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 스님의 파계 씨앗, 성철 스님의 애제자, 해방 후 최초의 비구니 강사, 비구니 율사…

묘엄 스님을 이르는 말은 이처럼 다양하다. 숱한 수식어가 말하듯 스님의 생애는 특별했고, 흥미로우며 위대했다. 뛰어난 율사(律師)이며 대강백(大講佰)으로 한국 비구니 승단을 재건하는 데 앞장섰던 묘엄 스님. 스님의 삶과 수행, 그리고 한국 비구니 승가공동체에 대한 생명력 넘치는 기록을 담은 책이<한계를 넘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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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를 넘어서>는 묘엄 스님의 일대기를 연구대상으로 삼아 문헌연구와 현장연구를 병행한 석담 스님이 저술했다. 저자는 연기적 서사를 통해 묘엄 스님의 인생을 재구성했다.

개인과 공동체, 여성과 남성, 보편과 특수가 겹겹으로 엮여있다. 비단 묘엄 스님 한 개인의 이야기가 아니다. 스님들의 행장기 특유의 미사여구를 자제한 채 역사의 주역이나 관찰자의 증언 또는 회고와 같은 구술을 통해 묘엄 스님의 일대기를 정리했다. 책에 소개된 청담 스님, 성철 스님과의 일화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때 마침 청담은 법원에서 돌아와 오후 늦게야 밥, 시래기 국, 김치, 간장 한 종지 등 네 가지만 놓인 밥상에서 점심을 먹고 있었다… (묘엄 스님은)청담에 대해 아버지라는 애틋한 감정을 가져본 적은 없었지만 태어나 처음으로, 피를 나눈 아버지와 딸이라는 천륜이 이런 것이구나 하고 이해할 수 있었다”라는 청담 스님과의 일화는 부녀(父女)와 사제(師弟), 그리고 도반(道伴)의 경계에 서 있는 그들의 현실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요 다음에 인순이(묘엄) 니가 잘 배워서, 공부 많이 해서 훌륭한 여승이 되어 가지고, 여승계에 혁명을 일으키는 큰 중이 되면 그런 거 다 곤칠 수 있는기라. 그라고 여자 중도 공부만 많이 하고 잘 배우면 설법도 하고 법사도 될 수 있는기다. 암만, 될 수 있고말고!”라며 묘엄 스님을 북돋은 성철 스님이나, “내는 밥이나 짓고 빨래나 하고 욕질이나 하는 그런 여승은 안 될랍니더. 그러니 나를 꼭 훌륭한 법사승(法師僧)으로 만들어 주시이소”

시대의 큰 어른과 스승이 없음을 한탄하는 오늘, 묘엄 스님의 일생과 함께 한국 비구니 승단을 조명한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