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깨우친 부처님 말씀8

                                                         정찬주(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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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 정윤경 작가)

자비를 통해 자아로부터 벗어나라

다음과 같이 우리 자신을 훈련시켜야 한다. 

우리는 자비를 통해 자아로부터 해방된다. 

우리는 자비를 키워 가고, 실천하고, 

자비를 근본으로 삼아, 자비를 바탕으로 의견을 말하며, 

자비를 쌓고, 반드시 자비가 펼쳐지도록 해야 한다.

                                    -잡아함경

사족; 자아란 무엇인가? 현재의 나를 나라고 고집하는 것이 자아가 아닐까. 그러나 현재의 나는 시시각각 연기법에 의해 변해간다. 몸의 세포는 죽어가고 생겨난다, 생각은 일어났다가 사라진다. 그러니까 어제의 나는 오늘의 나가 아니고 내일의 나도 아니다. 하루 단위가 아니라 1초 전의 나와 1초 후의 나는 다르다. 순간순간 변하고 있다. 말하자면 나라는 고정불변의 실체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참나는 누구인가?’라는 어느 절의 설법 제목을 본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웃고 말았던 것 같다. 나란 독립적이지 않고 세상 속에 녹아서 존재할 뿐인데, 어디서 찾는단 말인가. 그런데 그러한 나를 깨닫게 하는 것이 자비라는 부처님 말씀이다. 자비를 실천하다 보면 내가 세상 속에 녹아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는 것이다. 세상과 나는 한 몸이기 때문이다. 부처님은 <잡아함경>에서 그렇게 강조하시고 있다.

시련을 주려거든 시련을 주소서

소치는 다니야가 말했다.

“제 아내는 착하고 허영심이 없습니다.

오래 함께 살아도 항상 제 마음에 듭니다.

그녀에게는 어떤 나쁜 점도 없습니다.

그러니 하늘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뿌리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 마음은 내게 순종하고 해탈해 있다.

오랜 수행으로 잘 다스려졌다.

내게는 그 어떤 나쁜 점도 없다.

그러니 하늘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뿌리소서.”

소치는 다니야가 말했다.

“저는 놀지 않고 제 힘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제 아이들은 모두 다 건강합니다.

그들에게는 어떤 나쁜 점도 없습니다.

그러니 하늘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뿌리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는다.

스스로 깨달음을 터득해서 온 누리를 거닌다.

남에게 속박당할 이유가 없다.

그러니 하늘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뿌리소서.”

                                   -숫따니빠다

 사족; 부처님이 설법하는 자리는 항상 평등하다. 높고 낮음이 없다. 귀하고 천함이 없다. 마히 강변에서 소치는 농사꾼 다니야의 신분은 제사를 지내는 바라문이나 귀족계급인 끄샤뜨리아는 아니었을 것이다. 하루 종일 일해야만 생활고를 해결하는 천민 수드라였을 것이다. 그런데 부처님은 힘들게 살고 있는 그의 곁으로 다가가서 자애롭게 설법하시고 있다. 얼마나 아름답고 인간적인 모습인가. 불교란 한 마디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종교이다.

또 다니야를 만나고 있는 부처님의 언행을 보면 대기설법(對機說法)이란 말이 생각난다. 상대의 근기나 수준에 따라 설법하는 것을 대기설법이라고 한다. 부처님은 사상가이든, 종교인이든, 왕족이든, 평민이든 누구에게나 다가가서 설법하셨는데, 그때마다 그 사람의 근기에 맞게 설법하셨던 것이다. 여기서도 농사꾼 다니야가 알아듣기 쉽게 얼마나 평이한 언어로 말씀하고 계신지 놀랍다. 요즘 일부 지식인들처럼 자신의 주장을 내세워 현혹하거나, 연구를 많이 한 것처럼 고담준론으로 자신을 과신하는 모습은 조금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농사꾼에게 익숙한 ‘비를 뿌리려거든 뿌리소서’란 말의 의미가 더 다가온다. 이 말인즉슨 어려움을 잘 이겨낼 자신이 있으니 ‘시련을 주려거든 시련을 주소서’란 뜻이 아니겠는가. 

누가 진정한 수행자인가?

마음에 뜻한 바 없고 거짓말하는 자는

머리를 깎았더라도 수행자는 아니다.

욕망과 탐욕에 차 있는 자가

어찌 수행자이겠는가.

걸식하는 그것만으로

수행자라고 할 수 없다.

모든 법을 몸에 익혀야 수행자가 되는 것이지

걸식한다고 해서 그렇게 부를 수는 없다.

이 세상에서 선도 악도 다 버리고

음욕을 끊어 순결을 지키고

신중하게 처세하는 사람을

진정한 수도승이라고 할 것이다.

                             -법구경

사족; 나는 <법구경>의 이 구절에서 가끔 나를 빗대어 읽는다. 수행자를 ‘소설가’로 바꾸어 읽는 것이다. 마음에 뜻한 바 없고 거짓말하는 자는 소설가가 아니다. 욕망과 탐욕에 차 있는 자가 어찌 소설가이겠는가. 

그리고 걸식을 집필로 바꾸어 읽는다. 집필하는 것만으로 소설가라고 할 수 없다. 모든 법을 몸에 익혀야 소설가가 되는 것이지 집필한다고 해서 그렇게 부를 수는 없다. 세 번째 구절도 마찬가지다. ‘이 세상의 선도 악도 다 버리고’ 이 구절은 조심해야 한다. 악을 버리는 것은 맞지만 선을 버리라니 아리송할 것이다. 부처님 말씀의 참뜻은 선이라도 집착하지 말라는 뜻이다. 선도 집착하면 병이 되기 때문이다. 다음 구절은 누구라도 이해가 가능할 것이다. 바람피우지 말고 순결을 지켜 신중하게 살아가는 사람은 진정한 소설가라고 할 것이다. 여러분도 수행자 혹은 수도승이란 말에 회사원, 공무원 등등 직업인으로 바꾸어 읽어 보기를 권한다. 여러분도 신산한 생활 일선에서 눈 부릅뜨고 살아가는 또 다른 수행자라고 할 수 있으니까. 부처님 말씀은 구름 위에 멀리 떠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옆에 친근하게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