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고익진 박사(전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교수)의 엮음 『한글 아함경』게송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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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확  

6.9.2 무학삼명경(無學三明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밧티성 제타숲 아나타핀디카동산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다 배운 이의 세 가지 명(明)이 있다. 무엇이 셋인가. 다 배운 이의 전생을 아는 지혜의 신통 · 생사를 아는 지혜의 신통 · 번뇌가 다한 지혜의 신통이다.

무엇이 다 배운 이의 ‘전생을 아는 지혜의 신통’인가. 성인의 제자는 갖가지 전생 일을 안다. 즉 일생에서 백 생 · 천 생 · 만 생 · 억 생에 이르기까지...... 이루어지고 무너진 겁의 수와, 자기와 중생들이 지나온 과거에 어떤 이름 · 어떤 삶 · 어떤 성(性)이었고,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괴로움과 즐거움을 받았으며, 얼마나 오래 살았고 얼마나 오래 머물렀으며, 어떤 신분으로 살았는지를 다 안다. 또 자기와 중생들이 여기서 죽어 다른 곳에 태어나고, 다른 곳에서 죽어 여기에 태어난 것과 어떤 행(行) · 어떤 인(因) · 어떤 믿음으로 갖가지 전생 일을 받았던가를 다 밝게 안다. 이것이 ‘전생을 아는 지혜의 신통(宿命證明)’이다

무엇이 ‘생사를 아는 지혜의 신통’인가. 성인의 제자는 사람의 눈보다 뛰어난 하늘의 눈으로 모든 중생의 죽는 때와 태어나는 때 · 아름다운 모습과 추한 모습 · 귀한 몸과 천한 몸을 보고 업에 따라 나쁜 곳에 태어나는 것을 본다. 가령 어떤 중생은 몸으로 나쁜 행을 하고 입과 뜻으로 나쁜 행을 하며 성인을 비방하고 삿된 견해로 삿된 법의 인연을 받았으므로,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지옥과 같은 나쁜 곳에 태어난다고 여실히 안다. 또한, 어떤 중생은 몸과 입과 뜻으로 선한 행을 하고 성인을 비방하지 않으며 바른 견해를 성취하였으므로,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천상이나 인간과 같은 좋은 곳에 태어난다고 여실히 안다. 이것이 ‘생사를 아는 지혜의 신통(生死智證明)’이다.

무엇이 ‘번뇌가 다한 지혜의 신통’인가. 성인의 제자는 이것은 괴로움이라고 여실히 알고, 이것은 괴로움의 집기 · 괴로움의 멸함 · 괴로움의 멸함에 이르는 길이라고 여실히 안다. 그는 이렇게 알고 이렇게 보아 애욕의 번뇌에서 마음이 해탈하고, 존재와 무명의 번뇌에서 마음이 해탈하고, 해탈한 줄을 알고 보아, 나의 생은 다하고, 범행은 갖추었고 할 일은 마쳐, 다시는 다음 생을 받지 않을 줄을 스스로 안다. 이것이 ‘번뇌가 다한 지혜의 신통(漏盡智證明)’이다.”

세존께서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자세히 관하여 전생 일 알고

하늘이나 나쁜 곳에 태어나는 것 보고

생사의 온갖 번뇌 다하면

그것이 성인의 신통이니라.

저 일체의 탐욕과 갈애에서

그 마음 완전히 해탈을 얻어

세 가지 모두 다 통달하였으니

그러므로 세 가지 명이라 한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