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보기부모형제를 마다하고 오직 깨달음을 얻기 위해 세속을 떠난 스님들에게 어머니는 어떤 존재일까. 큰스님들과 또는 평범한 스님들의 어머니를 통해 삶의 근원인 어머니를 다시 찾는 책이 나왔다. 《어머니, 스님들의 어머니》(도피안사)가 그 책이다.

귀하디 귀하게 키운 자식을 산으로 떠나보낸 어머니의 마음은 과연 어떨까? 세상에 무엇이 그렇게 좋아서 자신의 어머니를 훌훌 떠나 산으로 갔을까? 그러나 그런 수행자들도 결코 어머니를 떠날 수 없다. 불교의 몰록 깨달음이 법이고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존재는 성인보다도 더 높은 법이기에, 오로지 깨달음으로만 도달할 수 있다.

이 책은 스님들이 어머니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조계종 종정스님은, 고승들은, 또 엘리트 스님들은 각각 어머니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흥미로운 주제다. 모두 일곱분의 스님들이 털어놓는 어머니로 인해 스님들은 삶의 근원인 진정한 어머니를 찾아간다.

부처님으로부터 티베트를 거쳐 중국과 한국의 고승들까지 어머니에 대한 생각을 스틸사진처럼 펼쳐놓는다. 공통점은 하나, 어머니야말로 진정한 스승이었음에 대한 깨달라이라마는 어머니 ‘데키 체링’을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 가장 친절한 분이셨다.우리는 비록 굶주렸지만 어머니는 단 한 번도 거지를 빈손으로 돌려보내신 적이 없었다”고 회고한다.

“저승과 이승은 하나의 이치요, 아버지와 자식은 하나의 기운이니 천리 밖에서 한 번 통곡하고 만 번 절하옵니다”라며 애절하게 어버이를 그렸던 서산대사, 산사 가까이에 어머니를 모시고 효성으로 봉양한 삼국유사를 쓴 일연, 홀로 된 어머니를 지극히 보살핀 태고보우, 입적하는 날까지 어머니의 묘소를 지킨 진묵대사 등의 이야기는 어머니의 의미를 넘어 출가인의 효를 드러내 보여준다.

생나무 가지를 찧는 영이별의 고통을 견뎌야 했던 ‘스님들의 어머니’, 낳아 기른 자식에게 큰 절까지 해야 하는 ‘스님들의 어머니’, 그렇지만 성인보다 더 높은 우리들의 어머니 이야기가 이 책 전반에 흐르고 있다.

인간생명의 원천이자, 영원한 고향, 어머니. 이 책은 법과 어머니를 동시에 내보여주고 있다. 막상 완성된 책을 받고 보니, 이 책을 기획한 안성 도피안사 송암 스님의 안목이 놀랍다. '돈오돈수, 하룻밤에 몰록 깨닫는 불교진리' 시리즈에 거는 기대가 설렘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이 책의 필진으로 법전 종정스님을 비롯하여, 고산, 정무, 석정, 원택, 불필, 지산, 원철, 현진, 월호, 송암 스님과 김영태, 김재영, 김재일, 이재운, 정찬주, 박원자 씨가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