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롭고 유능하고

많이 배우고 가르침을 기억하고

가르침을 여법하게

실천한다면,

그를 상가를

빛내는 님이라 한다. 

계행을 잘 지키는 비구,

많이 배운 비구니,

믿음을 지닌 재가의 남자 신도,

믿음을 지닌 재가의 여자 신도, 

이들이 상가를 빛내니

이들이 상가의 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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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장명확)

한국불교의 장자종단으로서 한국불교계를 이끌어가는 조계종에 대한 사회적 평가는 그리 높지 않다. 걸핏하면 일어나는 범계행위 등으로 조계종 상가의 청정성이 심각하게 오염되었고, 간단없이 이어지는 종권을 향한 권승들의 아귀다툼, 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매관매직 행위, 주요 사찰을 차지하기 위한 이합집산 및 거래 따위의 추태 등이 조계종을 넘어 한국불교 전체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우고 있다. 그렇더라도 이런 자들은 상가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반론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자들이 활개 치는 환경을 제공한 전체 사부대중 또한 불교계를 위태롭게 하는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가뭄에 콩 나는 격으로 소수의 여법하거나 청정한 수행자들이 나름 고군분투하고 있으나, 추락하는 교단의 흐름을 막아내는 데는 역부족이다. 흔히 불교계에 어떤 문제가 있을 때 그 책임소재에서 의례 벗어나 있는 재가자들 또한 심각한 상태이기는 마찬가지이다. 불교를 믿는다면서도 부처님의 가르침보다는 위신력에 기대려는 빗나간 신행모습을 비롯하여, 기복으로 치우친 낮은 수준의 비불교적 신앙행태, 특히 올바른 스승을 알아보지 못하는 우매함 등이 결국 한국불교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역할로 이어졌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특히 국내 정치상황이 위태롭거나 잘못 가고 있을 때, ‘세간해(世間解)’ 부처님의 제자답게 정견으로 바른 방향을 제시해야 마땅한데도 권력자의 눈치나 보거나 시류에 편승하려는 기회주의적 태도로 일관해 온 것은 한국불교의 상가가 귀의처로서의 위상을 잃게 하는 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어떤 자세와 태도, 행위가 여법한 것인가? 출가자의 그것과 재가자의 그것은 어떠해야 하는가? 부처님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떤 답을 해주셨을까? 이 시(詩)는 여기에 대한 부처님의 입장을 알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해 준다. 

이 시는 <앙굿따라니까야> 4:7 ‘빛냄의 경(Sobhanasutta)’에 등장한다. 부처님은 제자들을 향해 네 종류의 사람이 참모임, 즉 상가를 빛낸다면서 “슬기롭고, 길들여지고, 유능하고, 많이 배우고, 가르침을 기억하고, 가르침을 여법하게 실천한다면”을 전제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네 종류의 사람은 수행승[비구], 수행녀[비구니], 재가의 남자 신도[우바새], 재가의 여자 신도[우바이]이다. 이들의 각자의 입장에서 슬기롭고, 길들여지고, 유능하고, 많이 배우고, 가르침을 기억하고, 가르침을 여법하게 실천하면 부처님의 상가가 빛난다는 것이다. 

- 시어 ‘슬기롭고’는 ‘지혜를 갖추고’라는 의미이다.

- 시어 ‘유능하고’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의미로, 각자의 위치와 역할을 능히 감당할 수 있는 자격을 말한다. 

- 시어 ‘많이 배우고’는 ‘학식이 있고’라는 의미이다. 

- 시구 ‘가르침을 기억하고’는 ‘부처님의 가르침, 진리에 정통하고’라는 의미이다. 

- 시구 ‘가르침을 여법하게 실천한다면’는 ‘부처님의 법에 따라 수행한다면’이라는 의미이다.

흥미로운 것은 부처님께서 시 두 번째 연에서 네 종류의 사람, 즉 사부대중 각각의 상가를 빛내는 대표적인 실천사례를 적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처님께서는 비구에 대해서는 특별히 ‘계행 닦은’이라는 점을 강조하셨다. 계행은 수행의 시작이자 바탕일 뿐 아니라 청정상가 건설의 필요충분조건이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비구니보다는 비구가 계행을 지키는데 상대적으로 취약했을 것이라는 추정도 가능하다.   

비구니에 대해서는 ‘학식이 있는’을 들었다. 비구에 비해 비구니 상가에서 파계 문제는 상대적으로 적었거나 큰 문제가 없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또한 비구니들에게 학식의 중요성을 강조함으로써 비구와 동등한 수행자로서의 지위를 인정한 면도 엿볼 수가 있다. 

부처님께서는 남녀 재가자에게는 공히 ‘신앙심을 갖춘’을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신앙심은 정견에 기초한 올바른 신앙심을 의미한다. 사견에 휘둘리거나 본말에 전도된, 도는 주객이 뒤바뀐 신행을 경계한 말씀이라고 할 수 있다. 

부처님께서는 이 시를 통해 이런 조건을 갖춘 4부대중이야말로 상가를 빛내는, 즉 장엄하는 네 종류의 사람이라고 강조하셨다. 과연 나는 상가를 빛내는 입장인지 여부를 스스로 돌아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