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보기불교를 간명하게 설명한다면 무엇이 있을까. 워낙 방대한 가르침인지라 한 가지 정답을 말하기는 어렵지만, 지혜와 자비(복덕)의 두 가지를 두루 갖추어 살아가도록 하는 가르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삼귀의에서 부처님을 양족존(兩足尊)이라고 존칭하며 귀의하는 이유도 복덕과 지혜를 구족한 존귀한 분이기 때문이다.

부처님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형용어귀로 삼귀의에서 복덕과 지혜를 구족했다는 의미의 ‘양족’을 사용했다는 점은 이 두 가지가 불교의 핵심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사실 지혜와 복덕, 줄여서 복혜를 구족해야 한다는 것은 경전이나 불교의 문화 전반에 흐르고 있는 현상이기도 하다. 대웅전의 석가모니 부처님 양쪽에 문수와 보현은 각각 지혜와 복덕을 상징하고 있으며, 아미타전의 아미타 부처님 양쪽에 계신 대세지보살과 관세음보살 역시 지혜와 복덕(자비)을 상징한다.

불자라면 늘 외우는 반야심경의 원제인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도 ‘마하반야(지혜)’와 ‘실천(바라밀)’으로 피안의 세계로 건너갔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용수보살의 <대지도론>에 나오는 ‘지목행족 도청량지(智目行足 到淸凉池)’ 역시 지혜의 안목과 실천이 갖춰졌을 때, 청량지, 즉 우리가 발원하는 이상향에 도달할 수 있다는 가르침을 담고 있다.

이처럼 불교에서 지혜와 복덕은 불교를 지탱하는 두 쌍두마차에 다름아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불자들이 반야심경과 함께 가장 선호하는 경전인 금강경(금강바라밀경)을 저 대만의 고승 성엄 선사께서 ‘지혜와 복덕’이라는 프리즘으로 강설한 책이 우리 글로 번역 출간되었다.

성엄 선사는 <깨달음의 실천>(해조음)이라는 이 책에서 “정확하게 시공을 꿰뚫은 부처님의 참뜻을 오늘에 되새겨내어, 어떻게 마음을 쓰고 가꾸며, 어떻게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과 사회를 정화할 것이며, 어떻게 인과의 법칙을 복덕과 반야로 승화시켜 대승의 서원을 실천할 것인가를 현대적 안목과 해석으로 강설”하고 있다.

본래 이 책의 본래 제목은 성엄 선사의《금강경》강설집 <복혜자재(福慧自在)>였다. 이를 번역자 오용석 박사가 <깨달음의 실천>이라는 제목으로 번역하여 출간한 것이다. 역자는 복덕(福德)을 의미하는 ‘복(福)’을 ‘실천’으로, 지혜를 의미하는 ‘혜(慧)’를 ‘깨달음’으로 번역하여 책의 제목으로 정하였는데, 이것은 깨달음과 실천을 하나로 이해하는 <금강경>의 대승사상을 살아있는 현대적 용어로 풀이한 성엄 선사의 본뜻에 부합된다고 할 수 있다.

이 책 <깨달음의 실천>에서 성엄 선사는 금강경의 사상을 ‘마음의 생태학’, ‘자아의 승화’, ‘사회의 정화’, ‘복혜자재’의 네 가지 핵심 주제로 파악하여 해설하였다. 즉, 우리가 어떻게 마음을 쓰고 가꾸며, 어떻게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과 사회를 정화할 것이며, 어떻게 인과의 법칙을 복덕과 반야로 승화시켜 대승의 서원을 실천할 것인가를 현대적 안목과 해석으로 강설한 내용이다.

성엄 선사는 우리가 ‘소아(小我)’ 적 자아를 극복하고, ‘대아(大我)’적 자아를 극복하여 ‘무아’를 실천할 것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것은 ‘거짓 이름’으로서의 자아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진정한 지혜란 ‘번뇌’를 끊어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번뇌를 만들지 않는 것, 즉 ‘번뇌가 생기더라도 그것에 집착하지 않는 것’을 말하는 것이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므로 진정한 수행과 깨달음은 ‘이기적 자아’를 ‘자비의 작용’으로 변화시키는데 있는 것이지, 그저 ‘이기적 자아’를 극복하는 데만 있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무아의 실천은 ‘무아’에도 집착하지 않아야 하는 것으로 이러한 점이 금강경을 통하여 나타나는 대승의 ‘자아관’임을 역설하고 있다.

성엄 선사는 금강경에서 말하는 이타행의 궁극을 ‘복과 지혜’를 통하여 설명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의 금강경 해설을 참으로 탁월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복과 지혜는 마치 불교라는 수레의 두 바퀴와 같은 것이어서 이 둘은 반드시 병행되어야만 한다. 복만을 닦을 줄 알았지 지혜가 결핍되어서는 안 되며, 복의 닦음이 지혜로 나아가야 함을 말하는 것이다.

성엄 선사는 금강경에서 말하는 ‘복’은 ‘복덕(福德)’을 말하는 것이며, 여기서 ‘덕’은 ‘도덕’, ‘품덕’, ‘공덕’을 의미하며, 이러한 복덕은 금강경에서 말하는 ‘보시’, ‘지계’, ‘인욕’을 실천하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해석은 진정한 ‘복덕’은 육바라밀을 실천하는데 있는 것임을 말하는 것으로서 보살행과 대승불교의 관계를 가장 역동적이며 실천적으로 해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성엄 선사는 형상에 집착하지 않고 마음을 내어야 하고 소리, 냄새, 맛, 감촉, 마음의 대상에도 집착하지 않고 마음을 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것은 우리가 환경에 대하여 집착하지 말아야 함을 말하지만 동시에 노력해서 개선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때에 생겨난 마음은 지혜와 자비의 마음이 되는 것이며, 이러한 지혜와 자비의 마음으로 모든 일을 처리하고, 모든 사람들을 돕는 것이 바로 ‘집착하지 않고 마음을 내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그의 해석은 금강경의 핵심 경구인 ‘응무소주이생기심(應無所住而生起心)’을 가장 창의적이고 실천적이며 현실적으로 해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추천의 글’을 쓴 법화도량의 덕현 스님은 성엄 스님의 진면목을 ‘금강경의 대의를 정확하게 강설하여 시공을 꿰뚫은 부처님의 참뜻을 오늘에 되새겨냄으로써 바쁘고 정신없이 명상(名相)에 휩쓸려가는 현대인들에게 어떻게 마음을 지니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이렇게나 분명하게 일러주고, 결국 어디로 가야하는지를 이렇게나 부드럽고 자애롭고 겸손하게 가리켜 보인다’고 격찬하고 있다.

역자는 “높고 완전한 불교적 안목으로 시대적 실천의지를 따뜻한 목소리로 일깨워준 스승에 대한 감사함이 글 옮기는 작업 전반을 지탱하는 호흡으로 느껴졌다”고 소회를 밝혔다. 302쪽 15,000원.

크게보기*지은이 성엄 선사는?

1930년 중국 강소성(江蘇省)의 남통(南通)에서 태어나 13세에 낭산(狼山)으로 출가하였다. 전란으로 1949년 대만으로 건너가 10여 년간 군복무를 하고 고웅(高雄)의 미농(美濃)에서 약 6년간 폐관 수행을 하였다. 1969년 일본으로 유학하여 1975년 입정대학(立正大學)에서 박사학위 취득, 1975년에 미국으로 건너가 홍법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1989년 대만에서 법고산(法鼓山)을 창건하였다. 2005년에는 중국의 선불교 법맥을 이은 중화선법고종(中華禪法鼓宗)을 개창하였다. 인간의 품덕(品德)을 끌어올리고, 인간정토를 건설하고자 하는 이념으로 평생 미국과 대만을 오가며 수많은 제자를 양성하였다. 불법을 다방면으로 널리 알리는데 평생 힘쓰다가 2009년 2월 3일 대만의 법고산(法鼓山)에서 입적하였다.

저서에는 <精神的 佛敎>, <學佛群疑>, <戒律學綱要>, <선의 지혜>, <눈 속의 발자국> 등 불교 전반의 다양한 내용을 망라한 230여 권이 있다.

*옮긴이 오용석 박사는?

동국대학교 선학과를 졸업, 동 대학원에서 간화선 연구로 석사학위를, 중국 남경대학 철학과에서 ‘대혜종고 간화선의 의정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대만 국립대학, 일본 구택대학 등지에서 유학하였으며, 동국대 강사와 종학연구소 전임연구원을 역임하였고, 현재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 불학연구소 상임연구원으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