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보기아름다움을 찾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막연하기도 하거니와 어지간한 집중력과 내공이 없으면 아예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아주 오래 전, 불교기자의 길을 접어든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을 때, 기자는 불교의 미(美)에 대해 골똘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동료기자에게 ‘불교의 미’라는 제목의 연재를 권하기도 했었다. 그 연재는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불교에 아름다움을 찾는 일이 그리 녹록치 않음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언젠가는 기자 스스로 ‘불교의 미’를 주제로 한 글을 쓰리라는 생각을 버리지 않고 있었다.

그러던 중 <불교의 美를 찾아서>(담앤북스)라는 책이 출간되었다. ‘담앤북스’라는 기자에게는 다소 생경한 출판사에서 낸 책인데, 표지의 장정이 세련되고 내용도 탄탄하다. 저자 이찬훈 교수 역시 낯선 이기는 매한가지다. 그래도 이 책에 눈길이 간 것은 그동안 미디어붓다 편집국앞으로 보내온 담앤북스의 책들이 한결같이 일정한 수준의 퀄리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손길이 바빠 미처 그때 그때 소개를 못한 것이 자못 미안하지만, 계율학자 원영 스님이 지은 <계율, 꽃과 가시>나, 장현갑 교수가 지은 <명상에 답이 있다>, 청전스님이 옮긴 <샨띠데바의 입보리행론>과 같은 책들은 담앤북스 편집진의 안목을 알게 하는 좋은 책들이다.

내친 김에 미처 소개 못한 3권의 책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해보기로 하자.

먼저 <계율 꽃과 가시>는 계율이 제정된 동기와 함께 이 계율을 현대사회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살펴볼 수 있게 하는 계율 이야기이다. 범계문제가 사회적 지탄을 받는 이즈음 계율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13,800원.

<명상에 답이 있다>는 ‘뇌를 움직이는 마음의 비밀’이라는 부제를 단 이 분야 최고 전문가로 손꼽히는 장현갑 교수의 역저이다. 21세기 들어서 과학이 된 명상의 효과를 이 책은 자세히 기술하고 있다. 최근의 뇌과학 연구의 성과를 독자들에게 소개함과 동시에 호흡명상, 자비명상, 마음챙김명상, 이미지 힐링 등 각종 질병의 치유와 감성, 공감 능력 등을 향상시키는 명상법에 대해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매뉴얼을 제시하고 있다. 13,800원

<입보리행론>은 보살행에 들어가는 길에 대해 쓴 논서이다. 달라이라마는 이 책에 대해 “일체 중생을 위해 깨닫겠다는 마음을 내는 보리심에 대해 설한 것 중 이보다 더 뛰어난 논서는 없다”고 평가한 내용이다. 특히 이 책은 산스크리트본과 티베트 본을 대조해가며 청전 스님이 직접 번역한 책이라는 점에서 그동안 출간된 입보리행론 번역서들과 다르다. 10년만의 재출간이기는 하지만, 일부 내용을 수정, 보완함으로써 보도 완벽을 기했다. 11,2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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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교의 미를 찾아서>로 돌아가보자.

이 책은 진속불이와 자연주의 미학을 다룬 책이다. 우리나라의 불교미술, 그 중에서도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의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아 온 부처님과 보살의 모습을 새긴 불상과 불탑 사진을 통해 불교예술의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철학을 전공한 저자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거기에 나타나 있는 한국 불교예술과 불교미학의 특징을 함께 이야기한다.

1장에서는 불교예술의 발달과 그 의미에 관해 얘기하고, 한국의 석가모니 불상을 살피고 있다. 2장에서는 우리나라 화엄불교의 초석을 놓은 의상대사의 화엄사상과 그의 미타신앙 수용을, 3장에서는 화엄불교 및 대승불교의 중심사상인 보살사상의 의미를 다뤘다. 4장에서는 우리 불교예술 속에 녹아 있는 진속불이의 미학에 대해, 5장에서는 한국불교의 중요한 특색 중 하나인 자연주의 미학과 불국토 사상에 대해 정리했다.

햇빛이 비쳐 들면 아름다운 황금빛으로 변하는 화강암을 옷으로 삼고 있는 서산 마애삼존불, 질서가 없는 것처럼 입구에서부터 이곳저곳 드문드문 서 있는 운주사의 석불과 석탑, 그리고 최근에 장인의 손길을 거친 부산 석불사의 불상과 보살상까지… 저자는 일관되게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올곧이 한국인의 심미안이 만들어낸 불교예술의 아름다움을 찾는다.

이 땅 구석구석에 산재해 있는 불상이나 탑 혹은 목조건축물을 감상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 가 있다. 그 중에 가장 흔한 방법은 모양이나 쓰임새에 방점을 두고 사용된 재료나 재질에 대해 현미경을 들이대듯 살펴보는 것이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면 이런 양식이 변화되고 발달해온 역사까지 살펴보기도 한다. 이를 우리는 흔히 양식사(樣式史)라 부른다. 문화재를 안내하는 간판 앞에 서면 이런 설명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아는 만큼 보인다’ 해도 이런 ‘관찰’이 우리에게 어떤 심미감이나 상상력을 준다고 말하기에는, 혹은 그런 준비를 하게 해준다고 말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이 책에서 저자는 불상이나 불탑 혹은 건물에 대해 아름다움[美]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한다. 불상이나 탑 너머에 있는, (종교적) 염원에서 시작돼 심미안을 거쳐 친근함과 진실을 추구했던 과정을 하나하나 짚어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