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고익진 박사(전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교수)의 엮음 『한글 아함경』게송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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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확   

6.8.15  동법경(同法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코삼비국 고시타 동산에 계셨다.

그때 아난 존자는 상좌(上座)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아난 존자는 상좌에게 가서 공손하게 인사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 상좌들에게 물었다.

“만일 비구가 빈 곳이나 나무 아래나 고요한 방에서 생각하려고 한다면, 어떤 법으로써 골똘히 생각하여야 합니까?”

상좌가 대답하였다.

“아난 존자여, 빈 곳이나 나무 아래나 고요한 방에서 생각하려는 사람은 두 가지 법으로써 골똘히 생각하여야 합니다. 즉 지(止)와 관(觀)입니다.”

아난 존자가 다시 상좌에게 물었다.

“지(止)를 닦아 익히고 많이 닦아 익힌 뒤에는 무엇이 이루어집니까?

관(觀)을 닦아 익히고 많이 닦아 익힌 뒤에는 무엇이 이루어집니까?”

상좌가 대답하였다.

“아난 존자여, 지(止)를 닦아 익히면 마지막에는 관(觀)이 이루어집니다. 관(觀)을 닦아 익힌 뒤에도 다시 지(止)가 이루어집니다. 거룩한 제자는 지와 관을 함께 닦아 모든 해탈의 세계를 증득하는 것입니다.

아난이 다시 상좌에게 물었다.

”무엇이 해탈의 세계입니까?“

상좌가 대답하였다.

”아난 존자여, 끊음의 세계(斷界) · 욕심이 없음의 세계(無欲界) · 멸함의 세계(滅界)를 성취하면, 이것을 모든 해탈의 세계라 합니다.“

아난 존자가 다시 상좌에게 물었다.

”무엇이 끊음의 세계이고, 욕심 없음의 세계이며, 멸함의 세계입니까?“

상좌가 대답하였다. 

”아난 존자여, 일체의 결합을 끊으면 이것을 끊음의 세계라 하고, 애욕을 끊으면 이것을 욕심 없음의 세계라 하며, 일체의 결합이 멸하면 이것을 멸함의 세계라 합니다.“

이때 아난 존자는 상좌의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였다.

아난 존자는 다시 오백 명의 비구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공손하게 인사한 뒤에 물러나 한쪽에 앉아 오백 명의 비구들에게 물었다.

”만일 비구가 빈 곳이나 나무 밑이나 고요한 방에서 생각하려 할 때는 마땅히 어떤 법으로써 골똘히 생각하여야 합니까?“

이때 오백 명의 비구들이 아난 존자에게 대답하였다.

”두 가지 법으로써 골똘히 생각하여 상좌가 말한 것과 같이 마침내 멸계에 도달하여야 합니다.“

이때 아난 존자는 오백 명의 비구의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였다.

다시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한 뒤에 물러나 한쪽에 앉아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비구가 빈 곳이나 나무 아래나 고요한 방에서 생각하려고 한다면, 어떤 법으로써 골똘히 생각하여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비구가 빈 곳이나 나무 아래나 고요한 방에서 생각하려고 한다면 두 가지 법으로써 골똘히 생각하여 오백 명의 비구가 말한 것과 같이 마침내 멸계에 도달하여야 한다.“

이때 아난 존자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기이합니다. 세존이시여, 스승님과 모든 제자는 모두 같은 내용 · 같은 표현 · 같은 의미 · 같은 감흥입니다. 제가 지금 상좌들에게 가서 이와 같이 물었더니 또한 이와 같은 의미 · 이와 같은 표현 · 이와 같은 감흥으로 제게 대답하였는데, 세존께서 말씀하신 것과 같았습니다. 저는 다시 오백 명의 비구에게 가서 또한 이와 같은 의미 · 이와 같은 표현 · 이와 같은 감흥으로 지금 세존께서 말씀하신 것과 같이 대답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스승과 제자는 모두가 같은 내용 · 같은 의미 · 같은 표현 · 같은 감흥인 것을 알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셧다.

”그대는 그 상좌가 어떤 비구인 줄 아느냐?“

아난이 부처님께 대답하였다.

”알지 못합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 상좌는 아라한으로서, 모든 번뇌가 이미 다하고 짐을 이미 내려놓았으며 바른 지혜로 마음이 잘 해탈하였다. 그 오백 명의 비구도 그와 같았으며 바른 지혜로 마음이 잘 해탈하였다. 그 오백 명의 비구도 그와 같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아난 존자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