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보기도덕경을 다른 동양의 고전들, 특히 불교의 선사상과 유가의 사상 등과 자유롭게 소통하여 통합적인 안목으로 바라보도록 한 도덕경 해설서가 나왔다. ‘비움과 소통의 미학’이라는 부제를 단 <도덕경과 선>(운주사)이 그것이다.

두루 알다시피 도덕경은 동서고금을 통해 가장 유명한 고전 중의 하나이다. 따라서 수많은 주석서와 해설서들이 나와 있다. 그럼에도 도덕경은 여전히 어렵다. 왜 그럴까. 문장 자체가 함축적인 것도 중요한 이유겠지만 무엇보다도 도덕경을 경문 자체와 주석들에만 한정시켜 이미 틀 지워진 기존의 안목으로만 이해하려 한 것이 오히려 도덕경이 제시하는 황홀한 정신세계에 대한 지평을 닫아버린 경향이 있지는 않을까.

이 책의 저자 김가원 선생은 바로 이 점에 착안해 이 책을 저술했다. 저자는 동양고전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마음의 근본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즉 마음수행의 관점에서 고전을 읽을 때 비로소 난해하게만 여겨지는 딱딱한 문장이 자기의 일상을 비추는 빛이 되고 삶을 행복하게 이끄는 지침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도덕경의 본질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은 먼저 노자와 내 마음의 근본이 다르지 않음을 전제하고, 노자가 살던 당시의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사상적 토대 위에서 그의 사고와 언어를 바라보되, 역대로 마음을 깨달아 자유의 경지에 이른 성인들의 가르침을 도덕경 이해의 거울로 삼아 이를 내 마음 안에서 서로 소통시키고 회통하여 통합적인 안목으로 파악하자는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안목을 바탕으로 도덕경의 내용이 불교의 가르침과 여러 면에서 유사하다는 것을 감안하여 구성되었다. 즉 도덕경을 도경(道經)과 덕경(德經)으로 구분할 때, 무를 핵심으로 한 도경은 반야부 계통의 경전 내용과 상통하고, 비어 있는 무의 덕스러움에 관한 덕경은 불교에서 말하는 보살도의 원력 사상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불교의 사상, 특히 선사상을 드러내는 다양한 고사를 인용하여 도덕경의 내용과 접목하고 회통시키고 있다.

도덕경을 도가의 입장에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불가와 유가의 입장을 두루 섭렵해서 아우르고 소통시키면서 마음의 근본 원리와 도의 본질을 드러내고자 한 책이다. 463쪽, 18,000원

*저자 김가원은?

십대 후반에 해남 대흥사로 출가한 후 20여 년의 산문 생활 동안 불교 내전을 두루 섭렵하고 선방에서 정진하였다. 해인사 승가대학 교수, 선사상 전문지 <선원> 편집장 및 월간 <해인> 편집위원을 역임했다. 서암(부여), 송담(광주), 무위당(부산) 등에게 고전을 사사 받았으며, 환속 후에는 고전과 불교경전을 강의하고 있다. 경남신문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었다. 저서로 <주역으로 가는 길>(전4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