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의 미세한 통찰과

느낌의 발생과

거기서 지각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것을 알고

형성을 타자로 괴로운 것으로

자아가 아닌 것으로 안다.

이렇게 올바로 보는 수행승이

고요하고 적멸의 경지를 즐긴다면,

악마와 그 권속을 이기고

그 최후의 몸을 성취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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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장명확)

오늘 살펴볼 시는 미세한 통찰, 즉 수행에 관한 것이다. 수행이라고 하면, 왠지 막연하게 생각되거나 다가오는 분들에게 이 시의 가르침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수행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오온을 관찰하는 것’이다. <쌍윳따니까야> ‘무상에 대한 지각의 경(Aniccasaññāsutta)’에 나오는 오온에 대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살펴보자.  

이것이 물질이고, 이것이 물질의 발생이고, 이것이 물질의 소멸이다.

이것이 느낌이고, 이것이 느낌의 발생이고, 이것이 느낌의 소멸이다.

이것이 지각이고, 이것이 지각의 발생이고, 이것이 지각의 소멸이다.

이것이 형성이고, 이것이 형성의 발생이고, 이것이 형성의 소멸이다.

이것이 의식이고, 이것이 의식의 발생이고, 이것이 의식의 소멸이다. (S22.102)

부처님께서는 오온에서 발생과 소멸을 관찰하라고 가르치셨다. 오온을 자신의 것이라 여기는 이는 발생과 소멸을 보지 못한다. 이런 사람들의 속성은 사라지는 것들에 대하여 아쉬워하는 것이다. 그래서 슬퍼도 내가 슬프고 기뻐도 내가 기쁘다. 모든 것에 항상 자아에 대한 관념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자들은 지금 여기 내 몸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대하여 관찰한다. 구체적으로 일어남(samudaya)과 사라짐(atthagama)이다. 

몸만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느낌도 관찰한다. 어떤 느낌이든지 일어난 것은 사라지기 마련이다. 만일 느낌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느낌에 대한 갈애가 일어나면 집착이 되어 결국 괴로움으로 귀결된다. 지각도, 형성도, 의식도 관찰의 대상이다. 우리 몸과 마음에서 매 순간 일어나는 변화를 관찰하여 무상한 것이고 괴로운 것이고 실체가 없는 것이라고 지각하는 것이다.

한번 발생된 것은 반드시 소멸한다. 무상한 것이다. 몸과 마음에서 매 순간 일어나고 사라지는 현상을 관찰했을 때 무상에 대한 지각을 닦는다. 이렇게 했을 때 모든 감각적 쾌락에 대한 탐욕, 물질에 대한 탐욕, 존재에 대한 탐욕을 없앨 수 있다고 부처님은 가르치신다. 이렇게 수행을 하다 보면, 궁극에는 무명도 아만도 없어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수행을 해서 얻어지는 궁극의 경지는 열반이다. 열반은 불교가 추구하는 최종 목적지이며, 지극한 행복이다. 그런데 상당수 불자들에게조차 열반에 대한 바른 이해가 부족해 보인다. 수행과 결부되어 열반을 이해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열반은 불교가 지향하는 궁극의 실천목표이다. ‘불교는 열반사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이다. 열반의 원음은 ‘닙바나’로, ‘불어서 끈 상태’라는 뜻이다.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라는 3가지의 번뇌의 불이 모두 꺼진 상태, 불붙을 조건이 더 이상 생겨나지 않는 상태이다. 

임종 순간 모든 존재에게는 다음 몸을 받아 태어나려는 재생의식(再生意識)이 작동한다. 이생과 다음 생을 이어주는 재생연결식(再生連結識)이다. 이 순간 각자 지은의 업에 따라 다음 생이 결정된다. 이것이 육도(六途, 천상·인간·수라·축생·아귀·지옥) 윤회의 원리이다. 욕망과 성냄과 어리석음이라는 번뇌가 남아있는 한 모든 존재는 육도를 윤회한다. 윤회는 끝없이 이어지는 쓰라린 고통의 연속이다. 이러한 윤회의 굴레로부터 영원히 벗어나는 것, 다시는 태어남이 없는 경지가 열반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부처님의 시는 <앙굿따라니까야>4:16 미세한 통찰의 경에 등장한다. 이 경은 오온에 대한 것이다.  

“수행들이여, 세상에 수행승이 그 물질에 대한 미세한 통찰보다 더 탁월하고 더 수승한 다른 물질에 대한 미세한 통찰을 보지 못하고, 그 물질에 대한 미세한 통찰보다 더 탁월하고 더 수승한 다른 물질에 대한 미세한 통찰을 바라지도 않는, 그러한 궁극적인 물질에 대한 미세한 통찰을 갖춘다.”

이후 경의 문장은 물질 대신에 느낌, 지각, 형성만 바꾸어 넣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의식(viññāṇa)에 대한 것은 언급되어 있지 않다. 왜 의식이 빠져 있을까? 네 가지[色受想行]가 의식과 더불어 다섯 가지 존재의 다발[五蘊]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물질, 느낌, 지각, 형성을 관찰하면 분별하여 아는 마음, 즉 의식이 함께 있는 것이다.

‘미세한 통찰(sokhummani)’이란 미세한 특징을 꿰뚫는 앎이다. 미세한 특징이란 무상하고 괴롭고 실체가 없는 것, 즉 무상·고·무아를 말한다. 

관찰에는 거친 관찰과 미세한 관찰이 있다. 거친 것은 오욕락과 관련이 있다. 눈과 귀 등 감각기관으로 즐기는 것이다. 그런데 즐거움에 취하면 이 세상은 항상 하고 즐거운 것이고 실체가 있는 것이라고 착각하게 된다. 거친 관찰로는 무상·고·무아를 볼 수 없다는 말이다. 반면에 미세한 관찰을 하면 무상·고·무아를 볼 수가 있다. 

미세한 것의 본질은 무상·고·무아이다. 우리가 몸과 마음을 오온으로 분석하여 미세하게 보는 것도 무상·고·무아를 보기 위한 것이다. 지수화풍 사대가 무상, 고, 무아인 것을 알기 위해서는 수행해야 한다. 부처님께서 물질, 느낌, 지각, 형성에 대하여 미세하게 통찰하라고 가르치신 것은 수행하라는 말씀과 다르지 않다.

- 시어 ‘물질, 느낌, 지각, 형성’은 색·수·상·행을 의미한다. 

- 시구 ‘생겨나고 사라지는 것’은 무상(無常)을 의미한다. 

- 시구 ‘괴로운 것’은 고(苦)를 의미한다.

- 시구 ‘그 최후의 몸’은 열반을 성취하여 다시 태어남이 없는, 즉 윤회의 굴레를 벗어난 ‘아라한’를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