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제일 수지맞는 일은 공부하다 죽는 것이다.”

2년간의 치밀한 답사와 취재, 재가불자와 스님들의 생생한 증언과 자료를 통해 소설로 되살아난 노고추(老古錐) 혜암 대종사의 선기와 옹골찬 가풍! 혜암 대종사를 정찬주 소설가를 통해 다시 만날 수 있게 됐다.

소설 『가야산 정진불』은 성철 스님과 일타 스님의 생애를 소설로 조망했던 정찬주 작가가 승가와 재가를 구별하지 않고 오로지 ‘공부하다 죽어라’라고 서릿발같이 독려하던 조계종 제10대 종정 혜암당 성관 대종사의 생애와 가르침을 소설화한 작품이다.

크게보기해인사로 출가한 27세부터 방바닥에 눕지 않고 작고 하루 한 끼만 먹는, 이른바 장좌불와(長坐不臥)와 일종식(一種食)을 평생 지켰던 혜암 대종사. 스님은 당대의 대표적인 선지식으로 성철 스님 열반 이후 불교계의 정신적 지주로서 1994년과 1998년 조계종 분규 때 단호한 소신과 추상같은 의지로 종단개혁에 앞장섰다.

1998년 정찬주 작가는 성철 스님의 일대기를 소설로 쓰기 위해 해인사 퇴설당을 찾아갔을 때 혜암 대종사로부터 직접 “내 얘기를 소설로 한번 써봐.”라는 제안을 받았고, 이후 스님의 유훈을 간절하고 명료하게 전달하기 위해 2년간 지리산 상무주암과 도솔암, 문수암을 비롯해 태백산의 동암과 남해 용문사와 염불암, 설악산 오세암 등을 답사하는가 하면, 큰스님, 상좌스님들을 비롯한 주변의 많은 인물들과 재가불자들을 취재하여 얻은 증언과 자료를 모아 장장 10년에 걸친 대장정 끝에 『가야산 정진불』을 완성해냈다.

“나는 지금도 혜암 스님께서 생전에 ‘내 얘기도 한번 써봐.’라고 말씀하실 때의 그 해맑은 미소를 잊지 못한다. ‘미소를 지으면 누구나 부처님이 된다.’라는 금언처럼 수행의 궁극은 아이와 같은 천진한 미소에 다다르는 것인지도 모른다. 미소굴 의자에 앉아 입적에 든 순간까지 평생 단 한 번도 정진 이외의 것에 관심을 두지 않고 견성성불의 확신을 가지고 용맹정진하셨던 혜암 스님은 수행풍토가 흐려진 지금 더욱 빛이 나는 등대 같은 큰스님이시다.”

정찬주 작가는 늘 ‘공부하다 죽어라.’고 절절하게 말씀하셨던 혜암 스님의 삶을 통해서 독자 여러분도 자신이 가는 길을 확신하고 이웃을 배려하는 따뜻한 사람이 된다면 작가로서 더 바랄 게 없다고 말한다.

이 소설이 교계신문 <현대불교>에 연재되는 동안, 기자와 드문드문 만났던 정찬주 작가의 말 속에는 그가 늘 혜암 선사와 함께 하고 있음을 기자는 알아챌 수 있었다. 소설가란 그런 것이구나, 더구나 전기소설을 쓸 때의 소설가는 반쯤은 아니 거의 대부분이 소설의 주인공과 하나가 되는 것이구나, 라는 느낌을 받곤 했다.

생전 혜암 스님은 아마도 작가 정찬주가 성철 스님을 그린 소설 ‘산은 산 물은 물’을 떠올리며 당신의 이야기를 한 번 써보라고 말씀했을 것이다. 성철 선사가 소설 ‘산은 산 물은 물’을 통해 사바세계 중생들에게 더욱 다가갔듯이 당신의 생각과 정신, 그리고 수행이야기를 세연이 없어 미처 알지 못한 이들에게도 알리고 싶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리하여 작가 정찬주로 하여금 당신을 ‘소설로 다시 살리라’는 당부를 했을 것이다.

수행과 정진의 대명사였던 혜암 스님의 진면목, 그 인간적인 면모를 우리는 구도소설의 한 전형을 일군 작가 정찬주를 통해 올해 부처님오신날을 즈음해 만나는 행운을 갖게 되었다. 소설 『가야산 정진불』을 읽는 순간, 우리는 우리시대 함께 했던 우리 곁에 왔던 한 진솔한 부처를 온 몸으로 만나는 감동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 정찬주는?

1953년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졸업 후 글을 쓰는 작가로 살아오다가 진정한 ‘나’로 돌아가기 위해 남도산중에 집을 지어 들어앉았다. 산중에 있는 듯 없는 듯 무지렁이 농부처럼 잊힌 듯 살면서 자연의 섭리를 좇아 살고자 하는 그의 바람은 솔바람으로 시비에 집착하는 귀를 씻어 불(佛)을 이룬다는 뜻의 ‘이불재(耳佛齋)’라는 집 이름에 담겨 있다. 저서로는 장편소설 성철 스님의 일대기를 다룬 『산은 산 물은 물』을 비롯해 『하늘의 도』,『다불』,『만행』,『대 백제왕』,『야반삼경에 촛불춤을 추어라』, 『소설 무소유』 등의 구도소설과 산문집 『암자로 가는 길』,『자기를 속이지 말라』,『선방 가는 길』,『돈황 가는 길』,『나를 찾는 붓다 기행』,『정찬주의 다인기행』, 어른을 위한 동화『눈부처』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