(승납 20년)이 상치돼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점이 부각됐다.

종회의원 영담 스님(아래 사진)은 이 안건 상정에 앞서 “이번 총무원장 선거법은 통과가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야당에서 반대해 통과하지 못했다’는 구실로 삼으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영담 스님은 “이번 개정안은 총무원 주최 공청회에서 내세운 안과 다를뿐더러 공청회에서 합의가 도출되지 못한데다 이마저 1회에 그쳤을 뿐”이라고 꼬집었다. 또 “승가에 뿌리 깊게 박혀있는 비구니 차별의식에도 불구하고 종도들을 대상으로 한 충분한 설득과정 없이 개정하려 하는 것은 입법예고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려는 저의가 명백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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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실장 일감 스님이 “직선제에 대한 요구가 너무나 강하고 의견수렴 과정과 입법예고 기간 동안 직선제에 대한 요구가 대부분이어서 직선제로 발의하게 됐다”며 입법취지를 설명한 이후에도 의원들의 비판은 계속됐다.

영담 스님은 “94년도에는 전국을 순회하면서 공청회 해서 종헌을 만들었다. 종헌을 바꾸려고 하면 동의를 충분히 얻는 절차를 거쳐야지 종회에 던져놓고 알아서 하라는 것은 야당에서 반대해서 안됐다고 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얼만큼의 진실성을 가지고 노력했느냐가 중요한데 공청회 한 번 하고 책임을 다했다고 하면 누가 공감하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초격 스님이 “총무원장 선거 공약에 대한 부분인데 진실성과 의도성을 의심하는 것은 맞지 않다. 속기에서 삭제하기를 요청한다”고 해 논란이 됐다. 영담 스님이 “종회의원 발언에 대해 사감을 가지고 삭제를 요청하나. 사과하라”고 요구하고 종회의정 향적 스님이 “종회의원의 발언권은 보장돼야 한다”고 중재해 초격스님이 사과하는 것으로 논란은 마무리 됐다.

한편 비구니 의원인 계환 스님도 총무원장 선거법 개정안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계환 스님은 “비구니 선거권에 대해 좀 더 교감을 이루고 공감대를 형성한 후에 비구니 선거권에 대해 비구 스님들이 수용할 수 있는 여건과 정서가 될 때 발의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선거권자 자격을 승납 20년 이상으로 규정한 부분도 뭇 의원 스님들의 질타를 받았다. 장적 스님은 “승납 10년이면 말사주지 자격이 있다. 말사 주지 할 수 있다면 종단 교육원에서 교육 받고 안목 갖게 된다”며 승납 설정의 이유를 물었고, 일감 스님은 “10년은 수행하고 익혀야 하는 시기라고 봤고 종단을 보는 안목이 열린 상태가 되려면 20년은 돼야한다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이에 영담 스님은 “종회의원 자격이 15년이다. 선거권자 자격이 20년이라면 종회의원은 선거의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고 현근 스님도 “종회의원 자격은 승납 15년인데 총무원장 선거는 20년을 한다고 하면 모순”이라고 동의했다.

종앙종회에서 구성한 종단쇄신위원회에서 마련한 선거법 개정안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점도 이 개정안의 문제점으로 꼽혔다.

지홍 스님이 “작년에 종회에서 쇄신위원회를 구성해 종도 의견을 취합해 선거법을 성안해 집행부에 넘겼다. 그 법안은 어떻게 됐느냐”고 묻자 일감 스님은 “쇄신위 안을 전달받았다. 쇄신안을 충분히 논의하지 못한 것은 유감이다. 하지만 선거 이전에 있었던 안이고 직선제는 총무원장 공약이었다”고 답했다.

도정 스님은 개정안 마련을 위한 객관적인 자료 확보를 주문했다. 도정 스님은 “공청회도 중요하지만 직선제와 간선제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기관에 설문조사를 의뢰해 연령, 승납, 비구, 비구니, 선방, 강원 등 분야를 나눠서 종도들의 생각을 취합하고 분명한 자료 데이터를 설득력 있게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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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실장 일감 스님과 총무부장 정만 스님이 총무원장 선거제도 개정안에 대한 중앙종회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의원들의 질문세례에 총무부장 정만 스님이 발언에 나섰다. 정만 스님은 “많은 의원 스님들이 우려하는 가운데서 법안에 대해 질타해준 내용을 잘 듣고 있다”면서도 “다만 원장스님이 종도들에게 한 공약사항이고 입법예고를 통해 한 번이지만 공청회를 열어 의견 청취했다”고 항변했다.

정만 스님은 “부족한 부분 있겠지만 총무원장 발의로 종회에 부의된 법안이니 만큼 종회에서 판단해서 결정해주면 따르겠다”고 공을 넘겼다.

중앙종회는 결국 이 법안을 다음 회기로 이월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