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있거나 서 있거나

앉아 있거나 누워 있거나

세속적인 악한

사유를 품는다면

실로 혼미에 빠져

삿된 길에 들어서니

그러한 수행승은 얻을 수 없다.

위없는 바른 깨달음을.

걷고 있거나 서 있거나

앉아 있거나 누워 있거나

그러한 악한 사유를 그치고

사유의 적멸을 즐기면

그러한 수행승은 최상의

바른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 전재성님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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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장명확)

행주좌와(行住坐臥)는 불교에서 수행자가 갖추어야 할 네 가지 기본자세를 의미한다. 불교에서는 걷고, 서 있고, 앉고, 눕는 네 가지 동작 또는 자세들을 통해 마음을 집중하고 수행의 마음 자세를 갖추는 것을 중시한다. 

행(行)은 걷는 자세, 즉 움직이는 상태이고, 주(住)는 서 있는 상태이다. 좌(坐)는 앉는 자세, 즉 편안하게 앉아 머물러 있는 상태이며, 와(臥)는 눕는 자세, 즉 누워서 휴식을 취하는 상태이다. 

행주좌와는 수행자가 일상생활에서 어떤 자세를 취하든지 간에 마음을 잃지 않고, 바른 마음 자세를 유지하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즉, 어떤 자세든 수행의 자세를 유지하라는 것이다. 이러한 자세들은 수행의 기본 요소이며, 걷고, 서고, 앉고, 누울 때마다 마음을 맑게 하고, 집중하여 수행에 몰입하도록 도와준다. <대념처경>에서는 신념처의 몸의 자세 네 가지(四威儀), 즉 행주좌와(行住坐臥)에 항상 알아차림을 유지하라고 가르친다. 

“비구들이여, 잠시 나아가서 비구는 걸어가면서는 걸어간다,라고 분명하게 알고, 서있을 때는 서있다고 분명하게 알고, 앉아있을 때는 앉아있다고 분명하게 알고, 누우면서는 눕고있다라고 분명하게 안다. 그와 같이 연이어서 그의 몸이 향하고 있는 상태에 따라서 그것을 분명하게 안다.” 

수행은 쉽게 말하면 눈 떠서부터 시작해서 마지막 눈 감을 때까지 철저하게 일치되도록 하라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위빳사나 수행을 할 때는 반드시 과거의 일들을 떠올려서는 안 된다, 또 미래의 계획들도 미리 앞당겨서 생각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 철칙이다. 그래서 사띠는 현재 일어난 것, 현재 생각난 것, 현재 일어난 것들만 대상으로 해야 된다.

걷고 있을 때는 걷고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아차리고, 갖고 싶다는 마음이 일어났으면 갖고 싶다고 분명하게 알아차리고. 또 내가 생각을 하고 있으면 생각하고 있다고 분명하게 알아차리고, 말하고 있으면 말하고 있다고 분명하게 알아차리고, 음식을 먹고 있으면 음식을 먹고 있다고 분명하게 알아차리고, 손을 뻗고 있으면 손을 뻗고 있다고 분명하게 알아차리는 것이다. 즉 모든 행위 그게 육체적인 행위든 정신적인 행위든 그것을 분명하게 알아차리라는 가르침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알아차려야 될까? 예컨대 걸어가고 싶어 하는 마음이 일어나지 않으면 걸어갈 수가 없다. 걷고 싶은 의도가 있어야 걷는다. 앉고 싶어 하는 의도가 있어야 앉아지게 된다. 생각하려고 하는 의도가 있어야 생각을 하게 된다. 어떤 행위는 반드시 행하려는 의도가 있어야 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모든 행위에는 의도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만이 바른 수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의도가 있고, 행위가 있고, 그것을 알아차리는 것, 이 세 가지가 한 세트로 어울려져야 한다. 

아침에 깨어나기 시작해서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모든 시간들은 수행의 시간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리지 않도록 해야 된다. 모든 것들이 수행이다 하고 생각을 해야 된다. 그렇게 해야만 사띠가 일어난 것들, 앞의 사띠와 뒤의 사띠가 연속하게 된다. 또 앞의 사마디와 뒤의 사마디가 연속하게 된다. 앞에 일어난 마음과 뒤에 일어난 마음들이 연속함을 분명하게 알게 된다. 이렇게 해야 수행이 무르익고, 그렇게 가장 알아차림이 성숙할 때, 가장 알아차림이 날카롭게 되어나갈 때, 분명하게 예리하게 깨어있을 때 비로소 지혜들이 발현된다. 아! 이것이 물질적인 현상이고, 이것이 정신적인 현상이구나 하고 구분을 해볼 수가 있게 되고. 아! 이것이 사라지는 현상이구나 하는 것을 분명하게 알아차리게 된다. 지혜가 일어나야 비로소 열반을 증득할 수 있다.

테라와다 불교에서 행주좌와에 사띠를 놓치지 말라는 가르침으로 수행자들을 가르쳤다면, 선가에서는 행주좌와 어묵동정(行住坐臥 語默動靜)에 화두를 놓치지 말라고 가르친다. 표현방식이나 세부적인 방법에는 차이가 있을지 모르지만 큰 줄기에서는 테라와다 불교와 선불교가 일맥상통하는 수행전통을 갖고 있다고 하겠다.

이 시는 <앙굿따라니까야> 4:11 걸음의 품 ‘걸음의 경(Carasutta)’에 등장한다. 부처님께서 사왓티 시에 머물고 계실 때, 비구들을 향해 사위의(四威儀)를 주제로 설법을 하신 후 그 내용을 한 편의 시로 정리한 것이다. 부처님은 이 경에서 수행자가 걷거나, 서 있거나, 앉거나, 누워 있으면서 감각적 쾌락의 욕망에 매인 사유, 분노에 매인 사유, 폭력에 매인 사유가 일어날 때 그것을 용납하여, 버리지 않고 제거하지 않고 끝내지 않고 사라지게 만들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부끄러움을 모르고 창피함을 모른다면 정진이 열악한 자가 된다고 경고하셨다. 

-시어 ‘세속적인’은 번뇌에 물든 것[낄레사, Kilesa]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