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보기영어독해의 고전으로 알려진 〈영어순해〉의 저자 김영로 선생. 그가 아들을 잃은 슬픔을 딛고 새로운 삶으로 거듭나게 한 성자들의 말씀을 가려 뽑아 해설, 감동을 넘어 치유로 다가오는 책 〈죽음수업〉(민족사)가 출간됐다.

이 책은 필자 자신의 수행과 죽음을 위한 길잡이이기도 하지만, 온갖 질병이나 어려움으로 고통 받는 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는 책이다. 아무리 억울하고 괴로워도 모두 참된 사랑, 조건 없는 순수한 사랑 속에 머무소서! 이것 외에 다른 힐링(healing, 치유)과 행복으로 가는 길은 없음을 저자는 밝히고 있다.

저자가 책의 서문에서 밝힌 “오, 자비로운 스승님들이시여, 제가 겪은 아픔을 통해 이제 제가 모든 고통 받는 분들의 치유사가 되게 해 주소서!”라는 기원이 이 책의 성격과 가치를 대변해준다.

깊고 깊은 지혜의 안목과 넓고 넓은 사랑의 가슴으로 보면 우리들에게 나타나는 것은 모두 우리들을 더 높은 깨달음과 더 큰 행복으로 인도하는 소중한 스승임을 깨달은 김영로 선생. 그는 마음을 행복한 상태에 유지하면 마음에 여유가 생기므로 모든 사태에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뭐든 우리들에게 일어나는 것은 우리들을 돕기 위해서입니다. -출처 미상(본문 26쪽)

조건 없는 사랑(unconditional love)은 순수한 사랑 자체입니다. 이런 사랑은 대상을 차별하지 않으므로 보편적인 사랑(universal love)입니다. 이런 사랑을 할 수 있는 것은 모든 사람, 모든 중생들을 자기 자신처럼 소중하게 여길 수 있는 분입니다. 시작을 알 수 없는 때(무시無始)로부터 윤회해 오는 과정에서 우리들의 어머니가 아니었던 중생은 한 분도 안 계신다는 것을 깨달은 분들은 이런 사랑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사랑(대상이 없는 사랑)은 자기 곁에 대상이 있든 없든 상관하지 않으므로 이별 같은 아픔이 없이 순수한 기쁨만 있습니다. (본문 31쪽)

비록 제가 도움을 주고 큰 희망을 가졌던 어떤 사람이 이유 없이 저를 해친다 해도 제가 그를 성스러운 스승님으로 보게 하소서. -랑리 땅빠(Langri Tangpa)

우리들을 해치는 분들은 인욕과 사랑을 가르쳐 주는 귀한 스승님들! -본문 38쪽

수행자들에게는 세상에 적이 없습니다. 그는 우리들을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이끌어주는 너무도 귀한 스승님입니다. 그래서 높은 가르침은 스승님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고 충고합니다. -본문 41쪽

소멸이 소멸로만 끝난다면 우주는 균형을 잃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소멸은 그에 맞먹는 생성을 가져옵니다. 죽음이 태어남을 수반하듯이. -본문 92쪽

죽음은 우리들의 삶의 가장 큰 스승입니다. 그것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우리들에게 가르쳐 주니까요. -본문 194쪽

우리나라 사람들은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 “죽은 정승보다 살아있는 개가 낫다”는 속담을 즐겨 쓸 정도로 삶에 집착하고 죽음을 싫어한다. 칙칙하게 느껴지는 것만 같아 죽음이라는 말을 표현하는 것조차 터부시하고 외면해 왔는데, 왜 책의 제목이 하필 '죽음수업'일까.

삶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 이제 죽음수업은 삶을 제대로 살기 위한 필수요건이 되었기 때문이다. 사회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최첨단 문명시대 현대인들의 삶은 그야말로 살아 있다 해도 살아있는 게 아니고 죽었다 해도 죽은 게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사는 데에만 집중하다가 가족, 혹은 가까운 지인들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맞이하게 된 상실감과 그 고통은 체험하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그러나 2014년 4월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세월호 참사는 설령 내 가족이 아닐지라도 죽음에 대한 고통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 주었다. 번뇌가 크면 깨달음도 크다던가? 모두가 함께 슬퍼하고 함께 위로해 주는 모습을 보면서 희망을 보았다.

내일이 먼저 올지 내생이 먼저 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내일보다 내생이 먼저 올 수도 있음을 안다는 것만으로도 의식의 도약이요, 크나큰 향상이다. 그것만 깨달아도 우리들의 삶은 질적으로 달라질 것이다.

“필자도 2010년에 아들을 잃었습니다. 아직도 때때로 눈물이 나지만 대신에 저는 많은 것을 얻게 되었습니다. 저는 아들을 제게 큰 사랑을 가르쳐 주신 귀한 스승님으로 가슴 속에 모시기로 했습니다. 또한 세상 모든 중생들을 소중한 제 가족, 제 어머니와 아버지, 형제와 자매, 아들과 딸로 여기게 되었습니다. 이제 모든 분들의 죽음은 제 아들의 죽음으로, 또한 저 자신의 죽음으로 다가옵니다. 그동안 원수라 생각했던 모든 분들을 용서해 주시고 잃은 가족을 사랑했던 그 마음보다 더욱더 큰마음으로 모든 중생들을 가슴속에 품으십시오. 긴 안목으로 보면 세상에 우리들의 가족이 아닌 중생은 아무도 없습니다.” -사랑의 메시지 중에서

저자 김영로 선생은 4년 전 아들을 잃었다. 그는 자식 잃은 슬픔을 성자들의 말씀과 수행을 통해 극복하면서 티베트 금강승 수행자로 새롭게 태어났다. 지난 4월 세월호 참사를 지켜보면서 동병상련, 세월호 침몰 희생자들의 유가족과 친척들, 친구들, 생존자들은 물론이고 자식 잃은 모든 부모님들의 아픔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그들을 위로해 주고 상처를 근원적으로 치유해 주기 위해 이 책을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스스로 큰 위안을 받았던 성자들의 말씀을 정성껏 가려 뽑고 마음 다해 해설한 내용이 담겨 있어 구구절절 가슴에 와 닿는다.

이 책이 더욱 생생한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은 수행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 저자의 깨달음이 이 책의 단어 한 글자 한 글자, 행간 행간마다 오롯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선업은 기쁨을, 악업은 고통을 가져온다는 인과의 법칙을 모르는 것, 이 무지가 고통의 원천이므로 이것이 우리들의 근본적이라는 것, 알고 보면 모든 생명체는 우리들의 가족”임을 강조하면서 잃은 가족을 사랑했던 그 마음보다 더욱더 큰마음으로 모든 중생들을 가슴에 품으라고 조언한다. 고통의 근원인 문제보다 더 큰 사람이 될 때 비로소 그 문제, 그 고통에서 벗어나 진정한 행복이 열리는, 행운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는 저자의 말은 감동을 넘어 뿌리 깊은 아픔이 치유되는 것 같다.

이 책은 저자가 평소 수행을 하면서 곱씹어 읽고 마음에 새기던 말씀들, 붓다와 린뽀체들은 물론이고 공자, 루미, 슈바이처, 피카소, 베케트, 프랭클, 프란치스코, 스티브잡스 등 동서고금에 회자되는 좋은 말씀을 가려 뽑고 해설을 덧붙였다. 저자의 빛나는 안목이 담겨 있어 수행에 관심을 가진 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가족과 친지, 이웃의 죽음으로 슬퍼하는 분들의 뼈저린 아픔을 위로해 주고 치유해 주고자 하는 분들의 필독서가 되기에 충분하다. 특히 성자들의 가르침의 정수를 콕 집어서 설명해 주고 일목요연하게 정리, 공부하기 쉽게 이끌어주는 점 또한 독자로 하여금 미소 짓게 한다.

이 책의 제목은 〈죽음수업〉이지만, ‘행복한 삶과 죽음의 지혜’라는 부제에서도 엿볼 수 있듯 진정한 삶을 위한, 바로 지금 이 자리에서 호흡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행복한 삶을 위한 책이다. 348쪽, 15,000원


*저자 김영로는?

아찰라(不動) 김영로 님은 서울대학교 영문학과 재학 중에 코리아헤럴드 주최 전국 남녀 대학생 영문백일장에서 2회 장원, 고교영어교과서인 〈THE SENIOR STANDARD ENGLISH〉를 편찬하였으며, 대학 졸업 후 ｢뿌리 깊은 나무｣ 문화부장으로 잡지 편집자로도 일하였다.

숭문고 영어교사·현대외국어학원 강사 역임, 영어 교육자로도 이름을 떨쳤던 그는 〈영어순해〉 〈영어순해 BASIC〉 〈문맥순해〉 〈Actual TOEFL〉 〈김영로 Vocabulary〉 〈김영로 영어속독〉 〈영어 비즈니스 399단어만 알아도 통한다〉 〈영문독해 영어식 사고로 제대로 하기〉 〈원리로 읽는 다이어트 영어순해〉 〈차 한 잔과 함께 읽는 영어 명문장〉 등 다수의 영어 필독서를 집필하였다.

몇 년 전에 보살계와 탄트라계를 받고 수행하면서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 수행하는 틈틈이 영어로 된 귀한 진리의 말씀을 찾아 알기 쉬운 우리말로 옮겨 합일 수행의 기쁨, 진정한 행복을 전하고 있다. 〈샨티데바의 행복수업(입보리행론)〉(역서), 〈김영로의 행복수업〉(편저)을 펴냈다. 몇 년 전에 맞닥뜨린 아들의 죽음을 인연으로 죽음 수업에 대해 천착하며 수행하다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그동안 준비해 왔던 책을 세상에 내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