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유억불 정책으로 불교를 전파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조선 후기의 불교신앙을 살펴볼 수 있는 책 2권이 잇따라 발간됐다. 동국대출판부가 문화체육관광부 지원사업으로 수행하고 있는 한국불교전서 역주사업의 일환으로 발간한 <염불보권문(念佛普勸文)>과 <천지명양수륙재의범음산보집(天地冥陽水陸齋儀梵音刪補集)>이 바로 그것이다.

두루 알다시피, 조선후기는 불교포교에 여러 가지 제약이 있던 시기였다. 불교는 이에 따라 사회 경제적 측면이나 포교의 측면에서 전통신앙과 습합해 다양한 불교신앙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번에 발간되 두 권의 책은 그러한 자료를 살필 수 있는 중요한 책이다.

크게보기<염불보권문>은 1704년 경북 예천 용문사에 주석하던, 자칭 ‘청허 후예’인 명연(明衍)스님에 의해 쓰여졌다. 그는 여러 불전(佛典)에서 취사하여 염불문(念佛文)을 만들고, 이를 한글로 옮겨 서민들이 쉽게 이해하고 염불할 수 있도록 정리했다. 이 책은 팔공산 수도사, 동화사 그리고 황해도 구월산 흥률사와 평안도 묘향산 용문사, 합천 해인사 등에서 각각 간행될 정도로 수요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18세기에 민중들이 실제생활에서 보고 들은 각종 불교적 신앙체험과 당시에 유포되어 있던 여러 글 중에서 실천 가능하면서도, 정토신앙(淨土信仰)과 관련된 각종 글들을 최대한으로 수렴하여 집대성한 것으로, 당시의 정토신앙 형태를 이해하는 데 귀중한 자료다. 동국대 국문과를 졸업한 정우영, 김종진 박사가 번역했고, 이대형(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조교수), 박상준(불교문화연구원 전임연구원)이 증의 및 윤문을 담당했다. 224쪽. 13,000원.

크게보기또 조선후기 지환(智還)스님이 저술한 <천지명양수륙재의범음산보집天地冥陽水陸齋儀梵音刪補集>(이하 ‘범음산보집’)은 고혼들을 천도하는 재(齋)를 올리는 데 필요한 의식과 절차 등을 상세하게 기록한 불교의례서이다. 조선시대에는 <진언권공(眞言勸供)>․<영산대회작법절차(靈山大會作法節次)>․<보범음집(刪補梵音集)>․<설선의(說禪儀)>․<배비문(排備文)>․<운수단(雲水壇)>․<작법절차(作法節次)> 등 다종의 불교의례서가 있었는데, 이 책은 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세하게 불교와 습합된 여러 신앙들을 널리 포괄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아울러 여러 가지 도표를 이용하여 당시 의식의 상황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있어, 종합 예술적 면모를 지닌 불교의례를 기록하는 데 글이 가진 한계를 넘어서고자 하는 편집자의 의도도 확인되는 귀중한 책이다. 김두재 선생이 번역했고, 김종진, 박상준 외 이성운 박사(조계종 포교원 한글법요집 편찬연구위원)이 증의 및 윤문을 담당했다. 636쪽, 28,000원.

동국대학교 불교문화연구원 한국불교전서역주사업단이 2007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불교학자들과 함께 여러 분야의 연구자, 번역 전문가들을 다양하게 참여시켜 진행하고 있는 <한국불교전서> 역주사업의 성과들은 2010년부터 매년 7권씩 발간, 현재 총 21권이 출간되었으며, 내년부터는 두 차례로 나뉘어 매년 10여 권씩 출간할 예정이다.

한문으로 된 우리나라 불교문헌 대부분을 싣고 있는 <한국불교전서(韓國佛敎全書)>는 고려의 대각국사 의천(義天)스님이 <속장경>을 간행한 이래 최초로 불교전적을 집대성한 것으로, 일제시대 이능화가 주도하여 결성했던 ‘조선불서간행회’를 비롯하여 뜻있는 선각자들이 끊임없이 시도했으나 이루지 못했던 한국불교 1600년의 숙원을 마침내 실현한 한국불교문헌의 대총서이다. <한국불교전서>는 신라시대부터 조선시대 말(1896)에 이르는 기간에 한국인에 의해 찬술된 불교전적을 집대성한 한국불교의 가위 ‘현대판 속장(續藏)’이요, 한국불교 연구의 정본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