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보기부처님이 계신 아름다운 나라, 닫집! 닫집은 불교사상의 상징물로 대중이 깨달음을 얻게하고 그들의 신심이 고양시키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불교성보 중의 하나다. 사람들이 닫집을 정성껏 아름답게 최고의 솜씨를 뽐내어 제작해 장식한 것은 존경하는 부처님을 화려하고 아름다운 집에 모시려는 종교적 신앙심의 발로라고 할 수 있다.

닫집은 한마디로 전각 안에 있는 불상의 머리 위를 장식하는 구조물을 말한다. ‘궁전 속의 궁전’, ‘열반의 집’, ‘반야용선 속의 부처님 방’, ‘깨달음을 얻은 보리수나무 그늘’ 등 그 상징하는 바가 아주 다양하다.

그런데 닫집은 그 빼어난 솜씨의 산물임에도 불구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대상으로 남아 있다. 전각의 주불(主佛) 위에 날렵한 처마가 달린 기와집 형태의 목조 구조물인데, 옛날 사람들은 뛰어난 작품을 보고 마치 하늘로부터 솜씨를 빌려와 만든 것 같다는 뜻으로 ‘교탈천공(巧奪天工)’이라 표현했는데, 사찰의 닫집이야 말로 교탈천공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빼어난 아름다움과 조각의 탁월성에도 불구하고 공중에 매달려 있어 사람들은 전각에 들어와서도 닫집을 제대로 보기가 어렵고, 불교계 역시 그 우수한 문화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아 닫집 제작과 수리 기술이 제대로 전수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건축조형물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것 중의 하나인 닫집의 전통양식과 제작기술의 대가 끊일 수도 있는 실정에 놓여 있다.

이런 와중에 대한불교진흥원(이사장 민병천)에서 닫집에 관한 단행본을 엮어 출간했다. 자랑스러운 전통문화인 닫집에 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나아가 전통 닫집의 보존에 일조하기 위해서다. 매우 의미 있는 출판이 아닐 수 없다.

대한불교진흥원은 이 책을 출간하기 위해 1년 이상 전국의 오래된 닫집을 하나하나 찾아가보고, 아울러 현재의 닫집 제작 현황을 조사했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상상 이상의 공력이 소요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대한불교진흥원은 닫집의 보존현황에 대해 많은 아쉬움과 문제점을 밝혀낼 수 있었다. 일반인은 물론이고 관계기관이나 전문가들조차도 닫집에 대해 관심이 태부족이었고, 문화재청 등 관련기관과 불교계가 합심하여 반드시 우리의 자랑스러운 닫집 문화를 전승해야 한다는 사명감 같은 것을 갖게 되었다.

대한불교진흥원이 이 책을 발간하자마자, 제일 먼저 책을 문화재청과 문화체육관광부 관련 공무원들에게 기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도목수, 단청장, 목조각장 등과 함께 마땅히 빼어난 문화유산인 닫집장도 지정, 배출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닫집은 흔히 대목장들이 만든 건물의 축소판으로 생각하기도 했지만, 전통적으로 소목장들이 제작해왔다. 건물을 이루는 부재를 깎고 다듬어 집을 만들고 거기에 온갖 장식을 하는 것은 고도의 정밀기술을 가진 장인의 섬세한 손길이 필요한 입체공예 예술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는 아쉽게도 그 명맥이 끊어져 가고 있다. 전통 제작기법이 점차 사라져 가고 있을 뿐 아니라 닫집을 만드는 장인도 얼마 남아 있지 않다.

이 책의 집필은 심대섭 한국전통건축연구원 대표와 활불교문화단에서 활동 중인 신대현 박사가 맡았다. 모두들 전통건축에 관한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전문가들이다. 심대섭 대표는 대학에서의 강의는 물론, 궁궐건축, 관영건축, 사찰건축, 민가 등에 대한 50여 권의 문화재 실측조사 및 수리보고서를 집필한 베테랑이다. 신대현 박사는 ‘한국의 사찰’, ‘한국의 사찰현판’, ‘적멸의 궁전 사리장엄’, ‘한국의 사리장엄’, ‘우리 절을 찾아서’ 등 수많은 저술을 낸 전통사찰 최고 전문가이다.

그런 덕에 닫집에 관한 첫 본격적인 전문서인 이 책은 아무도 다루지 않은 첫 번째 책이라는 것만으로 그 중요성을 평가받는데 그치지 않는다. 내용이 탄탄하고, 닫집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다룬 역저라는 평가가 무색치 않은 것이다. 특정한 분야를 처음 개척한 책인데도 내용과 형식이 모두 짜임새가 있다.

닫집의 구조와 명칭 등에 대한 세세한 정보를 수록하고 있고, 왜 닫집이 불교미술의 결정체 중의 하나로 꼽혀야 하는가를 닫집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에 대한 조명을 통해 입증하고 있다.

더욱이 현재의 닫집은 새로운 제작은커녕 기존의 닫집을 온전히 보존하기에도 버거운 실정이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닫집의 보존 뿐 아니라 손상된 전통닫집을 전통기법에 맞게 보수, 수리하고 닫집을 제작하고 수리하는 전문가를 무형문화재 지정을 통해 양성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재 지정은 닫집에 장인들의 관심을 쏟게하는 가장 현실적인 장치이기 때문이다. 이 책이 세상에 나온 연유가 거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