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간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인도 다람살라에서 지내면서 매년 여름 히말라야 오지 라다크 지역으로 의료봉사를 다니는 스님이 있다. 스님의 보따리 안에는 손톱깎이와 돋보기, 헌 시계며 각종 영양제가 빼곡하다. 라다크 사람들, 선물 같은 그를 ‘산타 스님’이라 부른다.

달라이 라마의 제자로도 잘 알려진 청전 스님(사진)은 그동안 수행의 거울로 삼아온 이름 없는 참스승들의 아름다운 삶을 <당신을 만난 건 축복입니다>(한겨레출판)에 풀어냈다. 인도에서 겪은 휴먼스토리를 들고 모처럼 한국을 찾은 스님을 11월 4일 인사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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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중에 사람을 만난다는 게 축복입니다. 착하게 사는 사람이 영혼이 맑을 때가 행복이지, 소유에서 행복을 찾는 것은 아닙니다.”

더 좋은 아파트, 더 큰 차, 동양 최대의 사원, 큰 스님… 종교와 세속을 망라해 욕망 속으로 질주하는 현대인의 삶을 안타깝게 여긴 청전 스님은 맑은 영혼의 땅 히말라야에서 길어 올린 ‘행복’의 열쇠를 한국의 불자들에게도 전하고자 한다.

“초등학교에 들어가 처음 배우는 것은 착한 어린이가 되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다 자란 지금 우리는 착한 사람입니까? 진짜 행복은 소유에서 오는 것이 아니고 마음이 안정되는 것에서 옵니다. 출가자라면 법에 대해 확신하는 것이고 일반인이라면 이웃을 배려하는 정도면 됩니다.”

달라이 라마를 스승으로 모시며 ‘자비’를 알게 됐다는 청전 스님. 스님이 체득한 자비는 매년 여름 라다크 곰빠(사원)의 스님과 마을 주민들에게 전달되고, 풍족하지 않지만 맑고 밝은 얼굴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서 청전 스님은 다시 사랑을 배운다.

크게보기25년 넘게 단골로 지내는 인도인 푸줏간 삼형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70년 동안 날마다 험준한 산길 10리를 걸어 올라가 사원을 참배하던 사원지기 노인, 이웃에 사는 티베트 난민들, 라다크 순례 봉사 때마다 마주치는 눈 맑은 노승들까지. 책에 소개된 그들은 청전 스님의 더 없는 참스승에 다름 아니다.

다정하고 때로 익살스러운 글과는 달리 청전 스님은 문제라 생각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서늘하게 경책의 죽비소리를 낸다.

스님은 “불교에서 스님들의 생명력은 청정”이라고 단언했다.

“한국에는 그게 없어요. 법정 스님 일생을 보세요. 무섭게 살았어요. 수행자는 그렇게 살아야 합니다. 흐름대로 묻혀 살면 편하니까 그렇게들 삽니다. 그래서 지금 한국에는 스승이 없습니다. 참 힘들 때 그 분 말씀 한 말씀으로 힘을 얻게 되는 것. 나라의 스승이 없고 어른이 없다는 지금 한국 국민들의 불행입니다.”

빠름의 시대에 가치를 놓치고 사는 현대인들, 청전 스님이 전하는 착한 이웃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히말라야 만년설 같이 깨끗한 결정 하나가 가슴에 남을 것이다. 283쪽, 1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