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보기‘티베트 스님이 들려주는 깨달음’이라는 부제를 단 책 <알아차림의 기적>(담앤북스)이 출간됐다. 아남 툽텐 스님이 캘리포니아 주 리치몬드에 있는 다르마타 재단에서 베푼 가르침을 정리한 책이다. 아남 툽텐 스님은 깨달음은 늘 가까이 있으므로 우리는 지극히 평범한 순간에도 깨달음을 만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사실 불교의 ‘깨침’이나 ‘깨달음’을 설명하는 것만큼 곤혹스러운 건 없다. 오랫동안 선방에 앉아 있는 구참 수좌도 오직 불교만을 연구한 학자도 이걸 말로 풀거나 글로 쓰라고 하면 곤혹스러워 하기 마련이다. ‘개구즉착(開口卽錯)’이나 ‘언어도단(言語道斷)’이라는 용어는 이를 잘 대변하는 말들이다. 속 시원하게 설명할 수 없으니 갈증은 더한다.

하지만 만약 깨달음이 그렇게 잡을 수 없는 곳에 있는 ‘세계’가 아니라면, 그저 평범한 일상의 경험이라면, 그렇다면 어떨까? 이 책에서 저자는 깨달음에 대해 ‘스스로 아무것도 아니기’, ‘의식 뒤집기’, ‘조건 없는 자유’라고 말하며 누구나 일상에서 이런 지점에 도달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저자가 이런 주장을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바로 “우리가 초월하려는 것이 우리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깨달음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저자의 말을 들어보자.
저자는 우리의 의식을 뒤집어서 느닷없이 깨달음이 일어나게 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가 있다고 말한다. 하나는 우리의 의식이 지어내는 모든 것을 즉시 놓아 버리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생각’이 지어낸 허구의 이야기들을 없앨 수 있고, 그럼으로써 고통, 집착, 착각, 강박이 일으키는 괴로움을 떨칠 수 있다. 단지 우리가 그것을 모두 놓아 버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매순간마다 우리가 새롭게 태어난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는 지금 이 순간 새로 태어나서 경이로움이 가득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한다.

마음을 활짝 여는 것은 머리로 생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그것은 생각하거나 전략을 짜는 게 아니라 마치 꽁꽁 얼어붙은 우리의 내면을 녹이는 것과 같다. 마음을 활짝 여는 것은 우리의 자아가 더 이상 자신을 방어하지 않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마음을 활짝 열지 못하게 막는 것은 의심, 두려움, 저항 등인데, 그것들은 대개 우리가 그것을 알아보는 순간 사라져 버린다. 도둑들이 얼굴에 불빛이 비치면 도망가듯이.

저자에 따르면, 해탈은 이미 우리 의식의 무대에서 춤추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그것을 바로 지금 체험할 수 있을까? 저자는 “자연스러운 마음 상태에서 쉬어라”라고 가르친다. 이것은 효과적이고 역동적으로 우리를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무언가를 추구하고, 명상하고, 분석하고, 움켜잡으려고 애쓰는 일을 중단하는 것이다.


*저자 아남 툽텐은?

티베트 불교 스님으로 닝마파에서 수행했다. 1990년대 미국으로 건너간 이후 어느 한 종파에 국한되지 않는 가르침을 통해 한없는 사랑과 지혜인 우리의 참모습을 알려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의 가르침의 특징 중 하나는 복잡한 불교 교리를 해설하고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대인들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와 유머로 사람들에게 잘 다가가는 스님으로 알려져 있다. 스님은 현재 다르마타 재단을 설립해 미국을 중심으로 수행지도를 하고 있다. 국내에 번역된 책으로는 <티베트 스님의 노프라블럼>, <알아차림의 기적> 등이 있다.

*역자 이창엽은?

역자 이창엽은 치과의사로 생활하면서 영성을 추구하고 있다. ‘역사적 예수’에 대한 공부를 통해 삶 속에서 영생 혹은 천국에 이르는 길을 탐구하는 그리스도인이며, 동시에 붓다의 가르침을 통해 예수의 메시지를 이해하고 실천하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붓다 없이 나는 그리스도인일 수 없다>(공역), <마음과 통찰>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