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등회 전통문화마당 축제가 한창이던 5월 20일 조계사 앞 길 우정국로에 심상치 않은 소음이 일어났다. 그 순간 축제를 즐기고 있던 군중들의 인상이 너나없이 찌푸려졌다. 예수보살의 말씀을 전하겠다며 한 중년의 여인이 허리춤에 작은 스피커를 달고 선교행위를 시작한 것이다.

작은 스피커의 성능이 어찌나 좋은지 시끄러울 정도로 큰소리를 냈다. 연등축제를 훼방하려는 작정을 단단히 하고 나온 것임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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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커를 허리춤에 차고 선교를 하고 있는 한 여인이 연등회 전통문화마당 축제장을 활보하고 있다. 사진=김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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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행사 진행요원들이 여인을 뒤쫓으며 만류를 해도 여인을 아랑곳하지 않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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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기야 경찰이 나타나 여인을 제지하고 있지만, 여인은 경찰과 말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날 오후 4시 30분경. 종각 사거리 한마음선원이 주관하는 공연이 펼쳐지는 무대 근처에서 선교행위를 저지하는 몇 사람과 옥신각신하고 있는 붉은 옷의 여인을 만날 수 있었다.

그 여인은 연등축제에 참여한 사람들로부터 심한 항의를 받았지만, 너무도 당당한 모습으로 뻔뻔스럽게 미소까지 머금고 있었다. 이 여인은 확성기를 이용해 “사탄들을 교화 시켜야 한다”며 큰소리를 질렀다. 여인은 그곳을 떠나 다시 군중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여인이 걸친 붉은 조끼에는 ‘주 예수를 믿으라’,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이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스피커에서는 귀에 거슬릴 만큼 찢어지는 소리가 이어졌다. 이 여인에게 주위의 항의는 문제가 되지 않는 듯보였다. 제지에도 아랑곳없이 군중을 헤집으며 100여 미터를 활보하다가 경찰에 의해 저지를 당하고서야 스피커를 끄고 축제의 거리에서 퇴출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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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만류에도 아랑곳 하지 않는 여인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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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경찰에 이해 행사장에서 격리되고 있는 광신자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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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로 끌려나온 여인이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고, 불자들을 향해 사탄 교화행위를 하고 있는 모습. 불쌍한 모습을 한 이 여인이 자신의 선교행위를 가로막는 경찰을 성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여인에게 말했다.

“이러시면 안되는 거 모르십니까?”

여인이 경찰에게 대답했다.

“경찰관님. 여기 이 수많은 사람들이 사탄에게 현혹되어 웃으며 날뛰고 있는데 어떻게 보고만 있으란 말입니까. 빨리 교화 시켜야 합니다.”

경찰관도 어이없어 당혹스런 표정으로 다시 여인에게 말했다.

“우선 스피커부터 끄세요.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 자극하는 것, 그만 하시고 빨리 여기서 나가세요.”

그러나 여인은 막무가내였다.

“내가 예수님 말씀을 전해서 저 많은 사람들을 사탄으로부터 구제하겠다는데 뭘 잘못했다고 이러시는 거예요.”

예수님이 그릇된 신앙을 하는 이 여인으로 인해 개망신을 당하고 있는 순간이었다. 결국 여인의 스피커는 경찰관에 의해 점멸되었다. 끝까지 버티던 여인은 경찰관에게 손목을 붙들려 우정국로의 끝까지 끌려나갔고, 축제의 장에서 격리되었다.

남의 잔칫상에 잿밥에 재를 뿌리려다가 자신이 믿는 신까지 망신을 시키는 광신도의 추태는 이 땅의 종교행태가 얼마나 저급한가를 보여준 단적인 사건이었다.

잘못된 신앙심이 불러일으킨 웃지 못 할 해프닝. 예수님이 이 여인에게 천국을 약속했는지도 모르지만, 여인은 자신이 현재 지옥을 헤매고 있는지 알고는 있는지 모를 일이었다.

아무리 다른 종교를 배타하는 기독교 신자라 하더라도 온 국민이 즐기는 축제의 자리에서 이런 행태를 보이는 것이 자신이 믿는 종교에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조금만 생각해도 알 수 있는 상식을 이들은 외면했다. 아마도 거듭된 세뇌로 이성적인 판단이 불가능해진 듯 보였다.

한동안 기독교 신도들이 봉은사를 비롯해 여러 사찰에서 땅 밟기를 하다가 기독교계 지도자들이 직접 나서서 사과했던 일이 있었다. 이들의 무모한 선교행위는 이제 국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연등회를 방해하는 수준까지 이르고 말았다.

잘못된 신앙에 의해 빗나간 여인의 행동은 종교적 신념의 문제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축제를 즐기러 온 수많은 시민들과 외국의 관광객들에게 비춰질 그 모습은 부끄러운 추태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