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고익진 박사(전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교수)의 엮음 『한글 아함경』게송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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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확 

7.2.4 법설의설경(法說義說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쿠루국의 소치는 마을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이제 연기법의 법설(法說)과 의설(義說)을 설하리니,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여라. 그대들을 위하여 설명하겠다.

어떤 것이 연기법의 법설인가. ‘이것이 있기 때문에 저것이 있고, 이것이 일어나기 때문에 저것이 일어난다’라는 것이니, 즉 무명을 연하여 결합이 있고,..... 아주 커다란 괴로움의 무더기가 집기 한다. ‘이것을 연기법의 법설(法說)’이라 한다.

어떤 것이 의설인가. ‘무명을 연하여 결합이 있다’ 할 때, 어떤 것을 무명이라 하는가. 

만일 과거를 알지 못하고 미래를 알지 못하고 과거와 미래를 알지 못하며, 안을 알지 못하고 밖을 알지 못하고 안팎을 알지 못하며, 업을 알지 못하고 과보를 알지 못하고 업과 과보를 알지 못하며, 부처를 알지 못하고 법을 알지 못하고 승가를 알지 못하며, 괴로움을 알지 못하고 괴로움의 집기를 알지 못하고 괴로움의 멸함을 알지 못하고 괴로움의 멸함에 이르는 길을 알지 못하며, 인(因)을 알지 못하고 인을 일으키는 법을 알지 못하며, 선함과 선하지 않음 · 죄가 있음과 죄가 없음 · 익힘과 익히지 않음 · 열등함과 뛰어남 · 더러움과 깨끗함 · 분별과 연기를 모두 알지 못하고 보지도 못하며, 참다운 지혜가 없어 어리석고 컴컴하며, 명(明)이 없고 아주 어두우면, 이것을 무명이라 한다.

무명(無明)을 연하여 결합이 있다 할 때, 어떤 것을 결합이라 하는가. 결합에 세 가지가 있으니, 몸의 행 · 입의 행 · 의지의 행이다.

결합(行)을 연하여 식별이 있다 할 때, 어떤 것을 식별이라 하는가. 여섯 가지 식별이니, 눈의 식별 · 귀의 식별 · 코의 식별 · 혀의 식별 · 몸의 식별 · 의지의 식별이다.

식별(識)을 연하여 명색이 있다 할 때, 어떤 것을 명(明)이라 하는가. 네 가지 무색음(無色陰)이니, 느낌 · 생각 · 결합 · 식별이다. 어떤 것을 색(色)이라 하는가. 사대(四大)와 사대로 이루어진 색이다. 이 색과 앞에서 말한 명을 명색이라 한다.

명색(名色)을 연하여 여섯 가지 입처가 있다 할 때, 어떤 것을 여섯 가지 입처라 하는가. 여섯 가지 내입처(內入處)이니, 눈 · 귀 · 코 · 혀 · 몸 · 의지의 내입처이다.

여섯 가지 입처(六入處)를 연하여 부딪침이 있다 할 때, 어떤 것을 부딪침이라 하는가. 여섯 가지 부딪침(觸身)이니, 눈의 부딪침 · 귀의 부딪침 · 코의 부딪침 · 혀의 부딪침 · 몸의 부딪침 · 의지의 부딪침이다.

부딪침(觸)을 연하여 느낌이 있다 할 때, 어떤 것을 느낌이라 하는가. 세 가지 느낌이니, 괴로운 느낌 · 즐거운 느낌 ·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은 느낌이다.

느낌(受)을 연하여 갈애가 있다 할 때, 어떤 것을 갈애라 하는가. 세 가지 갈애이니, 욕애(欲愛) · 유애(有愛) · 무유애(無有愛)이다.

갈애(愛)를 연하여 취함이 있다 할 때, 어떤 것을 취함이라 하는가. 네 가지 취함이니, 탐욕의 취함(欲取) · 견해의 취함(見取) · 계율의 취함(戒取) · ‘나’의 취함(我取)이다.

취함(取)을 연하여 존재가 있다 할 때, 어떤 것을 존재라 하는가. 세 가지 존재이니, 욕계의 존재 · 색계의 존재 · 무색계의 존재이다.

존재(有)를 연하여 태어남이 있다 할 때, 어떤 것을 태어남이라 하는가. 만일 이러저러한 중생이 이러저러한 종류의 몸으로 하나의 생명체로 완전하게 화합하여 태어나서, 존재의 근간(陰)을 얻고 계(界)를 얻고 감각기관(入處)을 얻고 목숨을 얻으니, 이것을 ‘태어남’이라 한다.

태어남(生)을 연하여 늙음과 죽음이 있다 할 때, 어떤 것을 늙음이라 하는가. 머리카락은 희어지고 정수리는 드러나며, 피부는 늘어지고 감각기관은 물러지며, 사지는 약해지고 등은 굽으며, 머리를 떨어뜨리고 신음하며, 숨길은 짧아 헐떡이고, 앞으로 쏠리어 지팡이를 짚고 다니며, 몸은 검누렇고 저승꽃이 피며, 정신은 희미해지고 행동하기도 어렵도록 쇠약해지면, 이것을 ‘늙음’이라 한다.

어떤 것을 죽음(死)이라 하는가. 이러저러한 중생이 이러저러한 종류로 사라지고 옮겨가되, 몸이 무너지고 수명이 다하여 더운 기운이 떠나고 목숨이 멸하여 근간(陰)을 버릴 때에 이르면 이것을 죽음이라 한다. 이 죽음과 앞에서 말한 늙음을 ‘늙음과 죽음’이라 한다. 이것을 연기법의 의설(義說)이라 한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