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보기경상북도 울진에 가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불영계곡이 있고, 아름다운 절 불영사가 있다. 부처님의 그림자가 경내 연못에 비치는 신이한 광경으로 절 이름 또한 부처님의 그림자, 즉 불영(佛影)이 이 절의 주지스님은 첫 인상이 단아한 일운 스님이다.

외국에서 유학을 한 학승이기도 한 일운 스님은 불영사의 주지소임을 맡아, 선방과 만일염불회를 모범적으로 이끌고 있고, 활발한 활동력으로 종회의원으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일운 스님은 그동안 불영사의 담백한 음식을 소개하는 음식관련 책을 몇 권 펴내셨는데, 그 반응이 매우 좋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스님은 전법 원력은 매일 아침 만일염불회 불자들에게 ‘마음’을 주제로 한 아름다운 글을 보내는 것으로 이어졌는데, 3년 가까이 보내온 글들이 내용이 불영사의 음식처럼 담백하고, 부처님이 그림자를 드러내 보이는 연못처럼 깊은 맛이 있어 불자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받았다. 이 소식을 어떻게 알았는지, 담앤북스 출판사의 이상근 주간이 스님이 그동안 보내던 아름다운 글들을 모아 〈일운 스님의 속삭임 心心心 마음이 담긴 길을 걸어라〉(담앤북스)라는 제목의 책으로 펴냈다.

책의 표지에서부터 편집 구성이 일운 스님과 스님의 글처럼 단아하고 담백하다.

일운 스님의 문자메시지의 주제나 소재는 오직 ‘마음’ 하나였다. 스님이 보내는 문자메시지는 하루에도 수만 번, 천변만화하는 마음에 우리는 언제 점을 찍어야 할지 아니면 언제 그 고삐를 당겨야 할지 알려주는 좋은 멘토에 다르지 않았다. 문자메시지는 소문의 소문을 거쳐 이제 하루에 2천여 명이 매일 아침 8시 30분 ‘마음’이라는 주제를 가슴에 품는다.

불교를 마음 닦는 종교라고 하고, 책이나 법문이나 귀가 닳도록 마음공부를 하라고 하지만, 마음은 언제나 잘 모르겠는 테마다. 하지만 일운 스님은 글 속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마음에 대해 편하게 속삭이듯 이야기 한다.

바람의 모습은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나뭇가지의 움직임으로 그 방향을 알 수 있습니다.
마음도 모습으로는 볼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통해서
마음을 볼 수 있고 알 수가 있습니다. - 본문 94쪽 중

알 듯 모를 듯 했던 마음은 스님의 속삭임에 의지해 이렇게 가닥을 잡는다. 이제 마음을 알았다면 우리는 그 마음에 대해 진단해야 한다.

"어떠한 일이건 이미 지나간 일을 가지고 마음에 갈등을 일으키고 스스로 고통을 만들어 고뇌하는 것보다 어리석은 일은 없습니다. 지나간 것은 지나가게 하고 오지 아니 한 일은 미리 걱정할 일이 아닙니다." -본문 119쪽 중

스님은 이 책에서 수없이 “우리는 이미 지나간 과거 그리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점을 찍고 살아가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런 지나간 과거와 오지 않은 미래의 짐을 지고 사는 우리들에게 스님이 내놓은 진단은 ‘현재’에 집중하기다. 그것이 마음의 ‘짐’을 털어버리는 첩경이라고 말한다.

"이 아름다운 세상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우리가 훌륭한 인연을 맺어 왔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함께하고 있는 모든 존재들이 나와 같은 본성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너와 내가 둘이 아닌 진리의 세상에서 아름답게 살게 되겠지요.
모든 것이 둘이 아니기에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 깊은 감사와 영광과 축복을 보내 드립니다." -본문 192쪽

세상이 나를 괴롭힌다는 착각에서 벗어나고 매 순간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보내야 한다는 것이 우리에게 주는 스님의 해법이자 치유의 메시지다.

혹여 ‘마음’에 대해 무겁게 다가 갈까봐 혹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들릴까 봐 우려했는지 스님은 우리에게 익숙한 경전 구절 하나하나를 인용하는 것으로 하나의 글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법구경〉, 〈숫타니파타〉 등은 이미 너무나 익숙한 경전이다. 이런 인용구들에 잇닿아 스님이 알고, 진단하고 치유하는 ‘마음’에 대한 이야기들은 또 아름다운 50여 컷의 일러스트와 잘 버무려져 있다. 284쪽, 14,000원.


*저자 일운 스님은?
일운 스님의 법호는 심전(心田)이다. 스님은 1969년 경북 청도 운문사로 출가했다. 1991년 대만 유학을 마치고 첩첩산중의 불영사에 주석하게 되었다.
그동안 불영사는 스무 개가 넘는 전각이 들어선 대가람이 되었고 안거철이면 봄·여름·가을·겨울 수십 명의 스님들과 함께 정진을 한다. 지역 사회에서 사찰의 역할도 커졌다. 그동안 사찰음식축제, 산사음악회, 울진 관내 초·중·고 청소년 백일장 등 행사를 꾸준히 열어 왔고, 2013년 5월에는 울진 읍내에 심전문화복지회관을 완공해 문화와 복지 사업에도 힘쓰고 있다. 스님은 3년 전부터 만일결사회를 결성하여 하루 한 번 ‘마음’이라는 제목으로 아침 행복 편지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만일 결사회 회원들이 내는 회비는 해외 어려운 학생들의 학자금 및 복지 기금으로 사용된다. 현재 누구나 명상하고 쉴 수 있는 힐링(HEALING) 공간 ‘불영사 국제 명상원 線·善·禪’ 건립을 준비 중에 있다. 불영사 사찰음식을 소개한 사찰음식 시리즈 〈불영이 감춘 스님의 비밀레시피〉, 〈김치나무에 핀 행복〉, 〈사찰음식이 좋다〉 등 세 권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