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보기한국의 유마거사라 일컬어지는 백봉 김기추 거사의 핵심적인 법문을 간추려 이해하기 쉽게 대화체로 정리한 책이 발간됐다. 책의 이름은 <이 말 한마디 듣기 위해 이 세상에 왔노라>(운주사)이다.

백봉 김기추 거사는 일반 재가자들의 일상생활이 바로 수행이 되는 새로운 화두방편, 즉 새말귀를 주창하여 거사풍 불교를 일으켜 세웠는데, 이 가르침이 이 책에 온전히 담겨 있다. 이유는 이 책을 편집한 안경애 보림선원 서울선원장이 40년 전, 대학생 시절에 백봉 거사 문하에서 공부한 지 한 달 만에 홀연히 화두를 타파하고 인가를 받아 당시 부산 불교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인물이기 때문이다.

백봉 거사 역시 56세에 불법을 만나 이듬해에 활연대오를 하였으니, 그 스승에 그 제자인 셈이다. 이후 안경애 원장은 40여 년 동안 백봉 거사의 가르침에 따라 가정에서 꾸준히 수행을 해왔다. 2011년에는 백봉 문하에서 함께 공부했던 도반들의 추대로 보림선원 서울선원장을 맡아 공부와 후학지도의 전면에 나섰다.

'백봉 김기추 거사의 선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백봉의 가르침 가운데 요긴한 것들을 간추려서 질문하고 대답하는 대화의 형식을 취하여 대중들이 이해하기 쉽게, 그리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정리했다.

백봉은 전통적인 화두수행법이 출가수행자들을 위한 것이어서, 일반재가자들에게는 맞지 않다는 점을 간파하고, 밥 먹을 때나 대소변을 볼 때조차도 화두에만 집중해야 하는 화두법을 대신하는 방편으로 거사풍의 새말귀 수행법을 창시했다.

백봉은 이 새말귀 수행법으로 자기 살림살이와 독창적이면서 명쾌한 선지로 학인들을 이끌어 주었으니, 그 가르침의 핵심이 ‘허공으로서의 나’이다. 그는 가짜놀이·명자놀이·상대성 놀이에 속지 말고, 법신자리·절대성 자리·허공성을 제대로 인식하면 누구나 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즉 허공으로서의 나와 부처가 들이 아닌 도리를 믿고 결정하여 그대로 행하면, 일하고 밥먹고 빨래하는 일상의 모든 것들이 견성의 도리가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의 첫째 마디에서 넷째 마디까지, 백봉 선생과의 대화에 자신을 이입하여 그 가르침을 음미하면서 읽어나면 점차 공부의 깊이가 깊어지면서 새말귀 수행, 거사풍 불교의 참된 의미를 만날 수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대화체 편집에 있다. 백봉 선생과 묻고 답하는 형식의 구성은, 독자로 하여금 마치 법회에 참석하여 백봉과 직접 대화하는 듯한 현장감과 생동감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

또한 되도록 구어체의 원음을 살린 백봉의 가르침은 때로는 성성하고 열정적인 사자후로, 때로는 할아버지 같은 자상함으로 긴장과 이완을 거듭하면서 독자들을 대화 속으로 끌어들인다. 독자 스스로 대화의 한 주체가 되어 읽어가다보면 시공을 뛰어넘어 백봉 김기추 거사를 친견하여 직접 소통하는 듯한 느낌으로 그 가르침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350쪽 15,000원.

크게보기*편집자 일심행(一心行) 안경애 보림선원 서울선원장은?

1955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경남여고를 졸업하고 부산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1975년, 백봉 김기추 거사 문하에서 공부를 시작하였다.

백봉거사 문하에서 공부를 시작한 지 한 달만에 화두를 타파한 이후 가정주부로 생활하면서 백봉 선생의 가르침인 새말귀 수행을 지속해왔다. 2011년에는 보림선원 서울선원장의 소임을 맡아 도반들과 함께 수행에 매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