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이 빚어내는 불편한 세상살이를 벗어나 산사로 향하는 발길은 가벼운 설렘을 준다. 실크로드를 걸었던 작가 문윤정이 이번에는 그 발길을 산사로 돌렸다. 문윤정이라는 바람이 산사라는 꽃밭을 지나온 기록, <바람이 꽃밭을 지나오면>(우리출판사)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문윤정의 신작은 산사를 찾는 이들이 꿈꾸는, 일생을 수행에 정진해온 스님들과의 만남을 적은 책으로 현대불교신문에서 연재해온 글을 엮은 것이다. 문윤정은 고우, 대선, 대원, 도현, 명성, 명정, 밀운, 설우, 설정, 성웅, 우룡, 운성, 원응, 인환, 지묵, 지안, 지원, 철우, 청화, 현봉, 혜담 등 스물한 명의 선승을 찾았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수행이력을 쌓아온 선지식들이다. 저자는 이들 스님들의 세계를 에둘러 그리는 대신 인터뷰를 통해 직접 드러냄으로써 독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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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선수행만이 불교수행의 전부인 것처럼 비춰지는 요즘 불교계의 풍토와는 달리, 이 책에서 만나는 스님들의 수행방식은 다양하다. 참선, 절, 사경, 기도, 간경…. 문윤정이 만난 스님들은 자신들이 이제까지 수행해온 경험에 따라 각기 다른, 그러나 가장 쉽고 바른 수행 방법을 일러준다. 하지만 스님들의 깨달음을 향한 목표와, 자신의 깨달음을 중생들의 깨달음으로 회향하고 있다는 것을 저자는 놓치지 않는다.

학림사의 대원 스님은 “부처님 말씀을 예로 들면 ‘내 옆에 있는 사람이 가장 어려운 곤경에 처해 있다면 그 사람을 좋은 마음으로 도우는 것이 선’이라 했어요. 여러모로 세상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었을 때 그것이 바로 선이라는 것이지”라고 간화선을 풀어냈으며, 선교를 겸수한 함월사의 우룡 스님은 “참회가 바로 불공인데 먼저 가족에게 참회하고 또 자신에게 참회해야 합니다. 다른 것은 하지 않아도 좋으니까 아침저녁으로 가족에게 삼배”를 하는 것이 ‘사는 것’이라 했다.

그리고 스물 한 사람의 언어로 풀어낸 선(禪), 그리고 가르침을 문윤정 작가는 이렇게 정리한다.

“출가자로서 치열하게 수행에 수행을 더하신 분들이라 스님들의 말씀 한마디 한마디는 가뭄 속에 내리는 단비와도 같았다. 생의 긴 여로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는 우리들에게 길을 제시하는 선지식들의 셈법은 달랐다. 빠름이 아닌 느림, 풍족이 아닌 지족을 가르쳐 주었다.”

*문윤정은?

크게보기유서깊은 도시 경주에서 태어났다. 천년의 고도 경주에서 자라면서 삶에 대한 의문을 가졌고, 그 의문을 풀기 위해 인도, 네팔, 캄보디아, 파키스탄, 중국, 터키 등을 배낭을 짊어지고 순례했다. 카메라를 들고 수첩을 들고 다니면서 기록한 족적들을 불교계 언론에 기고하기도 했으며, 그 사이에 수필가로 문단에 데뷔해 여러 책들을 펴내기도 했다. 늘 공부하고 여행하고 쓰고 찍는 일을 즐기고 있는 천생 타고난 글쟁이이자 여행자이다.

저서로 <당신의 아침을 위하여>, <마음의 눈>, <신들의 땅에서 찾은 행복 한 줌>, <잣나무는 언제 부처가 되나>, <선재야 선재야>, <마음이 마음에게 묻다>, <답일소>, <외로운 존재는 자신을 즐긴다>, <걷는 자의 꿈, 실크로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