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화하면서도 위풍당당하고 고요하면서도 많은 감정을 담고 있는 고려 석불. 고려 석불의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생생한 현장답사기가 출간됐다. 김진숙 동국대학교 대외교류연구소 연구원의 <고려석불의 조형과 정신>(참글세상)이 그것이다.

일본 유학시절 일본인 은사가 고려 석불을 찬탄하는 이야기를 듣고 저자는 산과 들에 외로이 남겨진 석불에 관심을 갖게 됐다. 석불이나 마애불은 산과 들에 많이 남아있지만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그대로 방치되게 된다. 주로 폐사지에 남아 있고 산의 큰 바위나 바위 면에 조성하여 관리가 되지 않아 문화재의 중요성 면에서도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한다.

저자는 고려 석불이 조성되기까지의 역사적 배경과 독특한 양식적 특징을 파악하는데 많은 공을 들였다. 수 년 간의 현장 답사로 이루어 낸 결과물로 사진을 찍기 위해 기도하는 사람이 있으면 기다리기도 하고, 높은 산을 수없이 오르내리기를 반복해 책의 완성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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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불교의 수용과 재래신앙’ 편에서는 삼국시대에 전래되는 습합과정을 살펴본다. 제2장 ‘삼국과 통일신라시대의 불교 조각’에서는 고려 석불을 고찰하기 위한 작업으로 불상과 재래신앙과 습합된 불상으로 나누어 특징을 열거했다. 제3장 ‘고려시대의 불교 조각’에서는 고려 석불의 특징과 조성배경 등 석불과 마애불을 망라해 다뤘다.

어느 나라에도 없는 고려 석불의 아름다움과 작례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려니 국내에는 전문적인 자료나 기록이 정리되어 있지 않아 공부하기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럼에도 저자는 “고려 석불은 문화재뿐만 아니라 미술사적인 면에서도 훌륭한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으며 얼굴에 나타나는 미소와 옷깃의 주름 선들은 예술의 극치를 보여준다”고 말한다.

김진숙 연구원이 본 고려석불, 서구적 미술 평가와는 다른 지평에 놓여있는 석불의 세계를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299쪽, 1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