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종교의 역사는 유구하고 장대하다. 인더스 문명으로부터 시작되는 종교 관념의 흔적은 기원전 3,000년경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 가운데 자이나교는 불교와 가장 유사한 종교로 꼽힌다. 불교 경전에서도 불교의 가르침과 대비되는 종교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브라만교와 자이나교이다.

크게보기<자이나 수행론>(불교시대사)은 자이나교의 수행법에 대한 체계적인 이론 정립을 시도한 책이다. 지금까지 자이나학에 대한 연구는 철학적인 이론과 형이상학적인 연구에만 치우쳐 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인도 안팎의 자이나 학자들뿐만 아니라 국외 학자들의 관련 연구 성과도 그러한 평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필자는 자이나교 수행법의 근간이 되는 불살생론에 대한 치밀하고 철저한 연구를 통해서 자이나교에서 목표로 삼는 이상적인 ‘바른 수행’이 무엇인지를 밝혀 보고자 했다. 즉 갖가지 수행 세칙에 반영되어 있는 불살생주의라는 이념과 원리를 분석한 뒤에 수행론과 불살생주의 사이에 어떠한 관련성이 성립되는지 양자의 관계를 분석함으로써 자이나 수행법에 대한 이론적, 실천적 고찰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이 책은 ▲불살생의 개념과 기원 ▲불살생 원리의 철학적 기반 ▲오서와 불살생의 관계 ▲존재의 실상과 절제 ▲자제 고행의 실천과 불살생의 관계 ▲바른 수행법과 불살생의 이념▲불살생론의 실천적 의의 ▲불살생론과 수행법의 조화 순으로 구성됐으며, 부록으로 ▲영혼의 정화 단계 ▲인도력 ▲아리슈타네미 설화 ▲인도어의 음역 표기법 등이 수록됐다.

불살생의 이념은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여 모든 존재에게 적용시켜도 합리적인 보편성을 잃지 않는 원리이다. 그러므로 불살생주의에 기반을 둔 자이나교의 세계관과 가치관은 현대 환경 윤리와 생명주의 운동에도 기여할 것이다. 왜냐하면 자이나교에서는 불살생 원리를 인격적 수행 원리로 여기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생활의 모든 영역에 적용시키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행의 시대라고 불릴 만큼 갖가지 수행과 요가, 명상법들이 성행하고 있는 요즘, 이 책은 자이나교의 수행법에 대한 이해를 넘어, 인도인의 삶과 수행 문화의 원류를 접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편 <자이나 수행론>은 불교시대사의 새로운 학술총서인 ‘백송총서’의 출발을 알리는 책이다. 90년대에 일본 불교 학술서의 번역 출간으로 한국 불교학계에 많은 도움이 되었던 만다라 총서에 이어 21세기의 새로운 학술총서를 지향하는 백송총서는 불교학, 인도학에만 머물지 않고 한국의 전통과 문화 전반까지도 아우르는 포괄적 성격의 학술총서를 목표로 한다. 불교시대사는 다음 백송총서로 정승석 교수의 <윤회의 자아와 무아>, 종호 스님의 <중국 선 사상>, 김호성 교수의 <경허의 얼굴> 등을 출판할 계획이다. 356쪽, 25000원.

저자 김미숙은?

전남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학교 인도철학과에서 석사와 박사 과정을 졸업하고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동국대학교 연구 초빙 교수를 역임했고 동국대학교, 연세대학교, 국립강릉대학교에서 자이나 사상, 인도 철학, 명상 철학, 불교 문화 등을 강의했으며 현재 동국대학교 불교학과 겸임 교수이다. 저서로는 <자이나 사상>, <인도 불교와 자이나교>, <불교 문화 1·2>, <인도 불교사>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