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붓다께서 계신다면 한국 승가에 이런 질책을 하실 것입니다. ‘너희는 내 모양을 천 개 만 개 조성해 복 지으라며 팔고, 사법(邪法)을 내 말이라고 중생들을 현혹하면서 정작 내 가르침의 진위에는 관심조차 없구나’라고 말입니다.”

크게보기불교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섣부른 알음알이를 적나라하게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한 ‘까칠한’ 책, 성법 스님의 <생각의 끝에도 머물지 말라>(민족사)가 출간됐다.

머무는 순간 이미 불교에서 멀어진다는 뜻을 내포한 제목과 ‘까칠한 불교 이야기’라는 부제에서 엿볼 수 있듯 성법 스님은 책을 통해 오늘날 불교의 문제점에 합리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7개의 장과 부록으로 구성된 이 책은 성법 스님의 사상과 견해를 바탕으로 불교의 탄생부터 붓다의 깨달음, 교리 발달사, 수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을 순리적으로 해석하며 불교 전반에 대한 내용을 총망라했다.

붓다의 가르침이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들어오면서 중국의 기호에 가미되지는 않았는지 반문하고, 중국에서 발달한 선수행과 한국의 대표종단인 조계종이 내세우는 간화선과 선사들의 가르침 전달 방법은 완전한 것인지 물으면서 현대인들에 맞는 수행법을 창안해 안내하기도 한다.

책 전반에 걸쳐 독자들에게 제시된 ‘겉은 불교, 속은 자이나교인가?’ ‘현명한 불자, 바보 같은 불자’ ‘간화선 제일주의 이대로 좋은가?’ ‘삼보 그 이름에 부끄럽지 않을 만큼 성숙해 있는가’ 등의 질문은 붓다가 오늘의 우리들에게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한다.

종교는 어떠한 경우에도 인간의 영혼과 순수성을 담보로 거래해서는 안 된다는 지론을 중심으로, 스님은 특히 힌두교인지 자이나교인지 분별하기 힘들 정도로 방편에 물들어 거래를 하고 있는 듯한 한국불교의 비불교적 모습을 강렬하게 비판하며 불교의 근본교리인 연기법과 업설의 개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성법 스님은 세상의 물질적 혁명은 결국 정신적 세계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에, 불교도 혁신해야 함을 거듭 강조하면서 오늘날 논란이 분분한 붓다의 수행 방법에 대해서도 유연한 사고를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위빠사나, 명상, 선수행의 장단점과 현대인에 맞는 수행법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날카롭고 까칠한 지적만큼이나 보석 같은 지혜와 대안이 돋보이는 <생각의 끝에도 머물지 마라>, 한국불교의 불편한 진실을 마주한 독자들에게 청량한 사이다 같은 책이 될 것이다. 303쪽, 13500원.

성법 스님은?

동국대 불교대학원을 수료했으며 현재 고양 용화사 주지이다. ‘바른불교’ 전파를 위해 사이버 불사에 원을 세우고 ‘불교경전총론(www.sejon.or.kr)’을 운영하며 불자와 일반인들을 바른 신행으로 이끌고 있다. 저서로는 <이래도 모르시겠습니까> <이판사판 화엄경> <마음 깨달음 그리고 반야심경> <왕초보 천수경 박사 되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