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보기대소승을 막론하고 유식삼십송은 불자라면 꼭 연구해야 할 필독서다. 마음을 닦아, 마음을 깨달아 안심(安心)을 얻고 완전한 자유를 얻는 불교심리학의 정수가 바로 이 경전에 담겨 있는 까닭이며, 마음을 주제로 하여 불교교리를 일목요연하게 체계를 세울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불교 전통강원에서는 교과목으로 편성도 되지 않고 가르치지도 않고 있다. 小乘俱舍(소승구사)나 大乘唯識(대승유식)은 필수과목인데도.

이계묵 씨가 이번에 펴낸 <유식삼십송 강의>(비움과소통)은 동학사 강원본을 참고하였으며 일본 용곡대학(龍名大學) 불교학 교수인 심포정문(深浦正文)의 유식삼십송론 해설본(唯識三十頌論 解說本)을 관응노사가 번역한 譯本(역본)을 참고하여 編纂(편찬)하였다. 참고한 두 권의 책은 옛날 문투어라 대조하고 비교하여 현대어로 풀어 엮었다.

유식삼십송은 세친보살)의 노년수작으로서 유식무경(唯識無境)을 가장 잘 설파한 대승심리논서다. 세친은 범어로는 파수반두다. 천친은 구역이고 세친은 신역이다.

세친보살은 불멸후 900년경에 북인도 건타라국에서 바라문족의 가정에서 출생하였다. 형제는 3형제다. 세친보살은 두 번째다. 형은 무착보살이고 아우는 비린지발파이다. 세친보살은 처음에는 소승불교에 심취하여 500부나 되는 논(論)을 저술하였다. 그러나 나중에 형인 무착보살의 권유에 따라서 소승교에서 대승으로 회소향대(廻小向大)하여 500부의 대승론(大乘論)을 저술하였다. 세칭 천부논사(千部論師)라고 한다. 소승교론(小乘敎論)인 구사론(俱舍論)도 세친보살의 작품이다. 대·소승을 통하여 볼 때 세친보살은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

유식삼십송은 세친보살의 만년노작(晩年努作)으로서 매우 난해하다. 유식삼십송은 총 600여 자로서 글은 간결하고(文簡) 뜻은 풍족(義豊)하여 고래(古來)로 30송(頌)을 필적할만한 논서가 없다. 그래서 자은대사(慈恩大師)는 유식삼십송을 평찬(評讚)하기를 만상함어일자(萬像含於一字), 천훈비어일언(千訓備於一言)이라 했다. 유식삼십송에 대한 주석서만도 28가(家)나 된다. 28가 중에 가장 뛰어난 학자만도 십대논사(十大論師)가 있다. 십대논사는 친승(親勝), 화변(火辨), 덕혜(德慧), 안혜(安慧), 난타(難陀), 정월(淨月), 호법(護法), 최승자(最勝子), 승우(勝友), 지원(智月) 등 10인이다. 세친보살은 장수한 편이다. 80세로 입적(入寂)했으니 말이다.

유식삼십송은 매우 난해하다. 송구(頌句) 한자 한자마다 심오한 대승불교 교리를 함축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교교리에 해박한 식견이 없으면 알 수가 없다. 저자는 출가후 구사나 유식학을 배우기 위해서 무던히도 애를 태웠으나 눈 밝은 선지식을 찾지를 못하였다. 그렇게 유식학의 강백(講伯)을 찾던 중 뜻이 맞는 도반(道伴) 몇 분이 발견(發起)가 되어 대구 동화사에서 하계 유식특강을 개설하여 관응노사(觀應老師)를 모시고 강설을 듣게 되었다. 강설 기간이 너무 짧은 관계로 흡족한 특강이 되지 못하였다. 그 후 수년간 나름대로 쉬지 않고 틈틈이 유식삼십송을 머리맡에 두고 참학연구하였다. 이 책은 저자의 오랜 연구와 마음공부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유식삼십송의 주석서로는 성유식론(成唯識論)이 그 대표적인 주석서라고 할 수가 있다. 참고한 두 권도 다 성유식론에서 많이 인용 발췌하여 쓴 책들이다. 성유식론은 십대논사가 각각 10권의 논문을 저작하여 합한 것이 100권이다. 유식삼십송을 해석하기 위해서 호법(護法) 등 십대논사가 해심밀경(解深密經), 유가사지(瑜伽師地) 등에 근거하여 치밀하고 정밀하게 주석한 논서다. 성유식론 100권을 현장삼장(玄奘三藏)이 10권으로 축소 번역한 것이 현재 유통하고 있는 성유식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