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농성장 강제 철거가 6월 11일 새벽 시작됐다. 경찰과 밀양시는 농성장에 공권력을 투입했고 밀양 주민들은 분뇨를 뿌리고 쇠사슬로 몸을 묶는 등 격력하게 저항하고 있다.

불교계는 정부의 행정대집행이 예고된 10일 공권력 투입을 우려하고 주민과의 대화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조계종 환경위원회(위원장 장명 스님)는 성명서를 통해 “밀양송전탑 행정대집행을 중단하고 즉각 주민과 대화하라”고 촉구했다.

환경위원회는 “대다수가 노인들인 지역주민들이 열악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현장을 점거하고 시위에 나서는 등 심각한 상황이 계속되어 왔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6월 11일 새벽 행정대집행을 강행하겠다하니 매우 심각한 우려가 예상된다”고 했다.

환경위원회는 “10여년이 지난 현재에 이르기까지 정부와 한전은 과연 무엇을 하였는가 반문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그동안 주민들은 여러 가지 대안들을 제시하며 대화를 시도했지만, 한전은 아랑곳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공사를 강행하여 왔으며, 국회차원의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에서도 정부와 한전은 대화의 기본도 지키지 않은 채 모든 대화를 무산시키고 오로지 공권력에 의지한 공사강행만을 고집하여 왔다”고 비판했다.

환경위원회는 정부에 ▲정당성과 명분 없는 송전탑 공사 중지 ▲공사강행 행정대집행 중지 및 주민들과 대화를 통한 재협의 ▲원전 확대정책 포기 및 전기수요관리와 재생가능에너지 개발 정책으로의 전환을 촉구했다.

조계종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본부장 도법 스님)도 정부의 공권력 투입을 우려하는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결사추진본부는 불교계가 적극적으로 대화의 장을 만들겠다고 피력했다.

결사추진본부는 “고립되어 극도로 흥분한 주민들에게 경찰력을 투입한다면 불행한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은 불 보듯 하다”며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비통함에 젖어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사회적 불행이 발생한다면 이 공동체에 절망은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결사추진본부는 “밀양 주민들은 정부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고 정치인들과 종교계에 중재를 간절히 호소하고 있다”며 “불교계를 비롯한 종교인들이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설 것이며 필요하다면 현장에도 내려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