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들이 그린 선화를 가리켜 어떤 이들은, 특히 붓 꽤나 잡아보았다는 사람들은 ‘그림도 아니다’ ‘애들 장난이다’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그 그림을 보면서 가슴 속에 쌓였던 먼지가 한꺼번에 날아가는 듯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그들의 그림 속에는 고즈넉한 산사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고요하고 유쾌한 그리고 초탈의 풍경들이 오롯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걸레 중광 스님의 장난끼 다분한 선화에 미국인들이 그토록 열광을 했던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크게보기불교계의 대표적인 선화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허허당 스님이 선화집 <허허당, 비고 빈 집>을 출간했다. 비고 빈 집은 허허당이라는 자신의 법명을 한글로 풀이한 것이다.

허허당 스님의 그림은 참 귀엽고 유쾌하다. 도라에몽 같기도 하고, 아기 고양이 같기도 한 캐릭터가 탑속에, 달속에 가득 차 있다. 보름달 속에 댕그렁 거리는 풍경이 걸려 있고, 그 속에도 도라에몽이 빼곡이 차 있다. 늙은 절 고양이는 눈과 꼬리밖에 없다. 공양간 주위에서 갈색 눈을 번뜩이다가 공양주 보살을 만나면 꼬리를 살랑살랑 거리는 고양이의 모습이 저절로 연상된다.

스님은 <화엄법계도>라 이름붙여진 그 그림들을 통해 우주법계 속에서 우리가 모두 담겨있음을 전하고 있다. 아쉽게도 우리에게는 그런 혜안이 없다. 가끔 스님의 그림을 보면서 그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을 뿐….

스님의 시 미운 오리 새끼에는 선시를 그리는 스님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스님의 눈길을 만난 코스모스가 저를 알아봐주는 이를 발견하고 핑크빛 교태를 더 부렸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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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수만 마리의 새떼가 달 속의 풍경처럼 걸려있는 그림에 등장하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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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화가 사람들에게 유쾌함을 주는 가장 큰 이유는 그림 속에 해학과 멋이 살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빈 마음으로 보면 천하가 밥상이고, 선화 속에서는 가끔 내가 세상의 왕, 우주의 중심이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