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법인 대한불교진흥원(이사장 이한구)은 불교의 교리와 문화를 보다 쉽고 바르게 알리기 위해 발행하는 월간 『불교문화』 2025년 10월호(통권 제302호)를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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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사진 : 전남 구례에 있는 화엄사 대웅전 비로자나 부처님(사진｜하지권)

불교, 유신론인가 무신론인가?

신을 묻는 다섯 가지 시선

키워드: 사구부정 / 유일신·다신 / 신중 신앙 / 삼신(법신·보신·화신) / 구도·가피·제도

① 불교와 신 - 윤원철 

② 다양한 신의 개념 - 성해영

③ 불교의 신중신앙 - 자현 스님

④ 삼신(三身)의 의미 - 이중표

⑤ 구도, 가피, 제도(濟度)란 무엇인가 - 혜담 스님 

불교는 유신론일까, 무신론일까? 이번 호의 특집은 서둘러 결론을 내리기보다 사구부정의 태도로 질문을 열어 두고, 유일신·다신을 배경으로 불교의 신중 신앙과 대승의 삼신(법신·보신·화신)을 함께 살펴본다. 그리고 ‘신을 믿느냐’는 단순한 이분법을 넘어 연기·무아라는 토대 위에서 구도·가피·제도가 어떻게 맞물리는지 다섯 필자의 시선으로 풀어냈다.

▲ 불교와 신 – 윤원철(서울대학교 종교학과 명예교수) 

윤원철 서울대학교 종교학과 명예교수는 불교를 무신론으로 단정하는 통념을 비판하며, 현실의 신행(부처·보살·신중에 대한 기도)을 옳고 그름의 이분법이나 ‘방편’ 남용이 아닌 사성제·연기·무상·무아 등 교리 맥락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불교는 유신론인가 무신론인가’라는 물음에는 사구부정의 태도로 답해야 하며, 언어·개념 집착을 놓고 현실의 신행을 비판적 성찰 속에서 재해석하고 있다.

불교의 유신론적인 면과 무신론적인 면에 대해서도, 그 둘 모두 각자 쓰임새가 있는 방편설이라고 두루뭉술 넘어가기보다는 각자가 불교의 교리와 신행 체계의 맥락 속에서 어떤 좌표에 해당하며 어떤 의의를 지니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 다양한 신의 개념 – 성해영(서울대학교 종교학과 교수)

성해영 서울대학교 종교학과 교수는 신개념을 종교·철학적 차원에서 체계화해 유일신론과 다신론을 나누고, 유일신론을 ‘초월적·범신론적·범재신론적’으로 세분하며 스피노자와 힌두의 브라만, 플로티누스·베단타, 수운 최제우와 폴 틸리히를 사례로 설명한다. 또한 신관에 따라 신과 인간의 상호작용과 신 인식 방식이 달라지며 종교사에는 단일한 절대자에서 우주와 동일시되거나 내재와 초월을 동시에 갖는 존재까지 다양한 신정의가 공존하며, 이러한 분류와 정의는 인간과 사회를 해석하는 중요한 분석 틀로 기능한다고 이야기한다.

종교사에는 다양한 신의 정의가 등장했다. 단일하고 절대적인 존재라는 인식부터, 위계를 이루는 여러 신들, 우주와 동일시되는 범신론적 신, 내재와 초월을 동시에 구현하는 범재신론에 이르기까지 신의 얼굴은 시공에 따라 다채롭게 드러났다. 

▲ 불교의 신중신앙 - 자현 스님(중앙승가대학교 불교학부 교수)

자현 스님 중앙승가대학교 불교학부 교수는 불교가 신의 존재를 인정하되 절대화하지 않으며, 동아시아 전통에서 ‘절대’는 신이 아니라 진리(불교의 법·유교의 인·도교의 도)라고 정리해 유일신적 전통과 구분한다. 불교에서 신은 깨달음을 돕는 ‘수단’이며 목적은 스스로 각성해 붓다가 되는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불교, 유교, 도교는 신을 믿지만, 신을 절대화하지는 않는다. 불교, 유교, 도교에서 말하는 절대의 완전함은 무엇일까? 그것은 진리다. 이를 불교에서는 다르마(법)라고 하며, 유교에서는 인(仁)이라 하고, 도교에서는 도라 한다. 즉 불교, 유교, 도교는 진리를 추구하는 상태에서, 신을 강자로 수용하는 정도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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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해사 백흥암 신중도

▲ 삼신(三身)의 의미 – 중각 이중표(붓다나라 대표)

중각 이중표 붓다나라 대표는 대승의 전개 속에서 누구나 붓다가 될 수 있다는 관점 아래 법계의 상주성과 오분법신을 토대로 법신·보신·화신의 삼신불 개념이 확립되었고, 역사 속 석가모니는 화신불이며 수행의 과보로서의 보신불이 개념화된다고 정리한다. 인간은 신이나 숙명에 의존하지 않고 업과 연기에 따라 스스로 삶의 주인이 될 수 있으며, 보살행을 닦아 본래의 불성을 실현하면 법신을 ‘수용’하고 화신으로 출현할 수 있으니 누구나 붓다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모든 중생은 불성이 있으므로 붓다가 되려는 원을 세워 보살행을 실천하면 법신(法身)을 자신의 몸으로 수용(受用)할 수 있다. 누구나 붓다가 되려는 원을 세우고 보살행을 닦으면, 그 업의 과보로서 붓다를 이룬다. 이렇게 보살행의 과보로서 성취되는 붓다가 보신불이다. 그리고 이러한 보신불이 구체적인 사람의 모습으로 역사 속에 출현한 것이 화신불이다. 

▲ 구도, 가피, 제도(濟度)란 무엇인가 - 혜담 스님(불광법회 선덕(先德))

혜담 스님 불광법회 선덕은 불교는 ‘참지 않으면 안 되는’ 사바세계에서 붓다가 극단의 선정·고행을 떠나 보리수 아래 성도에 이른 본범을 통해, 수행의 출발과 핵심이 발심하여 구도하는 정신임을 밝힌다. 이 구도의 지속 위에 명훈가피가 따르는데 부처님이 이미 모두에게 베푼 진리를 알아채지 못할 뿐이며 기도 성취 역시 눈앞에 드러내는 현훈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가운데 평화와 기쁨이 전해지는 방식이라 설명한다. 수행의 결론은 입전수수로 표현되는 제도(濟度)로, 자신의 안락에 머물지 않고 세간 속 중생과 고락을 함께하는 보살행(상구보리·하화중생)으로 나아갈 것을 권하며 모두가 정법을 지키려 서원하면 말세는 오지 않고 초발심을 견지할 때 한국 불교가 다시 정신문화를 선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일반적으로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오는 평화스러움과 기쁨을 명훈가피라고 한다. 부처님께서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기쁨을 주시고 성취를 주시는 경우가 많다. 지나고 보면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그 당시에 일이 그렇게 돌아갔구나’ 하고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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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하반기 캠페인｜“기도하는 삶을 살자!”

이번 호에서 김혜정 사경 작가는 조계사 법당에서 입시기도 중이던 어머니의 108염주가 끊어졌을 때 신도들이 함께 염주알을 주워 채워주며 응원했고, 그 순간에 기도의 힘이 낙심을 지혜와 자비로 바꾸는 내면의 힘임을 깨달았다. 필자는 30여 년간의 사경 수행을 통해 범어 ‘옴마니반메훔’에서 출발해 실담범어 능엄주 3,000여 자 8폭 병풍과 범어 『반야심경』까지 완성해 왔으며 사경을 ‘내 안의 부처를 찾아가는 여정’으로 삼아 가정과 이웃, 모든 인연의 평온을 발원한다.

이밖에, 이번 호에는…

· 치유의 숲, 사찰림을 가다｜화성 용주사 소나무 숲

· 기도하기 좋은 절｜충청북도 단양군 단양팔경 사인암과 청련암

· 10분으로 배우는 불교｜도(掉)를 아십니까?

· 법상 스님과 함께하는 마음공부｜선(禪)공부, 마음공부의 자세

· 사찰에는 재미난 이야기가 숨어 있다｜월정사 동대관음암 : 구정 선사의 설화

· 정여울 작가의 이럴 땐 이 책을!｜자비와 환대, 더 큰 사랑이 필요한 시간

· 10월 화요 열린 강좌｜스트레스에 대한 새로운 접근, ‘해소’에서 ‘관리’로. 등 풍성한 읽을거리를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