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보기장휘옥 선생(63). 동국대에서 교편을 잡고 있을 때 취재기자로 이따금씩 만났던 분이다. 소탈한 외모와 성격, 그러나 한 마디 한 마디에 진한 내공이 배어나오는 분이셨다. 불교에 대한 알음알이가 일천했던 시절, 선생과의 대화는 큰 도움이 되었던 기억이 있다.

도쿄대(동경대) 박사 출신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실력자였던, 그리고 <불교학개론 강의실 1,2>와 <중국불교사> 등의 저술로도 명성이 높았던 장휘옥 선생은 어느 날 홀연히 모든 것을 버리고, 듣도 보도 못한 남쪽바다 외딴섬 오곡도로 홀연히 사라졌다.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후배 학자인 김사업 교수와 함께 오곡도에 참선수련원을 내고 수행에 빠져든 그의 결단은, 그야말로 사교입선(捨敎入禪)의 전형이었다. 그의 이 같은 ‘돌출 행보’는 당시 불교학계에서 화제가 되었다. 범인으로서는 엄두도 못 낼 용기를 찬탄하는 이들도 있었고, 개중에는 공연히 말을 지어내는 사람들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그들에게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았다.
당대 최고의 불교학자들이 강단을 버리고 참선수행을 위해 섬으로 들어간 것은, 누구나, 특히 말 많은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 후 두 수행자, 그러니까 장휘옥 선생과 김사업 선생이 세상에 모습을 나타낸 것은 지난해 <무문관 참구>(민족사)라는 간화선 수행서를 출간하면서였다. 독참이라는 간화선 수행의 핵심적 전통이 유일하게 살아남아 있는 일본 임제종 사찰까지 찾아가 목숨을 건 수행을 한 체험과 경지를 기록한 수행서라는 점에서 여느 해설서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두 사람이 이 책을 낸 것은 돈을 벌거나 이름을 내기 위한 것이 결코 아니었다. 독참 수행의 전통이 끊어진, 그래서 어쩌면 우리(선원)에 가둬놓았으나 내용적으로는 사실상 방목을 하고 있는 한국 선문(禪門)에 독참 수행의 중요성을 알리고, 독참 수행의 가치와 경험을 공유하고자 하는 대자비심의 발로에 다름 아니었던 것이다.

말 그대로 새처럼 자유롭기 위해 사자처럼 거침없는 결단을 단행했던 장휘옥 선생이 최근 같은 이름의 책을 펴냈다. 책의 이름은 <새처럼 자유롭게 사자처럼 거침없이>(이랑)이다.

<새처럼 자유롭게 사자처럼 거침없이>는 도쿄대학(東京大學) 대학원에서 화엄 사상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고 동국대에서 불교를 가르치던 저자 장휘옥이 교리와 삶이 일치하는 삶을 위해 교수직을 사임하고 10여 년 전 남해안의 외딴 섬 오곡도에 들어가 간화선 수행에 매진하며 대자유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오롯이 기록한 이야기들이다. 서울에서 잘 나가던 대학 교수가 오지 중의 오지 오곡도에서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가 이 책 한 권에 온전하게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에는 장휘옥 오곡도수련원 원장이 참선 수행을 하고 나서야 젊은 시절 자신을 옥죄었던 불안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들이 특유의 정감 있고 시원시원한 문체로 표현되어 있다. “흔히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는 깨달음보다 지혜와 자비를 갖췄는지가 더 중요하다”, “매일 매일이 좋은 날이라는 화두는 사실 힘든 일도 싫다 좋다 분별없이 받아들이는 말이다”, “순간순간에 100% 몰두하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등 어쩌면 늘상 들어왔던 말들도 지독한 수행과정을 거친 그의 입을 통해 나오면 금과옥조의 가르침이 되는 신이한 느낌을 이 책을 읽으며 확인할 수 있다.

<무문관 참구>가 독참 수행을 통해 무문관의 화두를 타파해가는 과정을 보여준 책이라면 <새처럼 자유롭게 사자처럼 거침없이>는 한 불교학자가 치열하고 진솔한 간화선 수행을 통해 사시사철 꽃피는 낙원은 이미 내 자신 안에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수행기인 셈이다

따라서 이 책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대자유(해탈)를 얻기 위한 한 인간의 삶의 대장정이 자세하게 소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 간화선 수행을 통해 마침내 본래의 편안함을 찾은 한 인간의 진솔한 기록이기도 하지만, ‘나는 누구인가’ ‘인간은 왜 사는가’ ‘죽음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마음의 편안함을 얻을 수 있는가?’ ‘선적인 삶은 어떤 것인가?’ ‘세상은 얼마나 경이로운가!’에 대해 말하기까지 저자의 한평생의 치열하고 간절한 공부의 과정이 생생하게 실려 있다.

특히 일본 임제종의 선방에서 방장스님과 900여 회에 이르는 독참을 통해 대자유를 얻기까지의 과정, 화두를 참구하는 방법과 독참에 대한 구체적인 실례, 간화선 수행을 통해 얻은 삶의 기쁨 등이 상세하게 실려 있어, 자신이 누구인지 몰라 방황하는 사람, 선 수행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공부, 특히 간화선 수행을 통해 일대사의 공부를 마치고자 하는 분들에게 일독(一讀)이 아닌 다독(多讀)을 권한다. 320쪽, 15,000원

*저자 장휘옥 선생은?

부산대학교 사범대학 화학과를 나왔다. 같은 과 대학원에 진학했지만 과학보다는 삶과 죽음의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져, 동국대학교 불교학과에 학사 편입해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이후 일본 도쿄대학 대학원 인문과학 연구과에서 화엄사상으로 석사·박사학위를 맏은 뒤, 동국대학교 사회교육원 교수로 재직했다. 일본 도쿄대학교 동양문화연구소 연구원, 한국불교학회 이사, 원효학연구원 연구위원, 한국정토학회 이사를 역임했다. <불교학개론 강의실 1,2>, <해동고승전 연구>, <정토불교의 세계> 등 10여 권의 책을 썼으며, <화엄경 이야기>, <대승기신론 이야기>, <중국불교사> 등 여러 권의 책을 번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