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보기

그러나 정작 이 경전의 깊은 의미와 가르침을 이해하고 독송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분량은 적지만 이 경전의 내용은 웬만큼 불교공부를 한 이들에게도 결코 만만치가 않다. 왜냐하면 깨달음의 경지에서나 파악되는 진공실상의 경계를 그대로 설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른 경전도 그렇겠지만, 특히 반야심경은 직접 그 경지를 수행을 통해 체득하는 길이 첩경이라고 역자는 강조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진공실상의 경계를 체득하지 못했으므로 자세한 안내서가 필요하고, 이 책은 그래서 탄생한 것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반야심경 해설서가 끊임없이 나오는 것일까? 역자는 말한다. 기존의 해설서들은 대부분 선적 해설서에 치우쳐 있어서 오히려 반야심경에 대한 체계적 이해에 방해를 한다는 것이다. 반야심경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해설서가 필요하고, 더욱이 그것이 대승경전 전체와의 관계 속에서 조망한 해설서가 필요하고, 바로 이 책 <반야심경 강의>이 그 요청에 부합하는 저술이라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대만을 대표하는 고승 빈종법사로, 천태의 교학과 지관을 적용하여, 즉 천태의 실상론에 의거하여 세밀히 밝히는 저술이다. 이 책은 천태의 대표적인 수행법인 지관, 특히 일심삼관(一心三觀) 수행을 통하여 제법의 실상을 관함으로써 번뇌를 깨뜨리고 반야지혜를 증득하여 보살도를 행하는 수행방법을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의 서술방식은 경 전체를 강의함에 있어서 천태의 모든 교학과 수행법을 적절하게 응용하여 경의 내용이 분명히 드러나도록 하고 있다. 예컨대 경의 제목인 반야바라밀다심경 8자를 풀이함에 있어 천태대사가 법화경의 경전제목을 해석하는 방식을 사용하여 서술하고 전체 경전의 강요를 제시하고 있다.

흔히 보통 반야심경을 공사상을 천명하고 있는 경전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말이 좋은 뜻은 깊고 넓다. 고도의 수행과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천태교관에 입각해 심경의 세계를 해석한 이 책을 통해 공사상이 지니는 풍부한 의미와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내용을 더욱 온전하고 깊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빈종법사(斌宗法師, 1911-1958)는?

대만 창화 녹항 출신. 14세에 출가하여 17세에 띠집을 짓고 6년간 고행한 후에 중국대륙으로 들어가 명산대찰을 편력, 1934년에 천동사의 원영 법상에게서 구족계를 받았다. 천태산의 정권(靜權) 노화상에게 천태교관과 천태사교의를 전공하여 천태의 삼관과 심승관법의 오의(奧義)를 체득하였다. 28세에 대만으로 돌아와 홍법하며 천태종을 크게 드날렸다. 1951년에 폐관에 들어가 대장경을 열람하고 54년에 출관했는데, 각지의 요청에 응하여 불철주야로 설법하였다. 1958년 홍법원에서 시적하였다. 저서에 <반야심경요석> <불설아미타경요석> <능엄경의등> <아인생사지유래> <운수시초> 등이 <빈종법사유집>으로 편집되어 세상에 유통되고 있다.

*옮긴이: 범연 이동형은?

경북 안동 출생. 고려대학교 졸업. 한양대학교 공학박사. 저서 및 역서에 <선림보훈주해> <불교의 효> <지장경 효사상> <대장부론> <육묘법문> <금강경육조대사구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