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주(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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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 정윤경 작가)

 육신을 건강하게 하라

 중도에 대해서 설하겠다. 

 다 떨어진 더러운 옷을 입고, 

 머리를 헝클어뜨리고, 

 고기와 생선을 입에 대지 않는다고 해서 

 미혹한 사람이 깨끗해지지는 않는다.

 지나친 고행으로 몸을 혹사시켜도 

 감각적인 욕망을 이기지는 못한다. 

 자아에 대한 감정이 지배하는 한 

 자학적인 수행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네 자신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육신을 위해 적당히 먹고 마시라. 

 네가 식욕을 억누르거나 혹은 탐닉하는 것은 

 얽매임에 빠지는 것이다. 

 그러나 일상생활에 필요한 것을 

 만족시키는 일은 잘못이 아니다.

 진정 너의 의무는 육신을 건강하게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마음은 강하고 깨끗한 상태에 

 머물러 있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중도이다.

                                -교설

 사족; 중도(中道)란 다른 말로 하자면 ‘바른 길’ 즉 정도(正道)일 것이다. 유교에서 말하는 중용과 다른 의미이다. 중용은 과유불급(過猶不及)과 비슷한 말이지만 중도란 ‘바른 길’과 동의어이다. 자학적으로 수행하지 말고 육신을 건강하게 하라는 말씀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 * *

 누구나 해탈의 길을 포기하지 말라

 어느 날 명석하고 이지적인 한 제자가 

 자신이 동생을 불러다 놓고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동생을 출가시키고 싶습니다.”

 부처님은 흔쾌하게 허락하셨다. 

 그러나 동생은 행동이 느리고 머리가 아주 나빴다. 

 그는 부처님 가르침을 전혀 이해하지 못해서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부처님께서 자신 때문에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았고, 

 형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 그랬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말씀했다.

 “스스로 재주가 부족하다고 하여 

 해탈의 길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네가 지금까지 배운 공부를 모두 버리고 

 내가 지금 너에게 주는 주문을 반복하거라.”

 부처님은 어린 수행자에게 주문을 가르쳐주고 

 너그럽게 그를 돌려보냈다. 

 그러나 곧 어린 수행자가 다시 왔다. 

 그는 더욱 주눅이 들어 있었다.

 “부처님이시여, 저에게 가르쳐준 주문을 

 기억하지 못해 더 이상 외우지 못하겠습니다.”

 부처님은 그를 위하여 친절하게 반복하여 가르쳤다. 

 그러나 주문을 외우지 못하는 

 그는 두 번이나 더 돌아왔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더 간단한 형태의 

 주문을 가르쳐 주었다. 

 그래도 그는 주문을 잊어버렸고 

 이제는 부처님을 찾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

 부처님께서 웃으면서 말씀했다.

 “이것보다 짧은 구절이 있다. 단 두 음절이다. 

 네가 기억할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그는 그것마저도 외우지 못했다. 

 그는 상심하여 한쪽에 앉아서 울었다. 

 그 모습을 본 형은 자신의 명예가 더럽혀졌다는 

 생각에 울화가 치밀었다. 형이 어린 동생에게 

 집으로 돌아가라고 하자 그는 처량하게 길을 떠났다.

 그는 어떤 숲에 이르러 

 그곳으로 오고 있는 부처님을 만났다. 

 부처님께서 웃으면서 그의 손을 잡았다. 

 부처님은 그를 데리고 두 늙은 수행자가 

 마루를 비질하는 절로 들어갔다. 

 부처님께서 그들에게 말했다.

 “지금부터 어린 수행자를 여기서 살게 하라. 

 마루를 계속 비질하면서 지금 가르쳐준 

 두 음절의 주문을 외우거라. 

 내가 돌아올 때까지 멈추지 말거라.”

 어린 수행자는 마루 위에 앉아서 

 빗자루가 앞뒤로 쓸리는 소리를 들었다. 

 비질 소리가 반복되면서 그는 속삭이는 듯한 

 주문 소리의 리듬을 듣고 또 듣게 되었다. 

 몇 주가 지나서 부처님이 되돌아오기 전에 

 어린 수행자는 깊은 해탈을 이루었고, 

 두 늙은 수행자 또한 그러하였다.

                       -중아함경

 사족; 부처님은 어린 수행자의 과거생을 불안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린 수행자는 과거생에도 둔한 사람이었으나 부처님의 말씀을 잘 따라 무언가를 이루었으리라. 부처님은 여기서도 누구나 해탈의 길을 포기하지 말라는 가르침을 주고 있다.

                                    * * *

 선(禪)의 호수에서 목욕하라

 바라문 산가라바는 매일 아침과 저녁에 

 낮 동안 자신이 저지른 죄를 씻기 위해 

 강에서 목욕을 하였다. 

 부처님께서 산가라바에게 말했다.

 “목욕을 해서 모든 죄를 씻을 수 있다면 

 개구리나 거북이나 악어들도 죄로부터 자유로워지리라! 

 진정한 호수는 선(禪)의 호수이니 

 자비는 목욕을 위한 호숫가에 비유할 수 있으리. 

 맑고 깨끗한 물은 모든 사람을 자비롭게 씻어주리라. 

 선의 물속에 뛰어들어 수영하는 법을 배우라.”

                             -잡아함경

 사족; 지금도 인도의 힌두교 최고성지 바라나시에 가면 강가 강에 목욕하는 수십 만 명의 힌두신자들을 볼 수 있다. 일출 전에 가 보면 더 장관이다. 심지어 강물을 항아리에 담아 가는 사람도 있다. 강가 강물에 목욕하면 그들이 지은 죄가 씻어진다고 하는 ‘멸죄 의식’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부처님 재세 시에도 그런 멸죄 의식이 있었으니 부처님 말씀은 가히 혁명적이다. 강물에 목욕하여 죄가 씻어진다면 강물 속에 사는 개구리, 거북이, 악어들이 먼저 해탈했을 것이라는 말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