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정우 기자
bind1206@naver.com 2025-04-21 (월) 15:46당대의 불교뿐만 아니라 주역, 천문, 지리, 역사, 예술,
정치, 경제, 출판, 복식, 음식 등을 밝혀내는 증거들이
타임캡슐처럼 담겨 있는 불복장(佛腹藏)
부처님을 형상화한 불상과 불화는 미술품이자 조각품이다. 부처님의 모습을 띠고 있지만 단순한 미술품이 어떻게 예경의 대상이 되었을까? 정성을 다해 예경(禮敬)을 올리면 부처님이 나투어 소원을 이루어 주신다는 종교적인 예배의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절차가 있는 것이 아닐까?
장승요가 용 그림에 눈동자를 그려 넣어 생명력을 부여해 주었듯이 불교에서도 생명을 불어넣는 종교의식을 한다. 복장물을 봉안하는 불복장 의식(佛腹藏儀式)과 점안 의식(點眼儀式)을 봉행함으로써 미술품으로서의 불상과 불화가 아닌 중생을 구원해 주는 불멸의 부처님이 되는 것이다. 이 종교적인 의식을 통해 단순한 미술품에서 종교적 의미를 포함한 상징성과 생기가 넘치는 성상으로 승화된다.
부처님의 형상에 의례의식(儀禮儀式)의 절차에 따라 비밀스러운 불복장 의식을 행해야 비로소 미술품이 예경의 대상이 되고, 진정한 부처님으로 탄생하게 된다. 화룡점정(畵龍點睛)이 바로 불복장 의식인 것이다.
불복장 의식은 언제 시작되었고 어떻게 변화하였을까
복장(腹藏)이라는 용어는 ‘장기(臟器)’를 뜻하는 ‘복장(腹臟)’에서 ‘모든 것을 다 갖춘 곳집’을 뜻하는 ‘복장(腹藏)’으로 변천되는 과정을 거치게 되었는데, 그 근본 의미는 ‘깊이 감추어져 있다’, ‘깊이 감추어 두다’라는 뜻이라고 할 수 있다. 복(腹)은 배로 사람이나 동물의 몸에서 가슴과 다리 사이의 부위인데 신체의 중심이라는 뜻이며, 장(藏)은 ‘감추다, 숨기다’라는 뜻이며, 복장이라는 뜻은 ‘신체의 오장육부를 배 안에 감추어 숨기는 것’을 말한다.
불복장은 2~3세기 간다라 불상에서 시작되었다. 초기불상에서 불상의 가장 높은 정수리 부분에 사리를 모셨던 흔적을 시작으로 오늘날 불상의 복장물 봉안 위치를 살펴보면 정수리에서 등판, 몸통으로 차차 아래로 내려오게 된다.
이후 중국으로 넘어오면서 불상 안에 사리나 경전 등 불법(佛法)을 상징하는 물품을 넣으면 영험이 깃든다고 믿었던 생신사상(生身思想)과 중국 전통 의학과 도교의 신체관, 신선사상이 융화되면서 나타난 것으로 불상이 신성과 위엄 있는 영험한 부처님으로 된다는 중국 특유의 믿음인 상신신앙(像身信仰)에 바탕을 두고 있다. 생신신앙의 영향으로 신체의 장기를 의미하는 복장물이 형태를 갖추어 봉안되고 불상의 소재와 봉안 기법에 따라서, 또한 불상의 내부가 넓어져서 복장물의 종류는 불사리(佛舍利)로부터 200여 가지의 다양한 장엄구로 발전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양상은 11세기가 되면서 경(經)·율(律)·론(論) 3장(三藏)을 봉안하는 법사리(法舍利)와 발원문을 봉안하는 양식으로 변화하였다.
일본 교토 세이료지(淸凉寺) 소장
우리나라의 복장물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7세기 경전인 『다라니집경』 권 1에 불복장 의식에 대한 내용이 나와 있고, 한국 불복장의 시원으로는 경남 산청 석남암사지 석조비로자나불좌상으로 보고 있다. 비록 배 부분에 넣는 복장은 아니지만 대좌에 사리 장치를 넣은 것을 보면 불복장과 비슷한 발상으로 생각되며 이후 고려 시대부터 배 부분에 복장을 넣는 의식이 시작되었다. 중국·일본과는 달리 장기모형은 발견되지 않았다.
미개척 분야인 불복장을 집대성한 저자 경원 스님
이 책 『불복장의 비밀』의 저자 경원 스님은 20대 초반부터 동학사 승가대학 호경기환(湖鏡基煥) 조실스님과 청봉혜묵(靑峰惠黙) 스님께 불복장법을 배웠다. 그 후 오랜 세월 우리나라 불교문화유산과 불복장의 원향(原鄕)을 찾아 연구했다. 국내에서 국외로 눈을 넓혀 고대 불교문화 발상지인 인도부터 동남아시아·중앙아시아·실크로드 불교문화권을 순례하고, 관련 전시회와 학술조사에도 참석하며 연구해 왔다. 이 책은 경원 스님이 40여 년간 연구한 불복장 관련 성과를 집대성한 결과물이다.
법보전 비로자나불 복장, 후령통, 해인사 성보박물관 소장
법보전 비로자나불 복장, 은제8엽연봉, 해인사 성보박물관 소장
법보전 비로자나불 복장, 사리호, 해인사 성보박물관 소장(사진제공=민족사)
저자는 “불상에는 장기를 상징하는 후령통 외에도 전적(典籍)·불상(佛象)·불화(佛畫)·불구(佛具)·의류·고전(古錢)·해외 귀중품 등이 봉안되어 있어서 복장물을 통해 미술사적인 조상(造像) 형태뿐만 아니라 당시의 신앙생활·철학·의학·공예·회화·서예의 수준을 알 수 있고 더 나아가 넓게는 대외 교류에 이르기까지 짐작할 수 있다.”라고 밝히고 있다. 이처럼 중요한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불교문화 연구의 미개척 분야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 부여를 할 수 있다.
| 저자 경원 | 출판사 민족사 |
| 판형 152*225 | 페이지 400쪽 |
| 가격 35,000원 |
편저자 경원 庚圓 현재 금산 극락사 회주, 공주 동학사 주지, BTN 불교티비 자문위원, 한국불복장연구소 소장으로 수행과 전법에 힘쓰고 있다. 수덕사 견성암에서 출가, 동학사 승가대학을 졸업하였으며, 견성암·대성암·약수암 등 22안거를 성만하였다. 동국대학교 행정대학원을 졸업하였다. 20대 초반부터 청봉당 혜묵 스님 하에서 불복장 전반을 수학하였으며 이 책은 2018년까지 30여 년 넘게 쌓아 온 불복장 관련 성과물을 정리한 것이다. 지금까지 불복장 봉안 주요사찰로 마곡사·법주사·수덕사·선운사·아프리카 보리가람 농업기술대학교 등이 있고, 법련사·전등사·한국불교 역사문화 기념관·아라아트 미술관·대전 중구문화원 등에서 불복장전시회를 개최하여 큰 호응을 받았다. 중국 감숙성·신강성 불교유적 및 관련 문화재 조사(2011·2017), 우즈베키스탄 불교유적 및 관련 문화재 조사(2015), 일본 도쿄·가마쿠라 불교문화재 조사(2015), 파키스탄 불교유적 및 관련 문화재 조사(2019) 등 학술조사를 통해서도 깊이 있게 불복장과 관련된 연구를 하였다. 대만·라오스·미얀마·부탄·베트남·스리랑카·우즈베키스탄·인도·인도네시아·일본·중국·티베트·태국·파키스탄·홍콩 등 성지순례 역시 이 책의 주춧돌이 되었다. |
목 차 •서문 제1부. 불교미술의 이해 1. 불교미술의 시작 2. 무불상(無佛像)시대 3. 불상(佛像)의 기원 제2부. 불복장의 기원과 의미 1. 복장의 의미와 범주 2. 인도 고대 불상 복장물 3. 중국 고대 불상 복장물 제3부. 한국의 복장물 1. 불상 복장물 2. 불화 복장물 제4부. 불복장의 재현과 해설 1. 사리 2. 사리기 3. 후령통 4. 후령통 구성과 안립 순서 5. 기타 복장물과 점안의식 준비물 제5부. 조상경 1. 조상경(造像經) 2. 조상경 판본의 비교 3. 조상경의 구성과 과목 부록 •도판출처 •참고문헌 •찾아보기 •추천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