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숱하게 절을 찾아간다. 각종 법회나 템플스테이에 참가하기 위해. 나들이로도 산사에 간다. 또 우리는 스님을 만난다. 스님과 차를 마시고 대화를 나누고 공양을 함께 한다. 만나면 둘도 없는 멘토이자 벗처럼 느껴지는 스님이지만, 실상 스님의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산사에서 스님이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 꿰뚫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크게보기조계종 종립 승가대학원 원장을 지내고 현재는 조계종 고시위원장을 맡아 후학을 양성하고 있는 지안 스님이 산사 생활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한 권의 책에 담았다. 40여 년 동안 스님이 경험한 절집 생활에 비추어 산사 생활의 정수를 오롯이 담은 이 책의 이름은 <산사는 깊다>(불광출판사 펴냄). 산사를 방문할 수는 있지만 거주할 수는 없는 불자들에게 미지의 세계와 같았던 스님들의 산사 생활이 지안 스님의 글을 빌어 영화처럼 펼쳐진다.

지안 스님은 책을 통해 기침부터 취침까지 이어지는 산사 스님들의 하루 일과를 소개한다. 새벽 3시부터 시작되는 도량석과 종송, 예불, 공양… 그리고 그것들에 담긴 참뜻을 일러주는 지안 스님의 어투는 담담한 듯 다정하다.

책 속의 산사 생활은 눈을 뜬 순간부터 잠이 드는 순간까지 한 시도 수행이 아닌 것이 없다. 잠을 자는 것도 수행의 연장이라 말한 선사를 소개하기도 한다. 지안 스님은 평화롭지만 엄격한 산사생활을 이야기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바쁘게는 지냈는데 자기 전에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것이 하나도 없는 ‘껍데기’같은 삶을 살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 돌아보게 한다.

또 지안 스님은 출가에서 다비까지, 스님으로서의 일생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보여준다. 머리를 깎고 수계를 받고 법명을 받는 새내기 때부터 총림과 선방에서 공부하게 되는 과정을 본인의 경험에 말미암아 이야기 한다. 그 이야기를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독자 자신도 고즈넉한 산사에서 청정한 마음을 닦고 있는 승려가 된 듯한 기분이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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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는 깊다>는 스님들의 산사생활을 간접 체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새내기 불자들의 ‘불교 입문서’로도 손색이 없다. 아주 사소한 용어에서부터 절집의 생활상을 하나하나 짚어주기 때문이다. 독자는 왜 절집의 하루가 그렇게 짜여 있고 스님의 삶이 그렇게 진행되는지를 마음으로 공감하고 머리로 이해할 수 있다.

근래 도시 스님들의 바르지 못한 모습에 눈살을 찌푸린 불자들이라면 조용한 산사 스님네들의 청정한 수행생활을 그린 이 책을 읽으며 마음의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253쪽. 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