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무릇 모든 상(相)이 있는 것은 모두 헛된 것이니 모든 상이 상이 아님을 본다면 바로 여래를 보리라.

불교를 좋아하는 이들이 가장 즐겨 암송하는 이 구절은 저 유명한 금강경 사구게 중의 하나이다.

머무름 없는 삶의 방식, 공(空)의 본래 의미를 가장 드러내고 있는 경전 『금강경』은 조계종을 비롯한 대부분 선종 계통 종파의 소의경전이다. 이는 금강경이 대승불교의 요체라 할 수 있는 공의 의미를 가장 잘 설하고 있는 경전이기 때문이다.

금강경의 중요성은 수많은 주석서에서도 드러난다. 한국, 일본, 중국, 티베트에서 편찬된 금강경 주석서만 해도 800여종에 달하고, 한국에서만도 현재 약 130여종의 금강경 번역서가 출간돼 있다.

조계종은 지난해 불자들에게 쉽게 읽을 수 있는 금강경을 보급하기 위해 표준 금강경을 발간한 바 있다. 그 어느 경전보다 쉽고 간결한 현대어로 번역한 경전이 출간됐다고는 하지만, 사실 그 책 한 권만으로 금강경을 읽기란 벅차다.

금강경은 공의 요체를 아주 간략하고 명료하게 설명한 경전이지만, 그 어느 경전보다 깊은 뜻을 포함하고 있는 난해한 경전이기 때문이다.

크게보기이를 위해 조계종 종립 승가대학원장 지안 스님이 『금강경 바로읽기』라는 해설서를 편찬했다. 이 책은 조계종출판사의 표준 금강경 시리즈의 완결판이기도 하다.

종립 승가대학원은 스님들의 스님, 즉 강사가 되기 위해 다니는 대학원이다. 조계종출판사는 강사 스님들을 교육하는 책임자인 지안 스님에게 금강경 해설서 편찬을 청탁함으로써, 일반 불자들도 스님들이 받는 금강경 교육을 책으로나마 접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지안 스님은 “금강경에 관한 수많은 주석서가 시중에 나와 있지만 그 중에서도 백미는 『금강경오가해』”라며 “『금강경 바로읽기』 또한 『금강경오가해』의 주석에 기본을 두면서 다른 주석서들을 참고로 했다”고 밝혔다.

지안 스님은 “금강경 속에 일상생활을 사는 진리가 들어있다”고 설명했다.

“금강경은 수보리가 부처님께 질문을 하고 답을 듣는 형태로 진행됩니다. 수보리의 질문은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 어떤 자세로 수행에 임하느냐, 어떻게 그 마음을 다스리느냐는 물음으로 이어집니다. 이에 대한 답을 바로 알아 바르게 실천하면 부처의 경지에 이르게 되며 대승의 완성자가 된다는 것이 금강경의 주 내용입니다. 이에 대한 대답으로 부처님은 머무름 없이 살라고 합니다. 일체 상을 떠나 비어진 상태가 되어 시비와 분별을 초월하여 삶의 본질에 있는 순수 그 자체로 돌아갈 것을 권합니다.”

『금강경 바로읽기』는 금강경에 대한 상세한 해설에 덧붙여 이와 관련된 일화들을 간간이 소개해 불자들의 이해를 도와주고 있다.

‘범소유상 개시허망(凡所有相 皆是虛妄)’의 사구게가 등장하는 5장에서는 수보리의 27단의에 얽힌 일화를 소개했으며,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起心)’이 등장하는 10장 장엄정토분에서는 중국의 육조 혜능 스님이 이 구절을 듣고 출가를 하게 되었다는 일화가 소개돼 있다.

또한 “보살은 지은 복덕에 탐욕을 내거나 집착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복덕을 누리지 않는다”는 28장 불수불탐분(不受不貪分)에서는 봄을 찾아 헤맨 사람에 대한 일화가 등장하는데 매우 재미있는 대목이라 잠깐 소개한다.

스님은 이 구절에서 중국의 유명한 선시 중에 ‘탐춘(探春)’이라는 제목의 시를 인용했다. “날이 다하도록 봄을 찾아도 봄을 보지 못하고/ 짚신이 닳도록 이랑머리 구름만 밟고 다녔네/ 허탕치고 돌아와 매화꽃 피었기에 향기를 맡았더니/ 봄은 흠뻑 가지 위에 있었네”라는 내용의 아름다운 한시이다.

지안 스님은 이 이야기를 마테를링크의 『파랑새』에 비유하며, 달마의 무소구행(無所求行) 즉 아무 것도 원하지 않는 마음으로 자기 수행을 닦는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텅 비어 있는 마음이 본래 참마음이요, 텅 비어 있는 마음 속에 이미 본래 원하던 소원이 다 들어 있다”는 말이다.

이처럼 지안 스님의 상세한 설명과 일화들을 따라가다 보면 직접 스님의 강의를 경청하고 있는 기분마저 들게 된다.

이 책은 혼자서 금강경을 공부하는 불자들뿐만 아니라 스님이나 일반인들에게 금강경을 가르치는 강사들에게도 상당히 유익한 책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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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 스님은

통도사에서 벽안 스님을 은사로 출가하여, 통도사 강원 강주를 비롯해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 고시위원 및 역경위원장을 역임했으며 35년간 교학연구와 후학양성에 힘쓰고 있다.

현재는 대한불교조계종 종립 승가대학원장으로 승가교육에 매진하고 있으며, 반야불교학당과 반야경전교실을 개설하여 많은 재가 불자를 위한 교학 교육에도 앞장서고 있다.

저서로는 『기신론 강의』, 『신심명 강의』, 『기초경전해설』, 『보현행원품 강의』, 『학의 다리는 길고 오리 다리는 짧다』, 『처음처럼(초발심자경문)』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대반니원경』, 『대승기신론강해』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