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주(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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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 정윤경 작가)

자비를 실천하는 사람은?

자비를 실천하는 사람은 

편히 잠을 자고 잠에서 깨어나며 

악몽을 꾸지 않는다.

그는 모든 중생에게 자애롭다.

어떤 위험도 그를 해치지 못한다.

그는 쉽게 마음을 집중하고

그의 표정은 행복하고 고요하다.

그는 어떤 혼란도 없는 상태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자비가 그를 지켜준다.

                               -증일아함경

사족; 이와 같은 부처님 말씀은 선인선과(善因善果)를 구체적으로 밝히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비를 실천하는 행위가 선인(善因)이고, 그래서 편히 잠을 자고 악몽을 꾸지 않고 개운하게 잠에서 깨는 것이 바로 선과(善果)인 것이다. 그러니까 선인(善因)이 있으면 아주 먼 내생에서나 선과(善果)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선한 행위의 결과는 그날그날 편안한 안락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자비를 실천하는 사람에게는 어떤 위험도 다가오지 못한다고 부처님은 말씀하신다. 그래서 그는 마음을 집중하면서 온전하게 살 수 있고, 그래서 그의 표정은 행복하고 고요하다는 것이다. 생을 마칠 때도 한(恨)이 없으니 편안하게 눈을 감을 수 있는바, 그에게 자비를 받은 사람들이 지켜주기 때문이다.  

진실을 진실로, 거짓을 거짓으로 알라

원망으로 원망을 갚으면

원망은 끝내 사라지지 않는다.

오직 참아야만 원망은 사라지나니

이 법은 영원히 변치 않으리.

마음에 모진 생각 버리지 못하고

욕심에 따라 치달리면서

스스로 자기를 다스리지 못하면

그에게는 법복이 알맞지 않다.

진실을 거짓으로 생각하고

거짓을 진실로 생각하면

이것은 끝내 그릇된 소견

그에게는 허망한 망상만 따른다.

그러나 진실을 진실인 줄 알고

거짓을 보고 거짓인 줄 알면

이것은 떳떳하고 올바른 이해

그는 반드시 진리에 도달하리.

지붕을 성글게 이어 놓으면

비가 내릴 때 빗물이 새듯이

마음을 조심해 간직하지 않으면

탐욕은 곧 마음을 뚫고 만다.

경전을 아무리 많이 외워도

실행하지 못하는 게으른 사람은

남의 소를 세는 목동과 같아

부처님 제자로서 보람을 얻기 어렵다.

마음은 고요히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변하고 그침이 없다.

어진 이는 마음을 바로 깨달아

허물을 돌이켜 복을 만든다.

                           -법구경

사족; 4년 전에 상을 추천하겠다는 지인의 호의를 뿌리친 적이 있다. 선배 작가로서 후배 작가를 격려해야 할 나이에 무슨 상이냐고 거절했던 것이다. 추천하신 분이 다시 전화를 해왔다. 상을 주겠다는 측이 나를 지목하고 있으니 자신의 체통을 생각해 달라고 하는 하소연이었다. 그래도 나는 마음이 내키지 않아 친구에게 전화로 상의했다. 친구는 어차피 가면을 쓰고 사는 세상이니 굳이 거절할 이유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상을 주는 단체도 가면을 쓰고 있고, 상을 받는 자도 가면을 쓰고 있으니 세상의 관습을 굳이 피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가면을 쓰지 않고 사는 사람들이 없는 것 같았다. 사람들이 가면을 쓰고 있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은 것이다. 작가는 작가라는 가면, 직장인은 직장인이라는 가면, 정치인은 정치인이라는 가면, 자칭타칭 지도자는 지도자라는 가면 등등 말이다.

 <반야심경>의 핵심은 공(空)과 무(無)를 깨달으라는 것이고, 그것을 다른 말로 바꾸면 ‘가면을 벗어버리라’는 뜻일 터이다. 요즘 너도나도 편을 가르고 정치의 말을 하고 산다. 옳으니 그르니 시비(是非)가 넘쳐난다. 상대의 가면을 보고 야유와 조롱, 원망, 험담이 난무하고 있다.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가. 나 스스로 그런 것에 ‘인생을 낭비한 죄’를 짓고 사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보지 않을 수 없다. 가면을 보고 그러했다면 허망하게 헛발질한 것과 무엇이 다를까. 가면 너머의 진실을 보려는 자기 성찰을 했으면 좋겠다. 부처님도 곡진하게 여러 비유를 들어 자기 성찰을 당부하시고 있다. 

열 가지 착한 일을 하려면

사람들은 열 가지 일로써

선을 이루기도 하고, 악을 이루기도 한다.

열 가지 일이란 

몸의 세 가지, 말의 네 가지, 생각의 세 가지이다.

몸의 세 가지는 산목숨을 죽이는 일,

남의 물건 훔치는 일,

음란한 짓을 하는 일이다.

말의 네 가지는 거짓말, 이간질, 악담,

당치 않게 꾸미는 말이다.

생각의 세 가지는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다.

이것을 열 가지 악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열 가지 행위를 하지 않으면

곧 열 가지 착한 일이 될 것이다.

                                -사십이장경

사족; <사십이장경>의 부처님 말씀은 ‘어진 이는 끊임없이 변하는 마음을 깨달아 허물을 돌이켜 복을 만든다’와 같은 말씀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 허물을 짓지 않으면 복이 오는바, 그것이 바로 행운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