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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선법(善法)의 뿌리는 불방일”

이 학종 | | 2024-08-16 (금) 09:02

장수와 건강과 미모와

하늘나라와 높은 가문과

고매하고 지속적인 

즐거움을 원하는 자를 위하여,

지혜로운 님은 공덕을 짓는데

방일하지 않음을 찬양합니다. 


현명한 자는 방일하지 않음으로써,

현세의 이익과 내세의 이익,

양자의 이익을 얻으니,

지혜로운 님은 그 이익을 꿰뚫어

현자라고 일컬어지는 것입니다. 

                             -전재성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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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확)  



이(利)란 사람이 살아가는데 참으로 중요한 화두이다. <맹자> 맹자견양혜왕장(孟子見梁惠王章)에 양혜왕을 만난 맹자가 ‘내 나라에 이익이 될 방법을 알려 달라.’는 왕의 말에 대해 ‘(인의仁義를 말해야 할 왕이) 하필이면 이익을 말하느냐?’며 꾸짖은 대목이 있다. 맹자는 이를 거론한 양혜왕에게 “왕께서 어떻게 하면 내 나라에 이익이 될까 생각하신다면, 장관들은 어떻게 하면 내 집에 이익이 될까 생각할 것이고, 하급 관리나 서민들은 어떻게 나 자신에게 이익이 될까 고민할 것입니다. 높은 사람 낮은 사람 할 것 없이 모두가 서로 이익만을 취한다면 나라는 위태롭게 됩니다. (王曰 何以利吾國고하시면 大夫曰 何以利吾家오하며 士庶人曰 何以利吾身고하여 上下交征利면 而國이 危矣리이다.”   

많은 이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지위에 있는 사람일수록 한마디 말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교훈을 주는 맹자의 이 가르침을 사실 우리나라 국민들도 피부로 경험한 적이 있다. 얼마 전 대통령을 지낸 이의 공약이 ‘부자 되세요. 부자 만들어드리겠습니다.’였는데, 그가 대통령이 되면 나도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착각한 우중(愚衆)들의 압도적 지지로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러나 그가 대통령으로 있던 5년은 물론 그 이후에도 우리나라는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니, 맹자의 놀라운 탁견에 무릎을 칠 밖에.   


아무려나, 욕계 중생들의 공통적인 바람은 오래 사는 것, 건강하게 사는 것, 미모를 갖추는 것, 그리고 죽어 천상세계에 태어나거나 사람의 태어나더라도 모든 것을 갖춘 복된 가정에서 태어나는 것이다. 사실 이런 것을 얻기 위해서는 널리 베풀고, 건전한 삶을 살며 큰 공덕을 지어야 한다. 이것을 최고의 행복으로 알고 사는 사람들에게 보시와 지계는 필수적인 조건이 된다. 또한 고매하고 지속적인 즐거움, 즉 모든 번뇌를 여읜 성자의 삶은 앞에서 언급한 세속적 행복과 비교할 수 없는 최고의 행복, 열반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공덕에도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최고의 공덕은 일체의 번뇌를 소멸하고 열반을 성취하기 위한 수행정진의 공덕이라고 하겠다. 부처님은 이것을 특히 강조하셨는데, 다름 아닌 방일하지 않는 것이다.  

방일(放逸, pamād)은 자신과 남들의 행복과 이익에 도움이 되는 선을 짓는데 게을리하도록 하고 도덕적으로 나쁜 행위들을 하게 만드는 심소(心所)이다. 일상적으로는 제멋대로 거리낌 없이 노는 것, 다시 말해서 방종하여 욕망이 작용하는 대로 흘러 선을 힘쓰지 않는 마음의 상태를 말한다. 방일의 반대 개념은 불방일(不放逸, apamāda)인데, 이는 악을 방지하고 선에만 마음을 두는 심소를 가리킨다. 불방일은 붓다의 마지막 유훈에서도 강조되었다. 불교에서 불음주계(不飮酒戒)를 중시하는 이유는 바로 방일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방일은 사띠가 성성하게 유지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부처님은 늘 깨어있는 경지에 머물러야 함을 강조한다. 몸과 마음의 움직임을 주의 깊게 놓치지 않고 챙기는 것이다. 

‘불방일의 경(AN10:15)’에서 부처님은 모든 유익한 법[善法]은 그것이 어떤 것이든 간에 모두 불방일을 뿌리고 하고 불방일이 으뜸이라고 가르치셨다. 예컨대 땅 위에서 걸어 다니는 생명체들의 발자국들은 그것이 어떤 것이든 간에 모두 코끼리 발자국에 포함되듯이 유익한 법들은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모두 불방일을 뿌리로 하고 불방일로 모이고 불방일이 으뜸이라고 불려진다는 것이다.

부처님은 <쌍윳따니까야> 3:18 ‘좋은 벗의 경’에서 꼬살라 국의 빠쎄나디 왕에게 좋은 친구, 좋은 동료, 좋은 도반과 사귀며 좋은 친구, 좋은 동료 좋은 도반으로서 착하고 건전한 일을 하는 데 지칠 줄 모르는, 방일하지 않는 참된 성품을 닦아야 한다고 권하셨다. 그럴 때 후궁들도, 왕족들도, 도시와 시골의 사람들도 모두 대왕을 따라 방일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게 되고, 그럼으로써 후궁들도, 보물창고도, 곡식창고도, 특히 대왕 자신도 보호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시는 <쌍윳따니까야> 3:17 ‘방일하지 않음의 경(Appamādasutta)’에 등장한다. 빠쎄나디 왕으로부터 “현세의 이익과 내세의 이익, 양자의 이익이 되는 하나의 원리가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은 부처님은 “현세의 이익과 내세의 이익, 양자의 이익이 되는 하나의 원리는 방일하지 않는 것”이라고 답변하신다. 부처님은 이 경에서 앞에서도 살펴본 것처럼 코끼리 발자국이 모든 발자국을 포함하는 최상의 발자국이듯이 방일하지 않는 것이 현세의 이익과 내세의 이익, 양자의 이익이 되는 것이라고 설법한 후 이 시를 읊으신 것이다. 

이 시의 첫째 연은 공덕을 향해 끊임없이 정진하는 현자가 외적인 즐거움과 향락을 추구하는 자들고 맞닥뜨린다는 주제를 담고 있다. 현자는 세속적 공덕에 흔들리지 않고 고매하고도 지속적인 즐거움, 즉 열반락을 누리는데 게을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둘째 연에서 이익을 꿰뚫어 현자라고 일컬어지게 하는 방일하지 않음의 출세간적 의미는, 담마파다 21-23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방일하지 않음이 불사의 길이고, 방일하는 것은 죽음의 길이니, 방일하지 않은 사람은 죽지 않으며, 방일한 사람은 죽은 자와 같다. 이러한 이치를 상세히 알아서 슬기로운 님은 방일하지 않고, 방일하지 않음에 기뻐하고, 고귀한 님의 행경을 즐긴다. 선정에 들고, 인내하고 언제나 확고하게 노력하는 님, 현명한 님은 열반, 위없는 안온을 경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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