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이름을 지우고 보면 잠언집이라 할까? 철학자의 글이라는 생각이 든다. 중요한 것은 부처님 얘기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연꽃, 자비 등 특정 종교에서 사용하는 단어를 찾기 어렵다. 종교적 색채를 지우고 삶의 지혜에 초점을 맞춰 시대에 맞는 글쓰기를 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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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혜민스님, 법륜스님, 정목스님의 책들(사진왼쪽부터)

건국대 의과대학 하지현 교수가 최근 KBS 제1라디오 ‘신성원의 문화읽기’에서 스님이 출간한 책들에 대한 분석을 시도했다. 하 교수는 문화읽기 ‘도시 심리학’ 코너를 통해 “최근 혜민 스님, 법륜 스님, 정목 스님 등이 출판한 책들이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은 성철, 법정 스님 책들과 달리 종교색채를 버리고 근본적인 물음, 특히 현실에 대한 물음에 대해 답을 제시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주장했다. 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자신을 개발하라고 재촉하는 ‘자기개발서’등에 피로감을 느낀 대중들에게 신선한 이미지로 다가왔다는 것이다.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은 70만부 정복이 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년 전 출간된 법륜 스님의 <스님의 주례사>도 베스트셀러를 기록하고 있다. 정목 스님의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도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 교수는 “스님들의 책이 나오기 전까지 ‘나꼼수’ 맴버들의 책이 베스트셀러를 기록했지만 대중들은 거대 담론이 아닌 자신에 대한 성찰과 안녕을 기원하고 있는 것 같다”며 “과거와 달리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후 등장한 스님들의 책에 대중들이 환호하고 있다. 논증보다 구체적 물음에 대해 비유와 상징을 통해 철학적 관점에서 독자가 생각하게 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 유효했다. 특히, 담론을 짧은 글로 소화했다는 것이 과거 스님들의 책과 다른 점”이라고 분석했다. 독서에 있어 긴 호흡이 힘든 현대인들에게 안성맞춤의 글이라는 평가인 것이다.

하 교수의 평가에 대해 윤재웅 동국대 국어교육학과 교수는 “분명 불교계에서는 환영할 만한 현상”이라며 “불교가 사회, 대중과의 소통이 부재였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들 스님들이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소통을 시도해 좋은 성과를 이루고 있다. 이는 성장위주의 한국사회의 병폐를 불교를 통해 치유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준 것”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윤 교수는 또 “분명한 것은 우리사회, 우리 국민들이 성장위주의 사회에 피로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개그 콘서트를 보고, K-POP을 들어도 해결되지 않는 근원적인 피로를 해소하는데 스님들의 책이 도움이 되고 있다. 이러한 스님들이 향후 많이 배출되어야한다”고 밝혔다.

류지호 불광출판사 주간도 같은 뜻을 피력했다. 류 주간은 “스님들의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은 ‘치유’가 우리시대 아이콘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라며 “법륜 스님, 혜민 스님과 같은 스타 스님들이 등장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혜민 스님의 경우 하버드대 졸업이란 스펙, 외모, 말솜씨, 탁월한 글 솜씨 등을 가지고 소유하고 있다. 젊은 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이다. 상업적인 판단을 떠나 이런 스님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해 사회적으로 많은 활동을 전개해야한다. 불교를 공부해야만 아는 이른 바 ‘우리끼리’만 아는 불교가 아닌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불교 홍포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라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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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민스님이 7월 8일 미황사에서 열린 '청년출가학교'에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윤창하 민족사 대표도 류 주간의 주장에 동감했다.

윤 대표는 “혜민 스님, 법륜 스님의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책 내용도 맑고 신선하지만 스님들의 활동력이 담보됐기에 가능했다”며 “이들 스님들의 공통점은 전국을 돌며 콘서트를 개최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참여한 관객들이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이러한 추세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다. 미국에서도 저자가 방송과 언론에서 지속적으로 노출이 되어야 책이 팔린다. 순수문학을 제외하고는 이러한 방식을 취하지 않으면 베스트셀러에 오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렇다면 이 열풍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윤재웅 교수와 류지호 주간은 “본격적인 대선정국이 시작되면 열기가 가라앉을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윤창하 대표는 “대선 정국에도 불구하고 열풍은 하반기까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