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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반직전 자애로운 스승의 모습을 그려 제자들이 만든 감진대사 건칠좌상이다.

서기 763년 봄. 감진스님의 제자 닌키는 법당의 대들보가 무너지는 꿈을 꾸었다. 스승님의 입적이 가까워졌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는 생전 스님의 자애로운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 두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감진대사는 75세를 일기로 가부좌 한 채로 열반에 들었다. 열반에 드신 모습을 그대로 건칠 좌상으로 조성해 모신 것이 당초제사의 감산대사 좌상이다. 일본 미술사에서 최고로 꼽는 초상조각이다. 감진대사 좌상은 5월 5일 기일을 맞아 일 년에 단 3일만 공개하는 비불이다.

지난 2009년 7월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이 일본을 방문하였다. 일본의 아키히토 천황은 환영 만찬에서 감진대사가 중·일교류에 끼친 큰 공덕을 찬탄하며 ‘일본국민을 대표하여 중국인민들에게 뜨거운 감사를 올린다’고 하였다.

나라역 광장에 감진대사의 동상이 세워지고 천황이 찬탄하는 감진대사는 어떤 인물이었을까?

감진대사는 688년 중국 강소성 양주에서 태어났다. 14세에 출가하여 남산율종 도선율사의 제자인 도안율사로부터 보살계를 받았다. 계율을 지키고 깊이 연구하여 율사로 이름이 높았다. 감진대사에게 수계한 제자들이 4만 명이 넘었다. 그는 병든 사람들과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하는 보살행에도 앞장섰다.

개원 21년 감진대사 나이 55세 때 일본에서 학예, 보조 두 스님이 찾아왔다. 대사님을 초대해 모시라는 천황의 뜻을 전하며 일본불교를 위하여 바다를 건너 주실 것을 간절히 요청하였다. ‘일본에 불법은 전해졌지만 수계를 해줄 고승이 없으니 큰스님께서 오셔서 일본불교를 부흥시켜 달라’고 하였다.

감진은 제자들에게 물었다. 누가 나를 따라 일본에 가겠느냐? 모두 침묵하는데 한 제자가 말했다. 

“일본은 너무 멀어서 목숨을 보존하기 어렵습니다. 풍랑이 심한 바다를 건너가야 하니 백 명이 가면 한 명이 살아남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모두 조용히 있는 것입니다.”

“일본 스님들은 목숨을 걸고 스승을 구하러 왔다. 너희들이 못 가겠다면 나 혼자라도 갈 것이다. 불법을 전하다 죽으면 그것보다 복된 죽음이 어디 있겠느냐?”

감진대사의 일본행은 번번이 실패로 끝났다. 도중에 풍랑을 만나거나 관청에서 간섭하였다. 다섯 번째 갈 때는 태풍을 만나 해상에서 14일간 표류하며 죽을 고비를 넘긴다. 안질에 걸려 치료도 받지 못하고 실명하게 된다. 당나라 천보 12년 감진의 나이 66세였다. 장님이 된 그는 일본 견당사가 귀국하는 배편에 6번째 몸을 맡긴다. 제자들과 장인 24명이 동행하였다. 그때 감진이 일본으로 가져간 물품 목록이 남아있다. 불상, 관음보살상 등 8존. 사리자, 보리자 등 불구 7종. 화엄경, 율장 등 불경 84부 300권. 그리고 왕희지, 왕헌지의 진품서첩 3종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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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 당초제사 금당이다.
 

10월 29일 출발하여 이듬해 2월 4일 일본의 수도 나라에 도착하였다. 천황과 황족, 귀족, 승려들의 성대한 환영을 받았다. 감진은 동대사에 계단을 차리고 성무천황, 광명황태후 등 황족과 승려 500명에게 수계를 내린다. 756년 효렴천황은 대승도에 임명한다. 감진은 하사 받은 관저를 절로 개조하여 중국식 금당이 일본의 수도 나라에 자리 잡게 된다. 이때 건립된 절이 나라의 당초제사이다. 8세기에 중국양식으로 건립된 당초제사 금당과 부속건물들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순인천황은 일본 승려들에게 수계를 받기 전에 반드시 당초제사에 가서 불학과 율학을 연찬하게 하였다. 당초제사는 그 당시 일본불교의 최고학부가 되었다. 감진대사는 일본 율종의 시조가 된다.

그는 두 눈이 멀었지만 기억력은 비상하여 경전과 율장을 모두 외우고 있었다.

감진대사는 의학에도 통달하여 냄새로 약초를 구분했고 많은 사람들의 병을 치료해 주기도 하였다. 그는 범성음악, 불사건축, 조각회화, 초약의술, 서법전각에도 뛰어나 일본 문화발전에 큰 자취를 남겼다.

감진은 당신의 율맥과 의학, 예학 등을 전수하고 당나라로 귀국하고자 하였다. 당초제사의 사부대중들은 모두 눈물을 흘리며 애원한다. 

“영원히 우리들 곁에 머무시어 정법이 길이 빛나게 하시고 일본의 중생들을 불법으로 제도해 주소서.”

간절한 애원에 감진은 당신의 생애를 일본에 맡긴다.

중국의 감진대사를 찾아가 일본에 오시기를 청원했던 학예와 보조스님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 

스승을 구하는 간절한 마음과 스승이 오래 머물기를 청하는 모습에서 보현행자의 모습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