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 망월사 2

                                                      수원사람 김성채

무위당(無爲堂)

자비문을 통해 들어선 무위당의 앞마당은 망월사에 도착하였을 때 올려다보던 2층집의 옥상입니다. 법당을 짓기 위한 터를 닦아서 대중을 배부르게 할 현대식 건물인 공양간을 먼저 짓고, 그 공양간 옥상에 지은 한옥 법당이 “무위당”입니다.

무위당은 맞배지붕 집으로 정면 다섯 칸, 측면은 네 칸으로 정면에 툇마루를 놓았습니다. 

맞배지붕집은 좌우 측에 풍판을 길게 늘어뜨려 측면 쪽으로 몰아치는 비바람을 막아내는데, 무위당은 중도리를 길게 빼내고 박공만 달았습니다. 풍판을 늘어뜨리지 않고, 중도리를 길게 빼내어 측면 지붕을 넓힘으로써 비바람을 막아내는 방법을 꾀한 것입니다. 짐작하건대, 이것은 짓기 전부터 ‘무위당 더 나아가 망월사를 돋보이게 할 벽화를 그려놓으려 했을 것’을 짐작해 봅니다. 

사찰의 벽화는 전통적으로 부처님의 일생, 수행자가 깨달아가는 과정, 불교 설화 등을 한 장면씩 이야기하듯 그려냅니다. 이렇게 서사적인 벽화가 법당을 장엄하고, 어려운 불교 교리를 쉽게 공부하게 하지만, 어느 사찰이나 비슷해서 싫증이 나기도 합니다. 그런데 무위당 벽화는 이제까지 보아온 벽화와는 하늘과 땅만큼 다릅니다. 그리다가 그만둔 스케치인 듯, 아이들이 낙서를 한 듯하며, 자신의 가족과 즐겁게 지내던 모습을 그려낸 이중섭 화가의 그림 같기도 한 그림입니다. ‘단청장이 왜 이렇게 그렸을까?’하는 의문이 들지만, 한참 보고 있노라니 무엇을 그렸는지 얼핏 알 것도 같습니다. 

우측 벽에 드러난 종보 밑에는 눈을 부라린 백호가 아래를 내려다보고, 좌측 벽에는 청룡이 하늘을 날고 있어서 무위당이 어떤 방향으로 지어졌는지 알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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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들보 아래 좌측 : 회벽에 황토색을 붓 자국이 나도록 거칠게 칠한 후, 

열반에 드신 부처님을 그렸습니다. 

∙대들보 아래 우측 :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과거불, 수기를 받은 미래불과 

더 먼 훗날에 성불하실 부처님, 또 수많은 보살을 그렸습니다. 

백호가 그려진 아래 칸에는 머리를 북쪽으로 두고, 오른쪽을 아래로 하여 양발을 포갠 채 열반에 드신 석가모니 부처님을 그렸습니다. 누워 계신 부처님 주위에는 여러 불보살과 제자들이 모여들어 공양을 드립니다. 부처님의 몸은 물론 광배까지도 검은색으로 덮였습니다.

먼 곳에서 부처님의 근황을 듣고 늦게 도착한 가섭이 “부처님께서 이제 열반에 드셨으니 온 세상이 빛을 잃었구나. 장차 누구를 믿고 의지할 것인가?”라 슬퍼하며, 찬탄합니다.

“부처님께서 비록 무위(無爲)에 나아가셨으나 거룩하신 깨달음 실답지 않음 없네.”

단청장은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실 때, 세상이 어두워졌음을 이렇게 표현하였습니다. 망월사 주지 스님께서 법당(무위당)을 짓기 전에 부처님께서 몸소 내보이신 무위의 진리를 보이는 이 벽화를 그리고자 하셨는지, 벽화를 그리고자 무위당을 지었는지 궁금합니다. 

그 옆 칸에는 많은 불보살과 수행자들을 그렸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찬탄하는 비천이 하늘을 날며, 악기를 연주하고 춤을 추며 꽃이 뿌립니다. 극락조가 날아다니며 부처님의 공양을 찬탄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무위당은 정면 다섯 칸에, 측면 네 칸입니다. 한옥 한 칸은 기둥과 도리, 평방, 창방, 인방 등으로 벽체가 나뉘어 화판이 됩니다. 단청장께서는 그렇게 나뉜 많은 칸칸에 전통적인 탱화를 벗어난 새로운 기법으로,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여래를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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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 벽에 그린 벽화는 망월사 법당들이 축대를 쌓아 만든 집터에 지어졌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가파른 비탈은 이리저리 계단으로 이어졌습니다. 법당에 봉안된 불상, 예불하는 스님과 포행하는 스님, 차를 마시는 스님과 불자 등 망월사에서 벌어지는 모든 행사가 낱낱이 한 칸 벽화에 그려졌습니다. 

동종(銅鐘)

나무틀에 걸려 있는 높이 50센티미터 정도의 작은 종이, 무위당 툇마루 끝에 놓였습니다. 1786년(정조 10)에 제작된 동종으로 경기도 유형문화유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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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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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판을 붙잡고 있는 용뉴 

용 한 마리가 꼬리를 틀어 동종의 음통을 휘둘러 감았고, 발톱으로는 천판을 움켜잡았습니다. 그리고 동종을 매달 수 있도록 몸통을 위로 구부려 틈새를 만들며 용뉴가 되었습니다. 작은 용은 무거운 종을 붙잡고 나무틀에 매달려 있기도 힘든데, 예불 때마다 당목이 몸통을 쳐대니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버텨낼 수 있었던 이유는 자기의 울음소리를 듣고, 중생들이 번뇌를 잊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오랜 세월이 지나다 보니 대천세계도 무너지는 것처럼, 동종 천판과 연곽에 구멍이 뚫렸습니다. 맑은 울음소리를 들려줄 수 없는 처지에 이르자, 동종은 어쩔 수 없이 바깥 마루의 끝자락으로 물러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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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적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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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연금강

망월사 동종은 다른 범종과 똑같이 합장을 취한 보살 입상이 부조되었지만, 유다르게 금강역사(인왕)가 부조되어 있습니다. 부처님과 불법을 지키는 신으로 받들어지는 금강역사는 금강문에 그려지는데, 특이하게 망월사 동종에 나라연금강과 밀적금강이 부조되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실 때, 너무나 슬퍼서 한탄하다 기절까지 한 밀적금강은 ‘여래께서 대중과 계실 때 내셨던 우레와 같은 음성과 미묘한 소리를 이제는 듣지 못하겠구나.’라며 탄식합니다. 

선 자세의 두 금강역사 모두 치켜든 왼손과 내리치는 자세의 오른손은 칼을 잡았습니다. 천의가 흩날리고 그 사이로 드러난 팔뚝과 종아리 근육이 불거졌습니다. 나라연금강은 얼마나 힘을 주어 입을 다물는지 아랫입술이 위로 올라왔고, 밀적금강은 이빨이 드러날 정도로 입을 크게 벌렸습니다. 부처님께서 설법이 종소리를 타고 멀리에서도 듣기를 바라는 금강역사의 마음을 동종에 담아 넣은 것이라 짐작합니다.

지장보살

무위당 상단에는 연화좌에 결가부좌를 취한 채 오른손으로는 육환장을, 왼손에는 여의주를 든 지장보살상을 봉안하였습니다. 지장보살 좌우 측에는 도명존자와 무독귀왕 입상이 협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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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장보살삼존상과 지장시왕도

후불탱화는 검은 바탕에 금선으로 그린 먹탱화가 걸렸습니다. 중앙에 지장보살, 좌우에는 도명존자와 무독귀왕, 홀을 쥔 명부시왕이 시립하였습니다. 그 뒤에는 명부시왕의 권속으로 판관과 녹사, 사자, 천녀 등 명부의 업무를 처리하는 모두가 망라되었습니다.

끝 열 좌우 모서리에는 명부로 오기 전에 사람들에게 학대를 당하던 소와 말로 환생한 우두옥졸과 마두옥졸이, 그 옆에는 붉은 머리털이 뻗친 나찰이 그려졌습니다. 소와 말에게 혹독하게 일을 시키는 사람과 악업을 많이 쌓는 사람은 지옥에서 혹독한 형벌을 받는다는 경고의 의미로 예전부터 그려집니다.

무위당 정면 여섯 개의 기둥에 주련이 걸렸습니다. 

시방동취회  十方同聚會   

개개학무위  箇箇學無爲 

심공급제귀  心空及第歸 

불타초연기  不墮悄然機 

유문하경계  有問何境界 

소지백운비  笑指白雲飛 

불도를 이루고자 시방(十方)에서 사람들이 모여들어

각각이 저마다의 무위법을 배우는데

마음이 공한 것임을 깨달은 사람은 득도하여 돌아가리.

득도한 모습 예전과 같아 보여도 마음은 어디에 빠지거나 떨어지지 않아.

마음을 두는 것이 경계인데, 경계가 무엇인가를 물어보니

손가락으로 날아가는 흰 구름을 가리키며 웃을 수밖에.

무위문으로 들어와서 공(空)이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시의 속뜻을 새기면서, 무위문으로 나왔습니다.

여여문(如予門)

낙가보전 마당으로 들어가는 여여문을 봅니다. 문 생김새는 무위문과 똑같고, 현판만 다릅니다. 그런데 여여문이라 하니 “여여문이구나”하는 것이지, 현판에 쓰인 것이 그림인지 글자인지 알아볼 수가 없습니다. 희미하기도 하지만 빠르게 휘둘러 쓴 초서체인 때문입니다. 어떤 문인지 알고 들어오라는 뜻일까요? 알고 들어오면 좋기는 하지만 굳이 알 필요는 없으니, 그냥 들어오라는 뜻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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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여문

여여문의 뜻은 “삶과 죽음을 초월한 세계로, 고요하고 평온한 세상으로 가는 문”이라고 합니다. 삶과 죽음을 넘어선 세계를 열반으로 그리고 고요하고 평온한 세상은 해탈로 풀이하면 여여문을 들어서면, 열반과 해탈의 경지로 들어가는 문이 됩니다. 

함부로 들어서지 못하도록 세우는 것이 문인데, 여여문은 언제든 활짝 열려있어서 누구든 드나들 수 있습니다. 그렇게 쉽게 드나들 수 있는 문의 이름에 심오하고, 깊은 뜻을 담았습니다.

망월사 입구에서 보았던 “아니 오신 듯 다녀가시옵소서.”가 문패처럼 걸렸습니다. 같은 말이 거듭되는 것은 강조하는 것입니다. 들어가려는 곳은 고요하고 평온한 세상이니 ‘가실 때에 어떤 흔적도 남기지 말라’고 재차 말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다녀가시옵소서’의 다녀가는 곳은 망월사를 말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잠시 머물다 갈 지금의 생(生)을 말하는 것일까요? (다음 회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