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반칙왕’에 나오는 은행원 임대호. 하루걸러 지각에 실적도 저조한 그는 한 마디로 되는 일이 없는 인생이다. 하지만 그는 마스크를 쓰고 레슬링 시합에 출전하면 완전 다른 사람이 된다. 가슴속 깊이 감춰 둔 열정이 마스크를 쓰면 불타오르는 것이다.

임대호가 그랬듯 사람들은 자주, 내가 아닌 다른 나를 꿈꾼다. 보기만 해도 사랑스러운 사람, 카리스마가 넘쳐흘러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의 사람, 유머러스한 사람, 감정표현에 숨김이 없이 솔직한 사람… 가지지 못한 이미지를 동경하는 것은 자신이 생각하는 그대로 표현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단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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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마법의 가면>이라는 책이 있다. 책 속의 아이는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흰 ‘가면’을 줍는다. 가면은 주인의 마음 변화에 따라 각각에 알맞은 동물로 변신한다. 가면을 쓴 아이는 원숭이로 변해 친구들을 즐겁게 해주기도 하고 곰으로 변해 재주를 부리기도 한다. 그러다가 짜증이 나면 늑대가 되어 흉포하게 성질을 부리고 으르렁거린다. 늑대가 된 아이를 부모님은 알아보지 못하고, 그제야 아이는 가면을 벗으려하지만 가면은 벗겨지지 않는다.

가면에 얼굴을 묻고 표출하고 싶은 대로,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면 마음이 자유로워질 줄 알았지만 아니었던 것이다. 마음은 수시로 변화했고, 그 변화하는 모습에 끌려 다니다가 지쳐버리고 마는 것이다. 무상함을 깨닫지 못하는 것에서 고통이 비롯된다고 부처님은 설했다.

아이는 떠돌이 개로 변해 방황한다. 그런 아이를 발견한 누나가 개가 된 아이를 꼭 안고 쓰다듬어주기 전까지. 비가 눈물처럼 내리고, 비로소 아이의 가면이 지워진다. 누나의 도움으로 가면에서 벗어나 본래진면목을 되찾은 아이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다.

사람들은 때로 가면을 꿈꾼다. 어여쁜 가면 혹은 힘이 세고 튼튼한 가면들을 말이다. 가면이 자신을 자유롭게 해주리라 믿지만, 결국 가면은 자신을 옭아매는 또 하나의 올가미일 뿐이다. 가면을 벗고 따뜻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아이처럼, 우리도 가면을 벗어던진 본래진면목을 찾을 수 있을까.

초등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한 <마법의 가면>은 아동 그림책 계의 노벨상이라 일컬어지는 프랑스 칼테콧 상의 올해 수상작이다. ‘나’와 ‘표현’, ‘욕구’ 같은 주제가 조화를 이룬 동화책을 오늘 밤 내 소중한 아이에게 읽어주는 것은 어떨까.(불광출판사, 1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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